이제 어느덧 지난 시간이 되어버린 여름..
항상 엄청난 무더위가 올거라는 일기예보와 함께 시작한 여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일기예보를 무시하듯, 아침이 되면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고, 또 하루해가 중천일때 여름 햇살의 뜨거움도 잊은채 그저 바쁜 일상속에서 우리내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발 더 내딪기 위해 몸부림 쳤던 그여름이 아니었던가!
어느덧 해가 뉘엇뉘엇 수많은 일들을 위로한체 뒤로뒤로 넘어가고, 지난 여름의 무더위는 어느덧 사라진채, 무더위를 알려오던 일기예보는 이제 우리내 겨울나기를 걱정해주는 삶의 자리에 오면 문득 옛 사진을 뒤척거리게 된다.
이런 날이 되면 우리네는 자연스레 지난 여름 엉성하면서도 우리내가 만들어낸 추억들을 하나 둘 들추어 내며 여름내 찍었던 사진을 찾곤한다.

▲ 서해안 낙조

그저 작년 늦 여름 바다 저 뒤편으로 넘어가는 해를 찍으며 삶의 짧은 뒷면을 느끼게 했던 사진을 다시금 꺼내 보면서 우리네 인생에 한발짝 쉼을 얻는 그곳이야 말로 사람사는 냄새가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그 여름 발디딜틈 없던 그곳에는 이제 쓸쓸히 파도만 치고 있듯, 우리의 삶이 빽옥히 그려진 작은 수첩에도 이제는 몇장 남지 않은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우리네 삶이 이토록 수많은 냄새들을 남긴체 한해를 마무리 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내려진 복이 아니련가?
나의 냄새들을 한장 한장 뒤흔들다 보니 온 방안에 나만의 냄새로 가득차버렸다. 이 늦은 밤 나만의 냄새에 취해 그저 아련한 기억속으로 잠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