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장신대의 사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간 작은 지방 신학교에서 들려오던 배현주 교수의 활동과 그에 따른 평가를 접하면서 ‘부산장신대가 장차 신학교의 메카이자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우리들로서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한 부당처사가 신성한 교정에서, 그것도 언제나 어려운 이들과 고난의 현장에 함께 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고자 하는 신학교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분명 기독교 전체의 수치다.

평소 열정적이고 겸손한 모습으로 학교와 학생들을 섬겨 온 신학자에게 되돌아 온 것이 ‘재임용 탈락’이요, ‘논문 중복게재와 연구비 중복수령’이라는 것은 불순한 의도와 배후의 모함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사회에서 내건 재임용 탈락 사유는 학자로서의 양심에 철퇴를 가하여 재기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는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과연 배현주 교수가 그 독극물을 들이켜야 할 이유가 있는가? 단언컨대, 우리는 이유를 그 어디에서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사회의 배 현주 교수 재임용 탈락 결정은 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과 의혹을 노정하고 있다.

첫째, 논문 중복게재와 연구비 중복 수령은 명백한 모함이다. 이는 기획위원회로 이루어진 전문적인 논문심사 기구의 판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2008년 11월 기획위원회는 논문심사를 통해 배현주 교수에게 필요 취득 점수를 훨씬 상회하는 높은 점수로 통과했음을 통보했다. 그런데 이사회가 심사기준일인 2006년 이후의 논문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없이 이미 중복 게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된 2004년 논문을 들고 나온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나아가 연구비 중복 수령은 결국 부당하게 연구비를 착복했다는 소리에 다름 아닌데 이 또한 학술지와 비학술지를 구분하지 않고 혼돈한 것으로서 과연 이사회는 논문심사 규정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심사에 임했는지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절차상의 문제다. 이사회의 지적사항을 백번 양보해서 인정한다 할지라도 절차상의 문제는 남는다. 재임용 탈락에 대해서 관련 규정은 적어도 2개월 이전에는 본인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적정한 절차를 거침으로서 당사자와 학교 당국이 그에 따른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권 침해를 최대한 줄여 보자는 것이며 혹여 있을지도 모르는 당사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민주적인 절차다.

하지만 이사회는 뜬금없이 개학을 보름 앞둔 시점에서 급박하게 배현주 교수를 불러 이미 짜놓은 듯한 각본으로 당사자에게 소명의 기회조차 주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심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당일 저녁 구두로 재임용 탈락 사실을 통보했다. 이어 개강 하루 전인 28일 서면통보했으며 그 부당함을 호소하는 배 현주 교수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다른 교수들의 목소리마저 무시하고 귀를 여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는 그들의 의도와 소통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주지하듯이 배현주 교수는 한국 신학계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학문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학자다. 한 사람의 여성이기 이전에 신학자이며 목회자로서 그 지도력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아왔다. 또한 그 삶마저도 신앙과 일치시키려 노력해온 신학계의 귀감이다. 배현주 교수를 아는 모든 이들은 그의 영육간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다. 이런 배현주 교수를 잃는 다는 것은 배현주 교수 개인의 아픔을 넘어서 부산장신대의 아픔이요 지독한 상실이며 나아가 여성신학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아픔이요 상실이며, 한국 기독교계의 아픔이자 상실이다. 이는 부산장신대의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각계각층의 열렬한 지지와 뜨거운 관심을 보아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그리하여 아픔과 황망함 가운데서도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독여민회는 배현주 교수가 그 부당함을 벗고 복직되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등불삼아 우리는 반드시 이 어둠 가운데 진리의 불을 밝힐 것이다.

2009년 3월 16일

예수.여성.민중과 함께 하는 기독여민회

* 아래 기사들은  뉴스앤조이 김은석 기자의 기사입니다.

	▲ 부산장신대학교 법인 이사회(이사장 이성만)가 배현주 교수 재임용 탈락 근거로 삼은 '별지'. 누가 작성했는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부산 장신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부산장신대학교 법인이사회(이사장 이성만)는 배현주 교수(49)를 재임용 탈락한 근거로 '별지'를 내세웠다. 교수 재임용은 통상 교수업적평가 기관인 기획위원회의 보고서를 근거로 이사회에서 판단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기획위원회의 보고서를 '무시'하고 별지가 등장했다. 물론 이사회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게다가 배 교수는 교수업적평가에서 재임용 기준(250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점수(476점)를 얻은 상태였다. 특히 연구영역 점수는 재임용 기준 최저점수보다 135점이나 높았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배 교수를 재임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논문을 중복게재하고 중복 논문으로 연구비를 수령"했기 때문이다.

최근 학자 출신 인사가 정부 주요 요직에 앉을 때마다 문제가 되는 게 논문 중복 게재다. 재임용 심사에 절차상 문제가 있지만 별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점수와 상관없이 배 교수가 재임용되지 않은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신학자에게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이 별지를 근거로 재임용하지 않았고, 3월 6일 학교 홈페이지(www.bpu.ac.kr)에도 공개했다.

문제는 '별지'의 사실 여부다. 일단 당사자인 배 교수는 학생들이 개최한 공청회에 나서 논문 중복게재 의혹을 부인했다. 이제 이사회의 설명이 필요한 차례다. 그렇지만 이사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가 '별지'를 작성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대로 조사했는지, 관련자들을 만나 확인했는지 같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수 없다. 단지 배 교수가 논문을 중복 게재했고, 연구비도 중복해서 탔다는 '선언'만 있을 뿐이다.

임면권자인 이사장 이성만 장로(은성교회)와 배현주 교수를 불러 사실유무를 질문했다는 이사회 인사교육위원장 유화준 목사(명륜제일교회)는 "별지를 누가 썼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나는 모른다. 인사교육위원장에게 물어봐라"고 넘겼고, 유 인사교육위원장에게 전화했더니 "이사회에서 (별지를) 넘겨줬다.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다. 안다고 해도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두 사람 다 "누가 썼는지가 왜 중요하냐"고 말했다. 이사회는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문서로 한 신학자의 도덕성을 판단한 것인가. 

사무처장 "조지제 장로가 썼다", 조 장로는 부인

이들이 침묵하는 사이, 대학교 사무처장으로 법인 사무행정까지 맡고 있는 권혁성 사무처장이 별지 작성자를 공개했다. 권 사무처장은 "별지는 인사교육위원회 서기가 작성했다"고 말했다. 인사교육위원회 서기는 조지제 장로(모라교회)다. 그렇지만 조 장로가 직접 조사했는지는 "모르겠다. 사무처장은 이사회 회의에 들어가지도 않는다"라고 회피했다.

권 사무처장과의 통화 후 얼마 안 있어 조 장로가 알아서 전화를 걸어왔다. 조 장로는 "별지를 쓰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권 처장이 실언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 장로도 "별지는 누가 썼는지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사회 내부 구성원은 별지를 누가 썼는지 모르거나, 알아도 말해줄 수 없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일동은 "배 교수의 재임용 탈락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사회에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학생들도 진위를 파악하려고 이사들을 공청회에 초청했다. 이사회는 교수와 학생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배 교수는 3월 10일 열린 공청회에서 "별지를 작성한 사람은 학술강연 소책자와 학술지도 구분할 줄 모르는 것 같다. 비윤리적인 학자로 몰고 간 책임을 지고 무엇이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사회의 재고를 기다리던 배 교수는 3월 11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김동욱)에 소청심사청구서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교원이 해임, 정직, 재임용 거부, 면직 등 징계나 불리한 처분을 받은 경우 이에 대한 취소나 변경을 구하는 기관이다.  

	▲ 부산 장신대학교(총장 장현운) 본관 앞에 걸린 현수막. 학생들은 이 자리에서 매일 기도회를 열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배현주 교수(48) 재임용 탈락을 계기로 부산 장신대학교(총장 장현운) 학생들과 교수들이  "학교 행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교수협의회(회장 박만·최무열)와 함께 기도회를 열고 있으며 곧 '학교정상화를위한학생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해 이번 사건을 비롯한 학내 문제에 대응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배현주 교수 재임용 탈락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3월 10일 공청회를 열었다. 채플 후 열린 공청회에는 학생 대부분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참관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의문을 풀어줄 총장과 이사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교수 9명이 참석해 학생들의 질의에 답했다. 배현주 교수는 최근 일고 있는 논문 중복게재 논란의 진위를 설명했다.
 
학교 측 재임용 탈락 사유 담긴 별지 공개, 배 교수 해명

부산 장신대학교 법인이사회 59차 회의록에는 배 교수가 재임용에 탈락한 이유가 "별지와 같이 논문 중복 게재 및 중복 논문으로 인한 연구비 수령" 때문이라고 나온다. 학교 측은 3월 6일 학교 홈페이지 이사회 회의록에 별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해명 기회를 얻지 못한 배 교수는 별지 내용을 알고 싶어 정보공개를 요청해 기다리던 중이었다. 배 교수는 "인사카드를 떼려니까 대외비라며 교무처장과 총장의 결재가 필요하다던 학교 측이 이런 식으로 대외비인 별지를 공개할 줄은 몰랐다"고 성토했다.

문제의 별지에는 배 교수의 논문 중 '로마제국의 경제와 신약성서의 대안 경제'가 2006년 <농촌과목회> 가을호에 1차 게재됐고, 같은 해 <부산장신 논총6집>에 2차 게재되었고, 배 교수는 이를 이유로 논문비 150만 원을 수령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배 교수가 이 논문의 영문을 2008년 6월 성공회대에서 출간하는 <마당>에 3차 게재해 논문 게재료 30만 원과 연구비 30만 원을 수령했고, 조교수 재임용 실적물로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별지 내용만 보면 배 교수는 잡지에 실은 글 한 편을 학술지에 세 차례나 중복 게재하고 학교에서 210만 원이나 받은셈이다.   

이에 대해 배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농촌과 목회>에 실린 글은 2006년 아시아기독교생명농업포럼에서 아시아 목회자들과 영어로 성경 공부한 내용이다. 그런데 한국 목사님들도 참석하셔서 한글 원고를 나눠 드렸다. 주최 측이 나에게 묻지 않고 한글 원고를 비학술지인 <농촌과 목회>에 실었다. 당시 성경 공부한 내용이 학문적 가치가 있어 그 내용을 발전시켜 논문을 작성해 <부산장신 논총>에 실었다. 별지는 그것을 2차 게재라고 했다. <마당>에 실은 논문은 같은 내용이지만 영어권 학계를 대상으로 한글 논문과 다른 논리 전개를 했고 참고 문헌도 다르다. 기획위원회가 판단해달라고 연구실적에 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인 기획위원회에서 개별 논문으로 판단해 평가했다.

배 교수는 다른 세 논문에 대해서도 해명하며 "별지를 작성한 사람은 학술강연 소책자에 실린 내용을 1차 게재라고 밝히는 등 연구 활동과 연구 실적을 구분하지 않았다. 학자들이 자기 논문을 영어로 번역해 발표할 수 있다는 점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별지 내용은 신학자 배현주가 목회자 운동과 기독교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영어권 학계에 한국 신학과 목회자 운동을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중·삼중 게재라며 나를 비윤리적인 학자로 몰고 간다. 별지를 쓴 사람은 왜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기독교협의회가 배 교수의 복직을 바라며 건 현수막. 원우회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는 이 현수막을 없애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배현주 교수 옆 자리는 참석하지 않은 총장과 이사들을 대신해 동료 교수들이 채웠다. 기획위원인 한 교수는 "이사회가 기획위원회의 평가 자료가 아닌 별도 자료로 재임용을 평가한 것은 전문가인 교수들을 무시한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신학과 한 교수는 "중복 게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중복 게재라고 해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징계하는 게 절차다"라고 말했다. 교수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학생들의 질의에 "이번 사건은 배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수 전체 문제다. 오랫동안 쌓인 학교 내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일로 다시 불거졌다. 결국 궁극적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답했다.

"배 교수 문제 아닌 학교 구조적 문제"

신학과의 또 다른 교수는 "최근 이사장이 전화해 공청회를 열지 말라고 했다. 교수들이 공청회를 열고 학생들을 선동한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미 학생 측에 공청회 불참의사를 밝힌 장현운 총장은 공청회 전 채플에서 장학금 수여를 위해 올라왔다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회피성 발언을 해 학생들의 야유를 들으며 강단을 내려와야 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장 총장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홍해를 가른 모세를 예로 들며 학생들은 조용히 지켜볼 것을 주장했다. 장 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 교수 사건에 대해서는 취재에 응할 수 없다. 좀 기다리라"고 말했다.

	▲ 배 교수의 동료 교수 9명이 공청회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의에 응답했다. 교수협의회(총무 황홍렬)는 "배 교수 재임용 탈락은 교수 전체 문제이며 오랫동안 쌓인 학교의 구조적인 병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학생들은 공청회를 마무리하며 배현주 교수 복직과 학교 행정 정상화를 위해 기도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2월 넷째 주부터 매일 12시 50분에 본관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으며 150~20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여종숙 전도사(신대원 3년)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도회에 참석하지만 매일 기도회에서 설교한 교수님들이 총장실에 불려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총학생회·여학생회·원우회·여원우회 등은 비대위를 구성하기 위해 회칙을 제정하고 임시총회에서 통과시키는 작업 중에 있다. 구성찬 원우회장은 "작년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불거져 조사를 많이 해왔다. 비대위를 구성하면 바로 2차 공청회를 열 것이며 장기적으로 학교 행정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다음 주 화요일쯤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학교 문제에 대한 동문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사회와 사무처장의 오랜 비리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전 동문회장 민영란 목사(금곡성문교회)가 쓴 글이 수차례 올라왔으나 관리자가 지속적으로 삭제했다. 원우회 총무 양영철 전도사는 "부산 교계에서도 중진 목사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놓고 기도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배 교수의 복직과 학교 정상화를 위해 기도하는 학생. ⓒ뉴스앤조이 김은석

	▲ 배 교수의 복직과 학교 정상화를 위해 기도하는 학생. ⓒ뉴스앤조이 김은석

	▲ 기도하는 배 교수와 동료 교수들. ⓒ뉴스앤조이 김은석

	▲ 부산 장신대학교 본관. ⓒ뉴스앤조이 김은석

	▲ 3월 10일 학생들이 배현주 교수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다. 전체 학생 550여 명 중 45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부산장신대, 유능한 여 교수 재임용 탈락 ‘파문’ 이사회, 규정 어기고 일방 통보...보직교수 전원 사임 등 파장 확대

▲ 배현주 교수 ©부산 장신대 교수홈페이지 갈무리   부산 장신대학교(총장 장현운) 이사회가 신학부 유일의 여성 신학자이자 실력까지 인정받고 있는 배현주 교수(신약학)를 최근 갑작스럽게 재임용에서 탈락시키자, 보직 교수 전원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학생회까지 반발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 학교 법인이사회(이사장 이성만 장로)는 지난 2월 16일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배 교수 재임용 탈락을 결의하고, 배 교수 임용 만료일 하루 전인 27일 이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했다. 이사회는 배 교수가 2004년 첫 임용 당시 제출한 연구 논문 등이 몇 개 학술지에 중복 게재되었고, 이 중복 게재된 논문으로 연구비까지 중복 수령하였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배 교수는 교수 업적 평가 기관인 기획위원회에서 이 논문이 이미 중복 게재된 것이 아니라는 판정을 얻었다고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이사회의 조치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이사회가 배 교수 재임용 탈락 사실을 임용 만료일 하루 전에서야 통보한 것은 사립학교법 53조와 교원인사규정 36조 규정(임용 만료일 2개월 전 통보)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만일 배 교수가 이런 절차상의 하자를 문제 삼을 경우 이사회 결정이 무위로 끝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 교수 사태와 관련, 부산 장신대 교수 전원은 2월 2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사회 결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하루 뒤인 27일에는 교무입시처장 박종균 교수를 비롯해 9명의 보직교수들이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전체 교수들은 성명에서 배 교수는 국내외적으로 자랑할 만한 우수한 여성 신학자로서 학생들의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교단(예장통합) 주요 사업인 '생명살리기운동 10년'을 신학교육에 접목시켜 '생명목회와 생명선교' 과목을 개발하는 등 뛰어난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또 배 교수의 지난 3년 동안의 연구 업적은 재임용에 필요한 점수를 많이 상회하였다고 밝히고, 논란이 되는 논문 중복 문제는 교원소청 심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논문 중복 게재를 이유로 배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결정한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원우회·여학우회·여원우회 등도 3월 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학교와 이사회를 상대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비대위 구성을 알리며 "배 교수의 재임용 탈락 문제가 불거진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성경과 그리스도 정신에 어긋나는 결정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획위원회가 평가한 배 교수의 업적 평가 점수는 476점으로 재임용 요건인 최저 점수 250점보다 훨씬 높다. 영역별 점수 역시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배 교수는 이사회가 재심의를 하지 않을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할 예정이다.         ▲ 부산 장신대 전경. © 홈페이지 갈무리   교수와 학생들의 열띤 성토 분위기와는 달리 학교나 이사회는 아직 대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2월 28일 밤 9시 경 폐쇄했다가 3월 4일 오후에 다시 여는 등 지극히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학교 법인이사회 이사장 이성만 장로(은성교회)는 "명분이 있어야 재심의를 할 수 있다. 교원 소청 심사가 진행돼 재고하라고 하면 이사회가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이사장은 "기획위원회가 업적 평가를 올렸지만 교원인사위원회(위원장 유화준 목사)가 심사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해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용히 있으면 해결될 문제다. 배 교수가 아까운 사람이지만 시끄러우면 법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현주 교수는 2004년 부산 장신대 신약학 교수로 부임했으며, 서울대학교 인문대 언어학과(B.A.),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Th.M.), 미국 프린스톤 신학대(Th.M.), 미국 드류대학교(Ph.D.) 등을 거쳤다. 부산장신대 교수 중 유일한 여성이며, 세계교회협의회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 등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고, 2010년 개최 예정인 아시아기독교협의회 한국 측 성서연구 집필자로 위촉됐다. 최근 신대원 필수 과목으로 '생명목회와 생명선교'를 개발하는 데도 앞장섰다. 이 과목에 강사로 초빙된 10인은 2월 18일 배 교수의 재임용 탈락을 결정한 이사회를 "수준 낮은 처사"라고 비판하고 "배 교수가 없는 '생명목회와 생명선교'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