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불허! 그렇다.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패트릭을 만나면 만날수록 끌리는 건 무슨 시추에이션? 그게 바로 패트릭에 말려들었다는 증거.

코미디란 점 말고도 그 색깔이 너무나 닮았다. 뉴요커 걸들의 짜릿한 연애, 솔직한 섹스, 완벽한 스타일의 모든 것, 그렇게 황홀한 이야기로 떠벌리는 <섹스 앤 더 시티>에서는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 등 ‘걸들’이 설친다.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에선 ‘한 걸(걸들이 아닌)’로 등장하긴 하지만 엠마(우마 서먼)의 그 당당함만은 그녀들과 다르지 않다. 상대역의 축구, 소방관 등의 취미와 직업도 어찌 그리 닮은꼴인지.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에서는 황당한 결혼이 그 주제다. 조이(카메론 디아즈)와 잭(애쉬튼 커처)은 굳이 라스베가스의 들뜬 밤과 더불어 엮일 수 없는, 엮여서도 안 되는 커플로 탄생한다. 하지만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사람에게는 터진 잭팟의 상금이 전달될 수 없다는 이상한 법칙에서 해프닝은 전개된다.

‘황당한 결혼’이라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내가 결혼했다>가 한 수 위인지 모른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약혼녀가 결혼했다’로 변했을 뿐, 그 톤이 같다.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은 결국 뜻하지 않은 해피엔딩의 결혼! 그렇다. 그렇게 끝나는 영화 엔딩을 보며 싱그러운 웃음을 입가에 짓기를 바랐겠지. 그리핀 던 감독은.

연애박사? 엠마

연애 얘긴데 그저 연애 얘기만이 아니다. 사랑 이야기인데 그저 사랑 이야기만이 아니다. 유쾌, 상쾌, 통쾌를 유연하게 엮은 연애박사의 자신만만한 실패담이다. 실패했기에 위대한 연애박사! 그런 게 있을까? 없다. 그러나 실패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연애박사가 아닌지도 모른다.

세상이 어디 그리 말대로 되는가. 연애가 그리 이론대로만 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뜻한 대로 되는 구석이 그리 많지 않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 그건 광고카피일 뿐.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리 될 거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산다.

데일 카네기의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라는 책 -등등의 사상을 엮은 여타의 책들- 을 선호한 나머지 생각하는 것이 곧 실현이 된다거나, 생각하는 것이 곧 행동이라는 동일시는 곤란하다. 우마 서먼이 역할을 한 엠마가 그런 유의 사람이다. 자신의 이론(생각)대로 모든 연애가 진행될 것이라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소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이다.”(위의 책 48쪽)

대부분의 ‘생각과 행동’이나, ‘생각과 성공’을 다룬 책들은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것들이다. 엠마도 연애에 관한 한 적극적인 여자다. 하지만 모든 게 자신이 생각한 이론에 의해 적용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산다. 그리고 한 수 더 떠 남들도 그렇게 코치한다. 그게 문제라는 걸 모르는 채.

엠마는 연애라면 자신 있는 연애학 박사다. 라디오에서 연애 상담프로그램을 맡아 진행 중이다. 전화가 빗발치고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그녀의 연애이론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항상 그렇듯이 모든 사람이 그녀의 이론에 넘어가지는 않는 법.

진짜 연애박사, 패트릭

▲ 엠마는 연애라면 자신 있는 연애학 박사다. 라디오에서 연애 상담프로그램을 맡아 진행 중이다. 전화가 빗발치고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오, 마이 갓! 어찌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인아(손예진)가 이미 결혼을 한 남편에게 다른 남자를 사랑하니 혼인 상태인 채로 다시 결혼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황당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알고 보니 결혼을 앞두고 있던 패트릭의 여자 친구가 엠마의 코치대로 헤어지자고 했던 것.

여자의 한은 오뉴월에도 서리를 내리게 한다고? 그럼 남자의 한은? 그랬다. 패트릭은 엠마에게 한을 품었던 거다. 잘 나가고 있는 자신의 결혼에 초를 쳤으니 가만있을 수 있겠는가. 컴퓨터를 잘 다루는 어린 친구를 이용, 교묘히 엠마와 혼인신고를 마친 것.

서류상 오류란 걸 안 엠마는 패트릭을 찾아와 그저 동의하는 도장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둘은 모르는 사이가 아닌가. 패트릭도 깜짝 놀라며 당장에 동의해 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라, 그런데 왜 이리 일이 자꾸 꼬인데?

처음 본 서류상 남편 패트릭, 그는 엠마의 약혼자 리처드에 비하면 많이 모자란다. 잘 나가는 출판사 사장, 인물 훤칠하고 연애에 관한 책을 기획하며, 연애에 관한 책을 쓰는 엠마와는 찰떡궁합인 리처드! 그와는 달리, 소방관인 리처드는 불나면 부리나케 달려가야 하는 메인 몸에다, 시간 날 때면 축구를 하다 수틀리면 욕지거리나 해대는 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비교불허! 그렇다.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패트릭을 만나면 만날수록 끌리는 건 무슨 시추에이션? 그게 바로 패트릭에 말려들었다는 증거. 좀처럼 오늘내일하며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패트릭, 조바심이 나 계속 패트릭과 엮이는 엠마,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론과 현실의 차이?

결국 이론적 연애박사는 진짜 연애박사에게 손을 들고 만다. 어찌 연애가 확률에 의해 이뤄진단 말인가. 엠마의 연애 상담은 철저히 통계에 의한 것. 연애에 관한 책이나 상담코너의 이론은 이렇다. 백마 탄 왕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혼한 커플의 43%가 이혼을 한다. 감정보다 직업이 안정되고 성실한 남자가 좋다. ….

이런 이론에 충실했던 엠마는 많은 연인들을 파토로 내몰았다. 정작 자신은 안정되고 성실한 남자, 리처드에서 뭣 하나 그럴 듯한 구석이 없는 패트릭에게로 옮겨 탄다. ‘아, 그러게 사랑은 이론이 아니라니까요!’ 이제 그녀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와야 한다.

최소한의 엠마의 당당함에 대한 예의인가. 그리핀 던 감독은 엠마가 그 말만은 안 하게 만든다. 그러나 패트릭과 만날 때마다 자신을 추스를 수 없는 행동들을 통하여 이미 다 말하고 만다. 엘리베이터에서 온 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진 키스신이란. 그게 엠마의 한계다.

그녀는 열렬한 엘리베이터 키스신을 통하여 ‘난 틀렸어!’라고 외친다. 온 직원에게 중계방송을 해버린다. 그간 그녀가 쌓았던 연애박사로서의 명성은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이론 속에 갇힌 사랑이 아닌 살아서 생동하는 사랑을. 우마 서먼이 오랜만에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나 그녀의 다른 매력을 보게 하는 영화다.

▲ 이런 이론에 충실했던 엠마는 많은 연인들을 파토로 내몰았다. 정작 자신은 안정되고 성실한 남자, 리처드에서 뭣 하나 그럴 듯한 구석이 없는 패트릭에게로 옮겨 탄다.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 그리핀 던 감독/ 우마 서먼, 콜린 퍼스 연기/ 팀 토드, 야리 필름 그룹 제작/ 싸이더스 FNH 배급/ 상영시간 90분/ 2009년 3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