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정효임 기자의 기사입니다.

	▲1월 31일 오후 4시 시민 8000명이 용산참사 제2차 추모대회에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열흘이 넘게 영안실을 지키고 있는데 너무 힘들더라고요.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희생자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용산참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도 유가족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종교 단체는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2차 대회를 개최했다. 1월 31일 오후 4시 서울 청계천광장 인근도로에는 유가족과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 8000명의 참가자(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500명)가 모였다.

	▲추모대회에는 (좌로부터)단병호 전 민주노동당의원, 강기갑 민주노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경찰이 추모대회가 불법시위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청계광장을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추모대회는 청계광장 인근도로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모두 한 손에는 국화를, 또 한손에는 초를 들었다. 이들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을 국화에 담았고, 현 정권을 규탄하는 마음으로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뉴타운 및 재개발사업 전면 중단 △철거용역업체 해체 △진압 책임자 처벌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현선 씨가 아버지인 고 이상림 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이날 고 이상림 씨의 딸 이현선 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심경을 토로했다. "우리 아버지는 용산 4지구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했다. 예전에는 4지구라는 말도 없었는데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4지구라는 말이 붙었다. 아버지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3남매를 키웠다. 비록 사글세였지만 우리가족은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그런데 누가 우리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옥상에 망루를 설치한 것이 운동권인가. 운동권은 사회와 권력이 만든다. 우리 유가족들은 TV를 보면 두통약을 먹는다. 어제 이명박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잠도 오지 않았다. 내정자 처벌에 대해 법치주의 뭐라고 하는데 누구에게 법 운운 하는가. 국민을 죽이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이게 법인가……."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공권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아픔은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도 참석했다. 배 씨는 "1987년 내 모습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배 씨는 "공권력에 의해 가족을 빼앗겨 보았나? 형제를 잃어본 적 있나? 이 아픔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설움이다"고 호소했다. 배 씨는 정부의 진상 규명에 따라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희생자의 죽음을 대가 없이 땅에 묻을 수 없다"며 "김석기를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참사기독교대책위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정의가 승리할 것이다. 가난한자를 대변해서 헌신한 희생자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인권위원인 영탄스님은 "현 정권의 공권력 남용이 용산참사를 만든 것 같다"며 "화재참사로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추모대회는 저녁 6시 40분부터 행진으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촛불을 들고 명동으로 향했고 7시쯤 을지입구에서 경찰과 잠시 대치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시민들은 명동지역 곳곳을 촛불을 들고 걸었다. 그리고 명당성당에서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월 7일 오후 4시 청계광장에서 3차 추모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가족과 시민이 함께 행진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청계천광장에는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뉴스앤조이 정효임

[대자보 기사] "반성없는 MB에 영령들 눈 감을 수 없어"   [현장] '2차 추모대회' 원천봉쇄 속 8천여 운집…유족·시민들 절규, 눈물   이석주     ▲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진행된 '2차 범국민 추모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8천 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대자보   ▲ 이들은 본 대회를 마치고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펼친 뒤, 정리집회를 갖고 자진해산 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과 학생들은 명동 입구에서 경찰과 크고 작은 몸싸움을 펼쳤다.    ©CBS노컷뉴스 "국민의 녹을 먹는 한 나라의 대통령은 국민의 어버이여야 합니다. 어느 미친 어버이가 '배고프고 춥다'는 자식들에게 석유를 붇고 칼을 들이대나요…부디 이 헛된 죽음이 용납될 수 없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2차 범국민 추모대회-김애자 시인의 '추모시' 中)   '용산 철거민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범국민 추모대회가'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도 31일 오후 청계광장 주변과 을지로 입구, 명동 인근에서 유족들과 시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추모대회는 당초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경차량과 경력을 현장 곳곳에 배치한 경찰의 원천봉쇄에 막혀 500여 미터 떨어진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진행됐으며 이로 인해 본 행사 시작도 50여 분을 훌쩍 넘긴 오후 4시 50분 경 시작됐다.   현장에는 지난 23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1차 추모대회'에 견줘 세배 가량 많은 8천 여명(주최측 추산, 경찰-1천5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유족들과 시민사회진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인사들도 시민들과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했다.   참가자들은 가두행진을 통해 명동에서 정리집회를 갖고 저녁 7시50분 경 자진해산 했으나, 1천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은 명동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이과정에서 현장에는 크고 작은 몸싸움이 발생했으며 이중 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 원천봉쇄에도 8천여 참가…유족들 절규 "사랑한다 말한번 못했는데"   당초 이날 '2차 범국민 추모대회'는 경찰의 원천봉쇄 방침에 따라, 정상적 진행 여부가 불투명했다. 아울러 본 대회 시작 전 부터 사실상 청계광장 인근이 철저히 봉쇄돼 극도의 긴장과 제한적인 상황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 경찰은 집회 시작 전부터 청계광장 인근을 철저히 봉쇄했다    ©대자보 앞서 경찰은 2차 추모대회를 명백한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원천봉쇄' 방침을 밝힘과 동시, 이날 하루에만 55개 중대 5천 여명의 병력과 살수차 5대를 동원해 광장을 둘러싸고 진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하지만 경찰의 '선전 포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추모제에는 1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여 '용산 참사'에 따른 정부 반감이 어느 정도로 높은가를 실감케 했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이현선 씨는 직접 작성한 추모문을 통해 정부와 경찰에 대한 원망과 분노, 부친 사망에 따른 성토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 씨는 이번 참사로 숨진 고 이상림 씨의 딸이자 전날 구속된 이충연 용산철거민 대책위원장의 누나이기도 했다. 이현선 씨는 추모문을 읽는 내내 눈물을 멈추지 않았으며, 일부 현장에 모인 시민들도 애통한 모습을 보인 채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영정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대자보   ▲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대자보 "아버지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식당을 해서 두 남매를 키우시고 지극히 자상한 아버지였습니다. 누가 우리 아버지를 거리로 내몰고 죽게 했나요. 살기위해서, 용역 깡패들을 피하기 위해서 망루로 올라간 것입니다. 이 사회가 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을 '운동권'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 씨는 특히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원탁 대화' 발언 내용을 거론하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이 대통령은 '용산 참사'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철거민들의 '시위'를 문제삼는 듯한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아버지가 화염속에 돌아가시고, 동생이 감옥에 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들은 방송을 보면 두통약을 먹어야 할 지경입니다. 어제 방송을 보고 분노를 참지 못했습니다.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용역들이 욕설을 퍼붇고 서민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법은 대체 누구의 법입니까. 누구에게 법질서를 지키라고 하는 것입니까"   이현선 씨는 마지막으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애를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로 표출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아버지들은 여러분들과 똑같은 시민입니다. 많이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저에게는 두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하루에 열두번 씩 '사랑한다'고 얘기하지만, 아버지에게는 단 한번도 말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아버님 품에 안겨서 한번 만이라도 그말을 하며 울고 싶습니다"   ■ 각계 지지 물결, MB정부 맹성토…"분노 헤아릴 수 없을 것"   고 이한열 열사의 모친인 배은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장은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1년도 안돼서 귀중한 목숨을 공권력을 이용해 빼앗아 갔다"며 "용납할 수 없는 고통과 분노는 결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 이날 추모대회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자보 배 회장은 추모제 자체를 불허한 경찰과 정부에 대해서도 "이명박 정부는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겠다는 시민들 마저 경찰차로 막았다"며 "집에서 가슴을 치고 원통해 할 유족들과 시민들은 아무 댓가 없이 희생자들을 땅에 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영령들을 생각하면 추도사가 아닌, 규탄사를 해야할 지경"이라며 "철거민들의 처참한 죽음 이후 책임질 사람들은 너무도 명확한데, 무엇이 더 밝혀져야 하느냐"고 검경의 수사과정을 비판했다.   이어 "망루안에서 생존권을 외친 철거민들에게 정부는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 생명을 앗아갔느냐"고 성토한 뒤, 경찰을 향해서도 "시민들의 애도 물결에 대못질을 하고 있다. 어떻게 영령들이 눈을 감을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이 청계천 광장에 걸어놓은 대형 펼침막.      ©대자보 진보신당 노회찬 공동대표 역시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비판, "지난 1년 간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전두환 정권과 비교해도 달라진게 없다"며 "철거민들을 죽인 것은 명백히 이명박 정부다. 용산 참사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도높은 투쟁의지를 표명했다.   기독교행동 집행위원장 방인성 목사는 "이 땅이 얼마나 잔인하고 불공평 한지를 다섯 명의 열사가 똑똑히 보여줬다"며 "정의가 짓밟힌 땅이지만, 희생자들을 잊지 않는다면 이들의 의롭고 억울한 죽음은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명동입구서 격렬 대치…경찰, 5명 연행 한편 오후 6시 35분 본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서도 가두행진을 진행, 예금보험공사 앞을 시작으로 을지로 롯데백화점과 명동 입구를 거쳐 명동 성당에 도착한 뒤 정리집회를 가졌다.   유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전면에 서서 행진을 펼쳐지는 동안 나머지 참가자들은 "살인정권 물러가라", "구속자를 석방하라",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번 참사에 따른 분노와 성토를 여실히 표출했다.     ▲ 본 대회를 마치고 유족들과 시민들은 명동성당 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대자보   ▲ 이들은 명동성당 앞에서 정리집회를 갖고 1일과 2일, 다음주말의 추모제 참가를 호소했다     ©대자보 명동성당에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2월1일과 2일 추모집회에서 많은 시민들이 함께할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자를 구속하고 뉴타운 개발을 중단할때 까지 추모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투쟁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진영 중심으로 정리집회가 마무리되는 동안, 명동 입구에선 1천 여명의 시민들과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국면을 이어갔다. 경찰은 살수차를 동원한 뒤 수차례의 해산방송을 내보냈고, 현장에는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을지로 입구역 사거리에서 경찰들이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습.       ©대자보   ▲ 명동입구에선 일부 시민들과 경찰 간의 크고 작은 몸싸움이 벌어졌다.       ©CBS노컷뉴스 경찰은 저녁 9시가 넘어가자 압박의 강도를 더해갔고, 이과정에서 양 측간 크고 작은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저녁 10시 이후 경찰은 살수차를 철수한 뒤 정리국면에 돌입했다.   일부 학생들과 누리꾼들은 그러나 밤 10시 이후에도 대치국면을 이어갔고 결국 경찰은 격렬한 몸사움을 벌인 참가자 5명을 연행했다.   ■ 대책위 "매주 주말 촛불 들 것"…1일, 2일 잇따라 추모제 열려   이날 2차 추모대회에 앞서 전국철거민연합과 전국빈민연합 등의 단체들은 오후 2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 사전 집회를 갖고,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 계획 철회와 용산 참사에 따른 책임자 처벌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의 천주교 단체들도 오후 4시부터 용산 참사 현장 인근에서 추모미사를 가진 뒤, '2차 추모대회'가 열린 청계광장 주변에 합류했다.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야권과 전국 400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연합'은 1일 오후 청계광장에서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밖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2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시국 미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