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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보다 아름다운 귀농인(歸農人)을 찾아서지리산 하동 삼화실(三花實)마을 하늘빛 산촌농장의 '권기주님 김홍중님 부부'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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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3월 24일 (화) 15:51:08
최종편집 : 2009년 03월 25일 (수) 10:34:42 [조회수 : 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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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시건 농촌이건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중에서 30년 전 산업화가 진행된 농촌은 대규모 이농으로 농업의 몰락과 공동체문화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자연과 생태계의 순환, 공동체의식, 함께 일하고 쉼을 갖는 문화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서구의 경제와 학식으로 통하는 현재의 가치가 사회를 왜곡시켜 버린 셈이다.

물질문명의 발전은 자연을 파괴하는 과정을 거쳐 농촌과 농업, 농민 나름의 질서와 다양성의 문화가 초국적 자본에 의해 상품화되고, 불평등이 가속되는 교육, 질 낮고 먼 거리에 있는 의료, 급속한 고령화와 도시화에 따른 상대적 패배감 등이 농촌마을의 공동체붕괴와 공동화를 가져왔다. 지금 농촌엔 자연만 있고 문화가 없다. 그래서 삶의 고향인 농촌에 문학과 철학, 종교를 담을 수 있는 원형을 되살려야 한다.

   
▲ 하늘빛 산촌농장의 권기주님의 안내로 매실나무 밤나무 감나무 고사리 밭 등을 기도하듯 돌아보면서 사랑으로 키운 농작물에 대한 설명을 감명깊게 들었다. ⓒ 류기석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진실한 농부들의 네트워크인 생태공동체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농촌, 환경, 공동체, 선교운동은 물론 체험과 볼거리가 된다. 즉 삶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현재 활력을 잃어 공동화된 농촌마을에 전원마을이나 생태마을을 만든다며 산을 깎고 들을 메우고 강을 막아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방식이 아닌 산과 들, 냇물이 자연과 조화되도록 내 삶을 맞추는 방식인 것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농촌과 농업을 되살려야 한다. 농촌은 사람과 사람 뿐만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중-소규모의 사람중심의 마을이 지속 가능한 생산, 교육, 문화, 관광, 의료, 복지 등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를 만든다면 대안사회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필자는 10년 전부터 생태와 공동체 그리고 마을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도시의 자각한 분들이 짓는 계획적인 생태공동체마을을 꿈꿔왔다. 제한된 농토에 많은 노동력이나 자본을 써서 수확을 내는 돈 버는 농사보다는 자연이 순환되는 자급자족의 영농방식인 1차 산업이 기본, 개인의 다양한 특기나 소질로 생활비 등의 경제를 돕는 2차 산업 그리고 마을이 지향하는 영적 가치의 일(협동조합)과 놀이(문화)로 생태공동체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 지리산 하동 삼화실(三花實)마을 평방골짝 산허리에 자리한 '권기주님 김홍중님 부부'의 하늘빛 산촌농장 전경 ⓒ 류기석

나는 이를 골짜기문화라고 한다. 다소 생소한 감은 있지만 '비어있는 오지의 산골짜기에 한 가정, 외로우면 두 가정 등 최대 12가정이 하나의 생태문화로 공동체를 이루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는 환경과 친화적인 생태건축요소를 도입하고, 자연적인 오수와 폐수처리,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태양광 태양열 풍력 및 수력 지열 등의 발전소를 운영한다. 일거리로는 우선 생태유치원과 숲 속 어린이집은 물론 참 배움의 학교도 세울 수 있고, 마을복합문화공간으로 도서관과 환경출판, 공연장, 회의장도 만들 수 있다. 자연이 순환되는 다양한 유기농업단지에서는 체험시설과 교육연구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 야생잡초나 수목 등 향기식물(허브)의 이용과 응용연구, 다양한 컨설팅으로 지역사회의 대안을 만들어주는 모델의 마을을 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껏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사야서와 요한계시록의 말씀처럼 새 하늘과 새 땅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 그곳에는 의가 있고, 가난한 이웃들이 소망을 품을 수 있는 곳, 그곳은 다름아닌 오지의 농촌인 것이다. 생명의 근원인 땅이 있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때론 열정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요즘 세상에 이런 착한농부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런 분을 만났다. 지난 주말 경남 하동군 적량면에서 매화꽃 보다 아름다운 귀농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부부는 남들이 박수칠 때 도시의 삶을 과감하게 접고 새 사람이 되어 전혀 연고라고는 없는 경남 하동에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찾은 것이다. 이 부부는 남들이 멸시하는 농촌에서 천대하는 농부로 진실되게 살고자 한 것이다.

   
▲ 산촌지기 권기주. 김홍중, 귀농한지가 4년째 접어든다. ⓒ 류기석

2009년 3월13일 지리산자락 하동에 자리 잡은 매화꽃보다 아름다운 귀농자 권기주(50)님과 김홍중(43)님 댁을 찾았다. 전날 많은 비와 북쪽에서 찬 대륙성기후로 인해 한바탕 꽃샘추위가 왔던 날이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곧장 하동 나들목까지 4시간정도 걸려 도착했다. 늦은 밤이라 하동지리가 시원치 않아 전화로 물어물어 하동읍내를 살짝 비켜나 있는 적량면으로 향했다. 2번 국도에서 적량면 면소재지로 접어들면서 깊은 산골로 이어져 목적지인 하동군 적량면 삼화리 마을에 도착했다. 사륜화물차로 산길을 달려 마중 나오시는 권기주님 얼굴을 보니 믿음직스러운 농부의 살가움으로 넘쳤다. 그곳으로부터 2키로 쯤 떨어진 산허리의 좁다란 산비탈을  길을 열심히 올랐다.

지리산 너른 품에 안긴 살림집은 오밤중이라 자세히 보진 못했다. 밤부터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바로 주인장의 안내에 따라 안채에 들었다. 본래 농사를 짓던 농가에 부엌과 거실을 달아낸 집을 외부만을 손보아 살고 있었다. 귀농초기 바깥일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내부공간을 손볼 여유가 없었다는 주인장님의 말은 있었지만 그런대로 내부도 운치가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이다. 술상을 내오시는 부인께 올 가을쯤 내부단장에 들어갈 것임을 공식적으로 건네시는 말에 의지가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귀농 10년을 준비한 그가 밑그림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찾은 곳이 전국귀농운동본부다 그곳 귀농학교 24기를 마치고 이미 마음으로 동요된 참 행복하게 사는 길인 귀농은 다른 이유가 필요 없었다. 2년 후인 2005년 10월 두 부부는 지리산이 있는 하동으로 갑작스럽게 내려오게 된 것이다.

권기주님 부부는 3년 전 귀농운동본부 천연염색 '물들임'이라는 모임에서 간간히 아내와 함께 만난 적이 있었다. 이후 하동에 너른 면적의 땅을 구입하여 내려가신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 우리부부와의 대면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가움도 잠시 김홍주님에 의해 차려진 소박한 안주와 하동지역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사람과 사람간의 짜릿한 교감을 정겹게 풀어 놓는 장이 되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들 부부의 산골체험은 잔잔한 감동으로 내 마음을 울렸다.  

권기주님은 귀농 전 일산에서 출판업을 하다가 파주에서 1000여평 주말농장을 한 경험이 전부란다. 농사라기 보다는 주말농장의 첫 경험은 농약이나 제초제,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 밭이 순식간에 잡초 밭으로 변한 것을 보고는 초보농부는 열평에서 스무평 정도의 텃밭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렇듯 농사경험이라곤 전무 했던 그가 겁도 없이 뛰어든 1000평 농사는 끝내 실패했다. 땅 주인은 풀을 재배하는 꼴은 못 보았겠는지 땅을 되돌려 달랬다고 한다.

   
▲ 산비탈 2만여 평에 달하는 매화과수원을 지나니 매화꽃이 만개했다. 매화꽃 향기를 처음으로 느껴본 순간이었다. 그 신선한 향기는 인근의 산허리를 온통 뒤덮었다. ⓒ 류기석

그러나 그의 관심사는 여전히 농촌과 농업에 있었던 모양이다. 사업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사업을 정리하고 귀농을 한 것이다. 아내는 2~3년 천천히 기다려보다가 귀농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는 "이때가 아니면 떠날 수 없다."라는 신념으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용기를 낸 것이다. 결코 쉽지는 않은 결정이지만 그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해도 농촌사람으로 가서 살고 싶었다고 한다. 애초 그의 귀농지는 영동과 공주, 논산 쪽이었으나 행정수도 등으로 땅값이 폭등해 부득이하게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알고지내는 하동 현지주민의 안내를 받아 땅을 답사하던 중 마땅한 곳이 나타나질 않자 그는 자기가 살던 현재의 이곳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곳을 보고 이틀만에 바로 계약했다고 하니 그의 귀농에 대한 열정은 알고도 남는다. 이곳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 동리 1289-1 이정마을 속의 삼화실마을 평방골로 통하는 곳의 농가와 임야 등 총30,000평을 차례대로 매입하고 5개월 후에 바로 귀농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귀농결정에 대해 후회는 없다 한다.

그가 하동으로 귀농하자마자 첫 농사는 지역농민들의 일손을 돕는 것이었단다. 대부분 65세 이상인 이웃들의 일손걱정은 끝이 없다고 한다. 귀농당시 이 마을의 소득 작물은 취나물, 고사리, 매실, 밤이었는데 특히 취나물은 비닐하우스를 통해서 재배를 하기 때문에 노령의 어르신들이 비닐하우스를 씌우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의 일보다는 노임이 별도로 주어지지 않는 이웃들의 취나물농사용 비닐 씌우기에 팔을 걷어 붙였다고 한다. 이집 저집 동네 한 바퀴를 다 돌고서야 일을 마친 그에게 마을사람들의 신뢰가 쌓여 매우 우호적이 되었단다. 이러한 과정이 현지인이 외지인 경계에 대한 텃세를 줄이고 마음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 우리부부는 맑은 햇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귄기주, 김홍주 부부의 꿈과 희망을 들으면서 손수 만들어 내놓으신 차 맛에 반했다. ⓒ 류기석

그 후 우연찮게 취나물농사를 짓게 된 동기는 몸이 아파 취나물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동네 아주머니가 150평 3동, 총 450평의 비닐하우스 취나물 농사를 맡긴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이 농사로 첫해 650만원의 수입을 올렸고, 다른 작물들의 소득까지 합치면 그가 귀농하여 첫해 올린 수입의 총액은 1,800만원이란다. 주요소득 작물은 취나물, 고사리, 매실, 밤이라고 한다. 아마 순수하게 귀농하여 첫해 이처럼 많은 소득을 올린 귀농인은 없을 것이다. 그는 그때 귀농인으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동네사람들에게 보여주었고, 그 결과로 마을사람들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첫 번째 지은 벼농사는 완전히 망쳤다고 한다. 460평의 논에 심은 벼 수확량은 고작 쌀 3가마였다. 친환경농산물을 위하여 농약이나 제초제,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일일이 풀을 베고 돌을 고루는 유기농업을 위한 쌀을 생산했지만 결국 수확량이 적어 실패한 것이다. 그때 생산한 첫 유기농 쌀로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떡을 해서 돌렸더니 처음 시큰 둥 했던 반응으로 실망했단다. 하지만 얼마 후 그분들의 입에서 그 떡에 대한 예찬을 듣는 순간 마을공동체로 사는 기쁨(情)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 교육이 문제였다. 큰아들 혁민(21)은 대학재학중인데 군 입대를 앞두고 있고, 작은아들 혁우(17)는 하동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시골이라지만 아침 출근시간대와 저녁 퇴근시간대 만큼은 산골에도 버스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아직까지도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작은 아들의 통학을 일일이 챙겨주는 불편함이 있었다. 우리가 도착해서도 잠깐 둘째 아들을 데리러 읍내에 다녀왔다. 이후 밤이 늦도록 서로의 관심사항에 대한 의견도 나누고 귀한 귀농정보도 많이 들었다. 자정을 넘겨 권기주님이 손수 지었다는 산촌토방에 들어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 그가 손수 공을 들여 만든 '하늘빛 산촌농장' 회원들을 위한 황토방이다. ⓒ 류기석

그가 손수 공을 들여 만든 하늘빛 산촌농장 회원들을 위한 황토방이다. 동쪽으로 난 아궁이에 찬바람을 막기 위한 대나무벽체를 세우고 열 평 정도의 황토방은 심벽을 세워 안과 밖에서 흙을 채운 100% 천연벽체에다 한지를 붙이고 바닥은 한지에 콩기름을 발랐다. 암튼 황토방의 이것저것 많은 신경을 썼다. 방안에는 예쁜 통창을 두 개 두었는데 자연스러움에 반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깊은 밤, 아내가 내려오기 전 방의 온기를 살펴야 한다며 세심하게 배려한 덕분으로 황토방은 대만족이었다. 구석구석 그의 손길로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매화꽃의 향기를 잘 모르겠다는 아내를 위하여 매화나무 가지를 잘라 황토방에 꽃아 주는 센스도 만점이다.

밤새 강한 북서풍의 찬바람이 지붕을 뒤흔드는 소리로 귓전이 시끄러웠으나 아침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했다. 해맑은 햇살도 꽃샘추위에는 맥을 추지 못하는 아침을 맞으며 그의 아내가 차린 자연밥상을 맞았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가 농촌에서 정성껏 재배한 자연산 고사리, 취나물, 원추리, 깻잎, 배추 저림과 김치, 깍두기, 된장찌개의 감칠맛은 도시에서 누리지 못할 농촌만이 갖는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다. 매화꽃보다 아름다운 귀농인 부부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 넌지시 오늘 밤나무 심는 작업이 있다기에 도와줄 요량으로 물으니 오전 작업은 땅이 얼어 못하고, 오후에 하신단다. 부득불 하늘빛 산촌농장 천천히 기도하듯 돌아보면서 사랑으로 키운 농작물을 대했다 .

   
▲ 하늘빛 산촌농장을 들러보면서 느낀 것은 드넓은 농장의 규모에 놀랐고, 때마침 매화꽃이 아름답게 피어 정신과 영혼까지 새로운 의식으로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 류기석

산비탈 2만여 평에 달하는 매화과수원을 지나니 매화꽃이 만개했다. 매화꽃 향기를 처음으로 느껴본 순간이었다. 그 신선한 향기는 인근의 산허리를 온통 뒤덮었다. 대봉감나무 과수원과 고사리농장, 밤나무 농장 등이 자리한 그의 농장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농촌지역에는 아직까지도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그의 농장은 농약이나 제초제, 그리고 비료를 쓰지 않고 농사를 짓는 바보짓을 하고 있다. 이웃들이 조롱하는 수모를 겪어가며 열심히 농사짓는 우리의 깨인 귀농자들에게 평화주시기를 기도하면서 나의 작은 실천이 자연과 인간을 살린다면 그것은 곧 나를 위한 일로서 정말 행복한 길이고 진리임을 깨달았다.

그는 요즘 유기농 매실농사를 지으면서 소비자로부터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머리로 아는 유기농은 때깔도 없고 못생기고 흠집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현실은 재배환경은 말할 것도 없이 때깔 좋고(농약사용) 잘 생기고(농약사용) 흠집(농약사용)없는 일반제품을 선호하는데서 오는 괴리감이다. 그래서 이번 농사부터는 매실농사만 작전을 바꿨다고 한다. 유기적인 농사법을 잠시 뒤로하고 마을 분들보다는 한 단계 위인 저농약 농사로 일단 후퇴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전략으로 그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머리로가 아닌 행동으로 실천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 천천히 이정마을을 나와 하서 중서 삼화저수지 칠보정사 동점마을까지의 길이 궁금하여 매화꽃도 감상할 겸 드라이브에 나섰다. ⓒ 류기석

작년까지 그의 농사는 농장의 큰 밑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에서 터를 다듬고 집과 창고 등 외형을 고쳐나갔다면 올해는 집을 중심으로 작물을 심고 가꾸는 농장계획을 추진할 것을 일러주었다. 특히 자연산 고사리의 품질은 전국최고라 한 번 맛을 본 고객은 단골이 된다고 하니 고사리 매니아는 주문을 서두르기 바란다. 고사리는 매년 수확량을 늘려 생산하며, 고정된 수입원으로 만들고 매실나무는 300주 정도로 올해부터 많은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곶감을 생산할 감나무는 200주정도이고, 이밖에도 둥굴레뿌리, 솔잎, 돌배, 돌 복숭아, 산뽕나무 등을 이용하여 야생차나 효소발효액으로 만들어 일부는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직접 덖어 소량이 만들어지는 감잎차(50g 1봉 15,000원)는 맛이 좋으니 주문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하동의 특산물인 녹차 밭을 황토밭 밑에다가 조성했는데 앞으로 녹차나무가 자라고 꽃이 필 때쯤이면 호텔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하늘빛 산촌농장을 들러보면서 느낀 것은 드넓은 농장의 규모에 놀랐고, 때마침 매화꽃이 아름답게 피어 정신과 영혼까지 새로운 의식으로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작년 '6시 내 고향' 방송이후 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여럿 만나보았는데 대부분 현실도피 형이라 안타까웠다고 했다. 귀향이든 귀농이든 체계적인 몸과 마음의 준비 없이 도시에서 갑작스럽게 농촌 행을 결심하는 분들은 아름다운 전원생활의 이상과 가슴 아픈 농촌의 현실을 잘 구분하기 못하여 가정과 사회에 주는 피해가 적지 않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그가 요즘 인근의 묵정풀밭을 5년간 무상 임대하여 더덕 밭을 조성하고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다. 남들은 멧돼지의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한 농작물에 도전장을 낸 것인데 조금 걱정은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멧돼지 퇴치만큼은 우리부부가 다년간 고구마농작물에 실험을 해보았던 터라 전문가다. 앞으로 하동을 오가며 그 노하우를 천천히 전수해줄 것이다.

   
▲ 삼화리 북쪽 끝 마을인 동점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많은 친전을 베풀어주신 동네 어르신들과 깊은 산골정담을 나누었다. ⓒ 류기석

올해도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는 자연과 순환하는 농부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질 것이다. 고사리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허리가 여러 번 절단날 것이라는 안주인의 의미심장한 말이 귀전에서 맴돈다. 끝으로 우리들이 이분들을 위해서는 착한소비자가 되는 것인데 건강과 안전, 환경까지 고려한 생산자를 위해 믿고 사는 문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도시회원이 되고자 하시는 분들은 메일이나 댓글을 바라며, 지리산 가는 길에 들러 차(茶) 한잔 하시기를 권한다.

우리부부는 맑은 햇살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 귄기주, 김홍주 부부의 꿈과 희망을 들으면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천천히 이정마을을 나와 하서 중서 삼화저수지 칠보정사 동점마을까지의 길이 궁금하여 매화꽃도 감상할 겸 드라이브에 나섰다. 매화꽃 가로수길이 인상적이었으며 녹청색저수지와 푸른 산 그리고 쪽빛의 하늘이 잘 어울렸다. 마지막 동점마을에서 임도 길로 악양면 평사리까지 단숨에 달려가려고 했으나 동점마을회관 어르신들이 위험하다 말리는 바람에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어르신들이 간식으로 가져온 토란을 먹고, 하동산골의 정담을 나누었다. 그곳에서 점심을 내주어 맛나게 먹고는 되돌아 나와 처가가 있는 순천으로 향했다.

다음은 하늘빛 산촌농장 귀농((歸農) 부부의 글이다.

산촌지기 권기주. 김홍중 인사드립니다.

저희 매실과 고사리를 주문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귀농한지가 4년째 접어듭니다. 참 행복하게도 첫해 초보 농부로서는 너무 분에 넘치는 수학을 거두었습니다.

정성스레 씨를 뿌리지 않았음에도 취나물과 고사리, 매실까지 어찌 보면 그냥 농사지은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더 열심히 참 먹거리를 생산하라는 하늘과 땅의 선물이라 생각됩니다.

좀 편한 길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처음 귀농한 마음대로 하겠습니다. 좀 더 겸손히 땅을 대하겠습니다. 언제라도 방문하여 주세요. 차 한 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 하동 귀농인과 인연맺기 *

하늘빛 산촌농장의 농산물로는 지리산 야생고사리가 있는데 매일 채취하여 즉시 삶아 태양 건조하는데 가격은 1근(600g)에 40,000원(택배비별도). 매실은 5월말에서 6월초에 수확하는데 미리 예약을 받는다. 일반매실(농약과 비료사용)은 수확량이 두 배이지만 무 비료 무 농약 자연매실로서 지금껏 가꾸어 왔다. 헌데 소비자들의 인식부족으로 올해부터는 저 농약으로 재배한다는 점 참고바라며, 혹 매실에 검은 반점이 있고 알이 조금작지만 향이 좋은 유기농매실을 권한다. 가장 잘 여물었을 때 그날 즉시 배송하여 최단시간에 보내드린다. 가격은 10kg 1상자에 40,000원(택배비포함).

* 하늘빛 산촌농장 홈페이지는 http://www.하늘빛산촌.com/, 연락처는 011-779-538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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