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무상집수리를 신청하신 저소득층 가구들을 방문하러 나섰습니다.

지도와 카메라, 줄자 등으로 중무장하고 이른 아침부터 나섰건만, 애초 방문목표인 12가구를 채우지 못하고 10가구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집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는 집 찾는 시간이 상담과 현장확인, 집수리설계하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산동네, 후미진 뒷골목 지하방, 무허가주택 등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둑해진 시간,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빴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지친 몸보다는 마음이 아파 내내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가난한 보금자리 풍경과 그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어찌 그 열악한 풍경과 사연들을 일일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몇 장의 사진이나마 함께 나누어, 나눔과 참여로 이어지는 소중한 끈이 되길 소망하며,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 한겨울 찬바람을 막아주었던 틈새투성이 창문. 홀로 사는 할머니의 벗인 화분들의 해바라기가 왠지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 고물을 수집해 살아가시는 할아버지의 방안.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어지럽습니다. 녹슨 난로와 버너, 소형선풍기가 말없이 가난을 웅변합니다.

▲ 아예 구멍이 난 천장 주위로 시커먼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천장은 쥐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 대낮에도 한줄기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천장과 벽은 온통 곰팡이로 가득했습니다. 매년 장마철이면 방이 물바다로 변한답니다.

▲ 구순 노모까지 모시고 사는 할머니의 집. 지붕누수를 막기 위해 장판 등을 깔았지만 역부족이랍니다.

▲ 아직도 이런 화장실이 있나 싶으시겠죠? 화장실 천정이 하도 낮아 허리를 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 연탄아궁이 오랜만에 보시죠? 한겨울 든든한 친구였지만, 할머니는 새어드는 연탄가스 걱정에 하루도 맘 편히 주무시지 못했답니다.

▲ 곰팡이 가득한 벽에 병든 아들의 가방과 모자가 걸려있습니다. 할머니는 그저 아들이 건강해지기만 소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