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랜 전부터 개신교 내의 성직 매매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만 교회를 판 자나 산 자나 피차 서로 입을 다물고 있으니 겉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교인 수 몇 명이면 몇 억! 이런 식으로 교회 매매를 중개해주는 곳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은퇴하는 목사들 중에는 교회를 곱게 떠나지 않고 한 몫 단단히 챙겨 떠나는 자가 있다.

교회를 팝니다

외형적으로는 공개 청빙이지만 그건 포장용이고 실제 내부적으로는 담임목사가 뒷거래로 내정한 다른 목사에게 교회를 넘겨주고 떠난다. 교인 수가 수백 명만 되면 돈을 주고도 가기 힘든 게 담임목사 자리다. 거의 경매 수준으로 웃돈을 얹어 주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도 항상 예외는 있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좋은 목사는 그나마 공개 청빙에 낙점될 확률이 좀 있다. 그러나 불과 백 명 교회만 되어도 청빙 지원자가 수백 명이다.

그러니 중대형 교회는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보통 목사에게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따라서 대다수 무임 목사나 작은 교회의 목사들은 돈과 빽이 없어 큰 교회로 못간다.

이런 청빙 구조에 유일한 예외가 있는데 그게 바로 교회 세습이다. 기존 담임목사의 자식이나 친족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한국교회 교인들 중엔 맹신도와 등신도가 아주 널려 있어 이런 수법이 아주 쉽게 통한다. 오히려 세습이 실패하면 기적이다.

내가 아는 수많은 애송이 목사들이 이 방법으로 아버지 교회를 상속 받았다. 이 건 아무리 봐도 성직 매매인데 돈 한 푼 안 들고 거저 넘겨 받았다.  

누구는 만날 돈을 바치며 교회 다니는데 이 인간들은 평생 돈을 받으며 교회 다닌다.  

교회 세습은 구조악

세습 목사들의 변명은 하도 너절하고 비루해서 여기에 일일이 열거하기도 싫다. 나는 그들을 목사가 아니라 개로 본다. 세습 목사들이 개소리를 하고 있다는 건 아마 그들 자신이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교회 세습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 세습은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란 헛소리는 개소리 중에서도 초특급 개소리다. 정말 자식에게 십자가를 주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아들 목사를 모두 농어촌의 미자립 교회로 보내면 된다. 그러나 그런 목사는 하나도 없다. 세습 목사들은 말만 번드르하게 하고 기필코 교회를 족벌화한다.

김삼환, 김창인, 김준곤, 곽선희, 길자연, 석원태, 홍재철, 윤석전, 최성규, 최낙중, 이선웅 등 수많은 대형 교회 목사들이 교회나 선교 단체를 세습했다. 이 외에도 웬만한 대형 교단의 총회장 출신들이 이 자랑스러운 행렬에 줄줄이 동참했다.

게다가 김홍도, 김선도, 김국도 목사는 3형제가 나란히 교회를 세습했다. 그래서 그들을 수퍼삼형제라고도 칭한다.

교회 세습을 성직 매매라고 비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남들은 돈을 주고도 넘겨 받기 힘든 자리를 애송이 목사들이 넙죽넙죽 아주 쉽게 거저 받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상 목사 부자 간에 가장 질이 안 좋은 담임목사직 무료 매매인 것이다.

이제 개신교의 담임목사 세습은 누구도 못막는다. 하나님도 못막는다. 예수를 배신한 목사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는다. 교단이 세습 방지법을 만들어도 소용 없고 교단에서 백날을 재판해도 소용 없다.

개들은 그런 고상한 제도에 전혀 관심 없다. 개는 거룩과 상식을 모른다. 결국 한국교회는 세습을 끝내지 못한다. 오히려 세습이 한국교회를 끝낼 것이다.

교회 세습과 공동 목회는 상극

그럼에도 교회 세습을 막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성도들이 세습 교회엔 안 가고 거기 가서 헌금 안 하면 된다.

하지만 맹신도들이 하도 많아 이것 역시 별 효력은 없다. 그들에게 담임목사는 기복 신앙의 아이돌이다. 목사가 예수를 대신한다. 한국의 종교판에선 담임목사가 존재하는 한 교회 세습은 불멸이다. 그러니 "이젠 곱게 썩다가 망하는 길만 남았다"는 게 정설이다.  

바로 이 점이 '공동 목회'가 그나마 교회 부패를 막는 마지막 대안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다. 중대형 교회에서는 차라리 과도한 교권이 집중된 담임목사직을 아예 없애고 여러 목사들이 역할을 분담하여 공공 목회를 하자는 것이다.

세습 목사가 담임목사직을 곱게 포기하는 건 개가 성불하기 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파수꾼들은 맹인이요 다 무지하며 벙어리 개들이라. 짖지 못하며 다 꿈꾸는 자들이요 누워 있는 자들이요 잠자기를 좋아하는 자들이다(사56:10)"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