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생명과 함께하는 고난주간 금식 기도회를 시작하며.

계양산에서 평화로이 살던 도롱뇽들이 참담하게 죽어갔습니다. 용산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갔습니다. 바야흐로 뭇 생명과 민초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민중들의 고난은 더욱 심해지고, 생명들의 탄식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무릇 온 세계는 거룩한 한 몸 생명공동체입니다. 뭇 생명들이 있음으로, 사람이 살 수 있고, 그대가 존재함으로 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명들이 죽임을 당하면, 더 이상 사람들의 목숨도 안전해 질 수 없습니다. 민중들의 수난과 죽음이 심해지면, 사회는 극심한 혼란과 갈등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랑이신 하느님은 뭇 생명과 민중의 고난속에서 함께 아파하십니다. 나아가 이들의 해방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가십니다. 하느님의 이러한 뜻을 지극정성으로 실천했던 예수 그리스도 또한 고난받는 생명과 온전히 하나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은 민중 수난의 극치요, 뭇 생명들의 고난의 절정입니다. 부활한 그리스도는 오늘도 더욱 극심해지는 뭇 생명의 고통에 함께 하시며,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2009년 고난주간을 맞이하는 우리 인천지역 그리스도인들은, 계양산 도롱뇽들의 수난속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발견합니다. 돈과 권력의 힘을 앞세운 사람들의 오만과 무지의 횡포속에서 도롱뇽과 그리스도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비극적 죽임당함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폭력과 죽임의 세력에 맞서, 온 생명을 던져 저항한 평화와 생명살림을 위한 헌신이었습니다. 그 헌신은 부활사건으로 이어져 생명의 회복과 평화의 실현으로 꽃피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2009년 고난주간과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부르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습니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뭇 생명과 민중들의 부활의 밑거름이 될 고난과 저항의 십자가 행진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때임을 느낍니다.
이에 ‘고난받는 생명과 함께하는 고난주간 금식기도회’를 시작합니다. 생명과 민중의 고난과 탄식소리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하지 못했음을 아프게 뉘우치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더욱 비우고 낮추어, 생명살림과 평화를 향한 십자가 행진에 기쁘게 참여하겠습니다.

2009 년 4월 6일 고난주간 첫 날에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인천지역 그리스도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