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에서 온 편지-만나 유정란

어느 꼬꼬 엄마 이야기

                김 원 숙 집사(새샘교회)

나는 천 명의 아이들을 둔 꼬꼬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하루 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어깨 위에도 올라가고 등 위에도 올라탑니다. 내가 알을 주우러 들어가면 쪼르르 달려와서 “엄마 이거 내가 낳았어요”, “나도 낳았어요”, 자랑합니다. 식사시간이 되면 앞으로 모두 달려와 몰려와서 빨리 달라고 아우성을 치지요.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약을 전혀 먹이지 않습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병을 이길 수 있는 건강한 체질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좋은 먹을거리와 편안한 환경과 만들어 주려고 온 힘을 기울이지요.
우리 아이들이 처음으로 내게 왔을 때, 난 아직 아이들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열심히 사육하면 된다고 생각했지요. 나를 쳐다보기 위해 고개를 꼬고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해맑은 눈동자와 마주쳤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때부터 난 꼬꼬 엄마가 되었고 우린 가족이 되었지요.
처음으로 아이들이 호흡기에 걸려서 고생할 때 난 앞이 캄캄했습니다. 목이 부어서 숨을 헐떡이는 아이를 안고 기도하며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항생제를 조금만 투여해도 호흡기쯤은 금방 나을 수 있다는데, 숨을 쉬지 못해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무항생제로 키우겠다고 한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내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좋게 하려고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양심의 가책도 들었지요. 수의사는 말하기를 “항생제는 15일이면 체내에서 다 빠져 나가니까 15일간만 계란을 일반란으로 바꾸어 판매하면 된다” 라고----.
이 문제를 놓고 간절히 기도할 때에 우리 계란의 홍보지에 “어린아이들에도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계란입니다” 라는 문구가 떠올랐지요. 나는 이것을 하나님의 응답이라 생각하고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았지요. 대신 생약으로 만들어 1 병에 10여만 원을 호가하는 면역 증강제를 먹이며 겨우 고비를 넘겼지요. 그 때 내가 아이들에게 항생제를 먹였더라면 호흡기는 쉽게 나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호흡기가 걸릴 때마다 매 번 항생제를 먹여야 했겠지요. 그것도 점점 더 많이 ---.
그 때부터 나는 아이들을 병에 걸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로 만들어주기 위해 온 정성을 기울입니다. 그래야만 소비자와의 약속과 나의 소신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이제 나의 아이들은 웬만한 질병은 잘 걸리지도 않고 간혹 병이 오더라도 거뜬히 이겨내는 건강한 체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정성껏 낳아준 계란을 판매하는 마트에 가보면 나는 화가 납니다. 넓은 장소에서 땅을 밟으며 암탉의 배나 먹는 수탉을 함께 자유롭게 놀며, 몸에 좋다는 홍삼, 포도, 청국장, 마늘 --- 을 먹고 항생제는 근처에도 가지 않고 우리 아이들이 낳은 유정란과 영양란이 판매대 위에 나란히 있지요. 유정란이 1개 팔릴 때 영양란은 10개가 팔립니다. 대개의 영양란은 닭들이 엉덩이도 돌릴 수 없는 좁은 케이지라는 감옥에서 한 농장에서 수 만 마리에서 수십만 마리씩 사육되고 있지요. 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정기적으로 먹이고, 또한 몸속에 축적되어 소화기에 장애를 일으켜 닭의 수명조차 단축시키는 식용색소를 먹여 계란 노른자를 일률적으로 노랗게 물들여서 영양란이란 미명하에 잘도 팔려 나갑니다. 솔잎, 홍삼, 녹차...브랜드는 호화롭지만 그걸 얼마나 먹였는지는 닭만 알지요. 영양란과 일반란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유정란이 어떻게 다른지,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바로 안다면 이런 소비 형태는 없어지겠지요.
우리 농장의 이름은 만나농장입니다. 나는 이 꼬꼬닭의 엄마로서 이 귀한 계란을 생산해내는 이 닭들이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에게 혹사당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적어도 이 귀중한 계란을 생산하는 일만이라도 자본주의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닭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사람에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으며 품질 좋은 알을 낳을 수 있었으며 하는 염원을 가져봅니다.
나의 사랑하는 꼬꼬 아이들과 우리 만나농장을 믿고 유정란을 사랑해주시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나는 앞으로도 계속 꼬꼬엄마로 살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일이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일임을 믿으니까요.

2009. 3. 20
만나농장 꼬꼬엄마 김원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