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차(2009.03.28) 소식>
- 묘향산으로 찾아가는 2009년 기도순례 첫걸음의 시작  -  

 희망을 만드는 것은 당신입니다. 희망을 만드는 지극정성의 기도 역시 당신의 기도입니다. 순례단은 오직 당신이 열어주는 길에서 함께하는 수많은 마음들을 만나 힘을 얻고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갈 뿐입니다. 그 길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가는 희망을 찾을 것이며, 이 땅에 평화를 일구는 수많은 국민을 만날 것입니다. 이 길에서 진행되는 순례단의 기도는 바로 희망을 일구는 당신을 위한 기도입니다.

<새로운 출발선에서>

지난 2008년 순례단은 우리 시대의 아픔의 현장에서 순례의 첫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촛불, 비정규직, 새만금 등 우리 시대의 아픔의 현장을 시작으로 소외된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보았고, 우리의 곁에서 사라지는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 시절은 봄을 향해 가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엄혹한 겨울의 문턱에서 멈추었습니다. 모두가 희망을 말하였지만 시절의 희망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 상황에서 다시 길을 떠납니다. 가슴에 돋는 시절의 아픔은 우리의 희망을 찾아가는 밑거름일 뿐입니다. 다시금 우리 스스로 생명의 터전에 나를 낮추어 귀의하며 우리를 되돌아 볼 것입니다. 엄혹한 겨울의 문턱이 멈추어 선 듯 하지만, 우리의 마음에 희망이 있고 생명의 기운이 있다면 소생의 시절인 봄일 것입니다. 그렇게 천지만물이 생생약동하는 봄을 따라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순례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의 국토와 국민의 평온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희망을 찾기 위해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생명을 생명으로 여기는 세상, 대립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공존의 세상을 위해 쉼 없이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녹색'과 '생명'의 뜻이 전도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순례단은 지난 2008년 순례 첫걸음의 마음을 깊이 간직하고, 이 기도의 길에서 소수를 위해 희생되는 사회적 약자와 생명들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땅을 일구는 지렁이와 우주적 삶을 보여주는 한 마리 자벌레의 몸짓으로 힘과 경쟁, 속도와 자본을 내세우는 시대를 넘어 희망을 일구겠습니다.

<묘향산으로 향하는 순례길>

이른 아침. 순례가 시작될 신원사 중악단 앞 마당의 고목에 오색딱딱구리 한 마리 부지런히 소리를 냅니다. 새로운 순례가 시작되는 날을 아는 듯 고요한 산사에서 홀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순례단 역시 바쁜 하루였습니다. 하루의 시작이 순례의 시작이고 끝이듯이 빠진 물품은 없는지 혹은 오늘 하루 가야 할 길 상태가 어떤지 아침부터 바쁘게 점검하였습니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 전종훈 신부님은 신원사 경내에서 오랜만에 오체투지 자세를 취하시며 자세를 교정하고 보호대를 점검하기 바쁩니다. 서로 웃으시며 길 떠날 준비를 하시는데, 이를 지켜보는 진행팀은 마음이 아프기만 합니다. 순례의 출발 시간이 다가오는데 마음 같아서는 시간을 멈추게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 상황에도 하늘과 땅 천지신께 순례를 고하고 무탈한 일정을 기원하는 천고제 시간이 되어가자 많은 분들이 행사장에 모였습니다. 천고제는 중악단 마당에서 천주교 안동교구의 김영식 신부님의 사회로 천고제 시작을 알리는 대고 울림과 비나리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정화의식과 영신을 거쳐 세분의 성직자가 천지신께 하늘과 땅을 모시는 의식과 차를 바치는 의식을 진행하였으며, 전주 평화동 성당과 화계사, 원주 성불원 합창단의 공동 합창이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박남준 시인의 고천문 낭독과 설정 스님의 법문, 신경림 시인의 시낭송, 이현주 목사님의 기도와 김병상 몬시뇰 신부님의 격려사로 출발행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조계종의 큰 스님이신 설정스님은 순례를 진행하는 세 성직자의 건강을 염려하며 "오체투지 순례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전환의 계기가 되길 기원하며, 참 사람 참 생명 참 평화운동"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하셨습니다.

이현주 목사님은 "지리산에서 여기까지 온 세 사람이 오늘 그 길을 다시 걸어 임진각까지 갑니다. 저 세 아들이 이것을 할 때 마치 저희들이 한 것처럼 착각하지 말게 하소서. 세 사람을 몸을 빌어 이렇게 하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들이 깨닫게 하여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김병상 몬시뇰 신부님께서는 "세 성직자 뒤에는 국민들이 있으며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힘을 몰아주고 있다"며, "국민의 노력으로 이룩한 인권과 민주화가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이후 임진각과 묘향산으로 향하는 2009년 기도순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과 끝이 하나이듯이 기도순례의 첫걸음은 중악단 마당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단 한번의 기도에서도 지극한 마음을 모으고 단 한번의 걸음에서도 나와 우리를 되돌아보는 과정이 함께 합니다.  

세분의 성직자 뿐만이 아니라 오늘 순례 일정에 함께 한 많은 분들이 오체투지 형식의 순례에 함께 동참하였습니다. 중악단 마당에서 신원사 입구에 이르는 길을 쉬지 않고 진행하였으며, 모두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온 몸을 낮추어 생명의 터전인 대지를 보듬어 안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과정이기에 마음은 한 없이 평온하였습니다.  

오늘 순례는 신원사 입구에서 약 1km를 진행한 이후 오후 5시경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순례단은 공주를 경과하여 천안 방면으로 길을 나아갈 예정입니다. 회향을 기약할 수 없는 길이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생명과 평화의 몸짓과 마음을 따라 길을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찾고 또 찾겠습니다.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 오늘 참 많은 분들이 2009년 순례 첫걸음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서울 삼각산 화계사 신도분들과 전주 평화동 성당의 신자분들이 많이 참석해주셨습니다. 또한 멀리 제주도에서 오신 정경수 선생님을 비롯하여 참 많은 분들께서 순례에 동참해주셨습니다.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오세원(대전), 김명진(청주),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일동, 김은주(논산), 이낙호(사월혁명회), 성염(전 교황청대사), 가톨릭 농민회 대전교구, 생태지평 등에서 후원해 주셨습니다. - 중악단 천고제와 관련하여 극단 우금치 관계자분들게서 수고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2009. 03. 28  

기도 - 사람의 길, 생명의 길, 평화의 길을 찾아서
진행팀 문의 : 010-9116-8089 / 017-269-2629 / 010-3070-5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