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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부모님과 대화가 안 돼, 포기한 심정"평생 소통하려고 한 노무현, 우리 모두가 돌아봐야할 과제가 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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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5월 30일 (토) 22:07:41
최종편집 : 2009년 05월 30일 (토) 22:33:45 [조회수 : 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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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거 필명 꺄르르 이인 기자의 기사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나왔죠.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하얀 머리칼로 눈물을 닦으시는 어른까지 남녀노소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5월 29일, 차분한 분위기에 치른 영결식과 노제를 끝으로 ‘사람 노무현’은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한국 사회 민주화와 정치 개혁을 위해 평생을 아파한 노무현, 그의 삶은 386세대들에 큰 울림을 주었지요. 한국전 세대와 서로 미워하였던 그들도 어느새 사회 기득권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노무현의 죽음은 가슴 깊숙이 간직하고 있던 불꽃을 건드리는 일이겠죠. 영결식에서 한 386을 만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 30일 새벽 5시20분경 경찰이 서울 덕수궁 앞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침탈해 노 전 대통령 영정을 모셨던 천막 등이 짓밟혀 있다. @오마이뉴스 이경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사실은 지금 영결식을 하고 있는데도, 믿겨지지가 않아요. 오늘 보내드려야 하는데…… 아직도 현실 같지가 않고 꿈꾸는 듯싶은 마음이 들어요. 꿈이었으면 좋겠고요.”

-16대 대선 때, 누구를 찍었나요?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어요. 찍을 사람이 그 사람밖에 없던데요. 지금까지 군사정권에, 독재정권에, 있는 사람들 정권이었잖아요? 서민들 위하는 사람이 누가 있었나요? 저는 그 시절에 운동도 많이 한 사람인데, 김대중 대통령 때는 비판적 지지를 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전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족벌신문과 색깔론이란 보이지 않는 담으로 막혀있어 사람들 눈이 멀었었다”

-참여정부를 두고 여러 비판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통령의 마음은 그러지 않았는데, 보수 기득권층이 벌인 강력한 저항과 흠집 내기에 사람들 눈이 먼 거겠죠. 족벌언론만 접하는 사람들은 눈이 멀었다고 해야 할까요. 당시를 생각해보면, 대통령의 참 뜻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그것을 전달할 통로가 없었어요. 지금은 명박산성이라는 보이는 담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족벌신문과 색깔론이라는 보이지 않는 담으로 노 전 대통령과 사람들 사이가 막혀 있었고, 백성들 눈이 멀지 않았나 싶습니다.

여러 가지 평가들이 저마다 다르게 나올 수 있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보다 진보적이었고 서민을 위한 것은 감출 수 없는 사실이에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마음 하나만은 진정이었다는 걸 믿고 있습니다.”

-17대 대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엄청난 표차로 이명박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정동영씨 찍었고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요. 이명박씨가 대통령된다는 게 너무 슬펐기에 그 사람만은 안 된다는 일념으로 정동영씨를 찍었죠. 대안이 당시에 너무 없었기에 비판적 지지를 한 거죠.

사상 최고 격차라고 하는데, 다 숫자놀음 아니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전체 유권자대비 지지받은 건 더 적었어요. 그러나 족벌언론들이나 기득권층이 어떤 식으로 전달했나요? 사상최대 격차만 부각해서 전달했지, 얼마나 투표율이 낮았으며 지지기반이 얼마나 약한지 다루지 않았어요.

   
▲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민생민주국민회의, 민노당, 민주당, 진보신당이 주최한 '<장자연 리스트>의 진실과 조선일보 - 안하무인 <조선일보 권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이 되었을 때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대통령이라고 썼거든요. 서민 대통령이 들어서니까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국민들을 혹세무민하고 호도하고, 깎아내린 거 아닙니까, 잘 될 땐 훼방 놓고 안 될 때는 못 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거죠.

그 사람들 논리를 듣다보면, 없는 사람들은 늘 침묵하고 잠자코 따라오기나 하라잖아요.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자기들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런 이상한 사회 환경을 다음 후대까지 물려주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언론 환경을 제대로 갖춰야 하고, 길을 닦아놓아야만 자라나는 아이들만이라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현실이 문제가 되는 거겠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다들 변하는 거 같은데, 사실 저는 그 부분이 안 와 닿아요. 우리나라 보수란 게 보수건지, 기득권층이 자기 이득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인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지금 여당도 겉으론 국민과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재벌이라든가 특정세력 위하는 정책만을 펼치고 있잖아요.

종부세가 폐지되지 않았습니까? 당장 제 친구가 늦둥이를 둬서 애가 셋인데, 전 정부 때만 해도 셋째 같은 경우는 무상으로 키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사실상 혜택이 없어졌대요. 더 문제는, 종부세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폐지한다고 하니까 좋아하는 거예요. 가난한 사람들이 종부세를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할 때마다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사람과 사람, 평등해야 되지 않습니까? 능력 없는 사람들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전 정부에서 사람 차별 줄이려고 만든 정책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고 차단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 거 볼 때마다 서글프죠.”

“다양성을 인정 못 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준비가 안 되어있는 사람들, 포기함 심정”

-나이 많으신 장년층들 가운데 추모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던데, 어떻게 보시나요?

“그런 생각이 한두 해 동안 된 게 아니고 이승만 박정희 시대 때부터 다져왔잖아요. 너무 오랫동안 이뤄져서 짧은 시간에 장년층이 갖고 있는 반공주의나 지역감정이 벗겨질 거 같지는 않아요. 한편으로는 포기한 심정이고요. 20대처럼 열정을 갖고 사시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 자기가 알고 있는 한에서만 세상을 보려고 하시는 거 같아 안타깝죠.

   
▲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소환 조사를 앞둔 4월 30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주위에 보수적인 사람들 보면, 김동길이나 조갑제, 지만원씨의 발언에 동조를 해요. 한국은 민주주의 자유사회니까 다양한 의견 표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자기 의견을 내는 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남의 의견은 못 내게 하고, 매도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 보면, 슬프죠. 다양성을 인정 못 하고, 자기 가치와 경험만을 절대시해요.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준비가 안 되어있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요.

물론, 한국 전쟁 때, 너무 큰 아픔을 겪었다는 걸 알아요. 거기다 정권이 그런 사람들의 아픔을 제대로 보듬어 간 게 아니라 자기 정권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용만 했죠.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비하시키는 것처럼 색깔론을 펴면서 올바르지 못한 시각을 퍼뜨렸지요. 노통이 5년간 그 벽을 허물려고 하였지만 힘이 약했죠. 그 후신들이 여전히 이 사회의 주류에 있고, 지금 정권이 계속된다면 아마 풀리지 않는 숙제일 거예요.”

-서로 대화가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소통을 해야 할 텐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솔직히 답이 없더라고요. 부모님과도 얘기하기 힘들거든요. 아버지 같은 경우도 너무 냉전 시각에 갇혀 있으셔서 정치 문제로 매일 싸워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소통이 안 되는 판인데, 어떻게 다른 어른들과 소통하겠어요? 정말 어려워요. 어릴 때부터 세뇌당하다시피한 세대들이라 대화를 하다보면, 참 답답해요.

물론, 문제의식을 갖고 세대 간 소통을 해야겠죠. 절차에 따라서 의견 개진은 계속 해나가야겠지만, 현실을 보면 어려울 거 같아요. 이전 세대들이 다 가고 나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런 사고방식을 생산하는 그늘이 있고 거기에서 나오려 하지 않으시죠. 현대사의 그늘이 쉽게 걷히지는 않을 거 같아요.

저는 아이들에게 현대사를 많이 얘기 해주는 편이에요. 학교 공부 내용을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더라고요. 아직은 어리니까 다 얘기해주지 못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고 얘기해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단순하게 전직 대통령이 뛰어내린 사건이 아니라고, 배경들을 설명해주죠. 전부 이해는 못하겠지만 알려주려고 애써요.

소통이 되어야겠죠. 하지만 우리사회는 소통을 얘기하면서 전경차로 담을 쌓잖아요. 명박산성이 한국 소통의 현주소니까 암담하죠. 시청광장을 막고, 힘 있는 사람만 말할 수 있는 게 지금 현실이잖아요. 노통도 거기에 부딪힌 거고, 지금 한국의 한계고요. 저는 솔직히 답을 모르겠네요.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세대 사이에서 소통을 할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에요.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를 치른 서울광장에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추모행렬이 29일 저녁 서울광장에 다시 모여 촛불을 밝히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평생 소통하려고 한 노무현, 우리 모두가 돌아봐야할 과제가 된 소통

이 시대의 화두는 소통입니다. 그만큼 소통이 어려운 시대죠. 작년 촛불 시위 때 명박산성도 그렇거니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기간동안 서울광장을 가로막은 전경차들 역시, 우리 시대의 한계를 보여주죠. 소통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벽을 만드는 정권, 이것은 지금 정권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죠. 우리 모두가 돌아봐야할 과제입니다.

소통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나’와 ‘나’의 소통입니다. 자신은 자신에게 이방인입니다. 자신을 모를 때가 얼마나 많나요. 품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스스로를 낯설어 하다가, 후회만 되풀이하는 자신을 미워하면서 세상 떠나기 일쑤입니다. 자신과 먼저 소통을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해결이 안 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자신과 화해를 하여야 삶으로 자기가 바라는 뜻이 흐르게 됩니다.

다음으로 ‘나와 남’의 소통입니다. 'ㅁ'이란 자음이 하나 더 있을 뿐인데, 남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죠.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황당해하며 남을 바꾸려고만 할 뿐 왜 그렇게 되었는지 깊게 생각하진 않죠. 관용의 부족은 관계의 가난을 낳지요. 지금 이 시대가 불행한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관계가 고파서입니다. 그렇기에 타자에 대한 상상력, 예민한 감성이 필요하죠. 시공간에 부딪혀 자기밖에 모르는 ‘나’를 넓혀야만 남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서로 그런 애를 쓸 때, 비로소 소통이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나와 세상의 소통’입니다. 사람은 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죠. 사회와 자신은 겹쳐있기에 자신이 행복하려면 사회가 행복해야 합니다. 결코 홀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사회의식과 공공성이 나옵니다. 그러나 사회가 아파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 많죠. 그들이 권력을 가질 때, 세상은 불행해지고 우리가 불행해집니다. ‘세상과 나’는 결코 둘이 아니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 평생 소통하려고 한 사람입니다. 가난에 찌들었던 젊은 날, 절망만 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길을 찾았죠. 나와 나의 소통. 언제나 낮은 자세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몸으로 보여줬죠. 나와 남의 소통, 이른바 ‘성공’하여 혼자 거들먹거리며 살 수 있었지만 권력을 나누고, 사회책임을 강조했죠. 나와 세상의 소통, ‘노통’은 한평생 소통을 실천한 사람입니다. 이젠, 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소통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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