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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방문기(2)민둥산
박인환  |  gojumool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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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0월 21일 (금) 00:00:00 [조회수 : 3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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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민둥산
해마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질 때면 작은형과 함께 앞산을 오르내렸었다. 나무를 베기 위해서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나무를 베기 시작했으니 참으로 오래된 이야기이다. 우리 형제들과 이웃의 몇몇 친구들 때문에 그 높고 가파른 앞산은 가을만 되면 늘 벌거벗곤 하였었다.


나무를 잔뜩 해서 집으로 들어올 때마다 항상 두 가지 생각을 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하나는, ‘내 힘으로 나무를 해다가 군불을 지필 수 있다는’ 뿌듯한 생각이었고 또 다른 하나의 생각은 ‘나무와 산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우리들이 베어낸 자리가 황량하게 보이는 산에게 미안했고 속절없이 아궁이에서 불타서 재가 되어버리는 나무에 대해 미안하곤 했다. 이것은 하나의 죄의식으로 연결되곤 하였다. 그러나 어쩌랴. 연탄 살 돈이 없는 걸. 그리고 그 추운 강원도 산골짜기의 겨울에 얼어 죽지 않으려고 열심히 나무를 베었을 뿐인 걸.


가끔 고향의 골짜기를 가 보곤 한다. 그리고 내가 살던 곳의 앞산이 지금은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음을 보고 안심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생각을 하곤 한다. “아, 이 골짜기에서 사람들이 떠난 다음에야 산과 나무들이 안식을 얻게 되었구나!” 그렇다. 광산이 폐광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떠나버린 골짜기에는 더 이상 산의 나무를 베어낼 사람도 없을뿐더러 혹 조금 남은 사람들도 이제는 더 이상 군불을 지피며 난방을 하지 않으니까 산은 생명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리랑축전을 관람하기 위해 남포에서 평양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나는 40여 년 전의 내 고향 앞산을 생각하게 되었다. 도로 양편에 보이는 산들이 너무나 황폐하여 있었다. 해마다 가을이면 벌거벗던 내 고향 앞산은 거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60km를 가는 동안 숲이 있는 산을 보지 못하였다. 가끔 소나무가 무리지어 있는 산들은 보이는 것으로 보아 소나무만은 베어내지 못하게 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이들에게 “주민들이 겨울 난방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 물론 석탄을 때지요.” 하는 대답을 하였다. “그렇군요.” 이렇게 맞장구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석탄마저 충분치 않은가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한 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연료부족으로 추운 겨울을 따뜻이 보내지 못하는 듯한 동포들이 불쌍하였다. 그리고 그 헐벗어버린 산들의 황량함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그래도 우리는 씨는 남겨두지 않았던가. 그래서 다음 가을이 오면 작년에 베었던 곳을 피하여 나무를 베곤 하였었다. 그러나 그곳은 그렇지 않았다. 온 산이 민둥산이다. 새끼나무를 싹틔울 씨앗을 떨어뜨려 줄 나무마저 없는 듯 보였다. 아, 언제 저 산들은 나무로 덮인 자기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 그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주는 산이다. 좋은 공기, 추위를 이겨내게 하는 땔감,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목재들... 그러나 북녘의 산들이 이미 그런 것들을 줄 능력을 빼앗긴 듯이 보이는 것은 단지 나의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가?
북녘의 민둥산은 어쩔 수없이 산에게 몹쓸 짓을 해댔던 나의 40여년 넌 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였다. 그리고 그 민둥산은 오늘의 북한 동포들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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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수 (210.106.209.88)
2005-10-29 11:51:29
너무 잘 읽었습니다^^
목사님의 마음처럼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이렇게 오고가고하다보면 통일이 정말 도적같이 올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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