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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명산이네 집‘보고 싶다,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 미국 교육제도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속여서 학원비를 깎을 생각은 없어요.” “불편해서 기차에서 어떻게 주무신데요”
김충권  |  ckkim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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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1월 21일 (수) 23:03:24
최종편집 : 2009년 01월 22일 (목) 10:43:15 [조회수 : 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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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명산이네 집  

‘보고 싶다,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삼촌 충권입니다. 미국 명산이 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랄리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한국에 있는 삼촌에게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노스케롤라이나 어디에 유학을 간 명산이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안에 또 다른 공화국이라는 삼성에 근무하다가, 회사에서 보내 준 MBA과정을 노스케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밟고 있답니다. 미국에까지 와서, 그것도 노스케롤라이나를 들르면서, 사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 스미스필드 가는 길

한국에는 늦은 밤일텐데도, 환갑이 넘은 노인네가, 다행이 기차가 도착하기 전에 문자로 전화번호를 보내 주셨습니다. 김목사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명산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마침 방학을 해서 집에 있고, 다음주에는 미서북부와 카나다 뱅쿠버 위쪽 산맥을 보러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느라고 시간이 있다고, 워싱톤 가는 기차를 타기 전에 만나도록 약속을 했습니다.

김목사네 집에서 마지막 점심으로 뒷마당에서 바베큐를 구워먹었습니다. 김목사의 부인은 특별히 맛있는 쿠키를 구워서 과일 화채와 함께 간식으로 챙겨 주셨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왜 혼자 왔느냐고 물어서 대답하기를, 대통령보다 높은 고3 위에 재수생 딸이 있어서 치송하느라고 못 왔다고, 그러잖아도 이런 문자가 와서,

‘보고 싶다.

다시는 떨어지지 말자.

죽음이 갈라놓기 전에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노라고,

‘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알았어

알았어.

그러자.’

했더니, 안타까웠는지 선물을 사다 주라고 봉투까지 주었습니다. 2박3일을 융숭히 대접받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언제 볼지 모르는 작별을 했습니다.

   
▲ 스미스필드역

김목사네 집에서 명산이와 만나기로 한 셀마 스미스필드역까지는 한시간 반 거리였습니다. 셀마 스미스필드 역에서 명산이네 집은 또 한 시간 반을 달려야 했습니다. 명산이네 집에서 이튼날 아침에 워싱톤에 닿을 야간열차를 탈 록키만운트역까지는 또 한시간 반을 가야 한답니다. 미국에서 한시간 반의 운전은 동네를 나가는 거리랍니다. 명산이는 운전대를 잡으면 6시간은 쉬지도 않고 가고, 한번에 12시간을 달리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가 마음먹고 길을 나서면 다반사로 일어나는 나라입니다. 기차를 타고 밤낮 사흘을 달려야 일부분을 횡단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두 달이 넘도록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자는 촛불집회를 해 봐야, 50개 주 중에서 한 개의 주보다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동일 뿐입니다. 우리는 광우병 걸린 소 먹고 죽기 싫다는 아우성이, 미국에는 소 등에 쇠파리 하나 붙어서 귀찮게 하는 꼴이 아닌가 싶습니다.

 

   
▲ 명산이네 집 거실

미국 교육제도가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시지요.”

“그래, 그게 좋겠군.”

저녁을 먹고 산책도 할 겸 길을 나섰습니다. 명산이는 채플힐 Chapel Hill 에 살았습니다. 가운데 동산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한국에 연립주택만한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들이 둘러 있었습니다. 가운데 동산에는 광장과 상점이 모여 있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 들었습니다. 걸어서 다닐 수 있을만큼 집들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도 얼마든지 왕래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동산 가운데 광장에는 무료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처럼 사람들이 밀집해서 사는 곳은 미국에서 처음 봅니다.

“동네가 얼마나 부자인지 밖을 나가도 시내버스를 모두 무료로 운행해요.주민이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이지요. 나도 대학에 등교할 때 주차장에 차를 두고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요.”

시애틀에서도 널찍널찍히 살았고, 뉴저지에도 죽 늘어놓은 집에 여유있게 살고 있었지만 걸어서 다닐만한 곳은 없었습니다. 어느 아파트는 100가구가 사는데, 한국인이 70여 가구가 된답니다.

명산이도 그 중 한 집에 살았습니다. 한국인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학군이 좋기 때문이랍니다. 부자 동네라서 세금을 많이 내니까 학교시설물 잘 지어 주고, 수준 높은 교사를 모셔오고, 치안상태도 좋아서 아이들에 전혀 위험하지 않고, 자녀 교육하기는 최적의 조건이랍니다.

“우리 큰 아이는 6살인데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됐어요. 내년 5월에 입국해야 하는데, 그때까지 1학년을 마칠 수 있겠어요.”

하고 좋아했습니다. 미국의 초등학교는 6살에 들어가는데, 9월에 시작하는 학기라서 10월까지 생일이 되면 들어갈 수 있답니다. 그런데 큰아이는 12월이라서 못 들어가는데, 신청하는 아이들 중에서 시험을 봐서 2% 안에 드는 아이들은 시험을 봐서 입학시킨답니다. 네 번의 시험과 인터뷰를 통해 입학시키는데, 다행이 큰아이가 시험을 잘 봐서 입학허가가 났다고 좋아했습니다.

명산이는 미국의 교육제도가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채플힐의 초등학교는 시설도 좋고, 교사도 일류이고, 교육하기 위한 주변 환경도 잘 정비되어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자녀 교육열이 여기까지 와서 집값을 올리고 땅값도 올리고 있지요. 채플힐의 시민들이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자녀들을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도록 국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서 그래요.

“그러나, 이웃한 더햄 Durham 의 초등학교는 그렇지 못해요. 더햄은 옛날에 담배공장이 있어서 주로 흑인 노동자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동네예요. 지금도 시민들이 가난해 세금을 내지 못한다고, 초등학교도 시설도 열악하고, 교사의 질도 떨어지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도, 국가에서는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아요. 교실의 복도가 도로의 울타리와 담장을 같이 쓰고 있을 정도예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지역이든지 기본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시설과 교사의 자질은 물론 교육환경도 조성해 주는데, 미국에서는 기본시설마져도 차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까지의 무상 교육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디에서든지 의무교육기간에는 같은 조건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무상교육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미국 초창기 사회복지 개념인 뉴 스타트 New Start 운동도 헌신짝이 되었습니다. 부유하든지 가난하든지 태어나서 생을 시작할 때 인간으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영양상태는 기본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육체적인 영양은 물론 정신적인 영양도 기본적인 것은 보장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수준으로 자녀교육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은 교육의 불평등일 뿐이지요. 한국의 교육제도만도 못한 경우예요.”

“또 하나 미국의 교육제도가 한국의 교육제도보다 좋다고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미국의 교육이 창의력을 길러주어서 좋다고들 하지요. 그러나 인간이 모두 창의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창의력은 모자라지만 암기력이나 다른 재능에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은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국교육에서 또한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어요. 다양성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암기를 위주로해서 창의력을 길러 주지 못하는 우리 교육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러니 미국의 교육이 좋다고 덮어놓고 유학을 보낼 것은 또 아니라 생각해요.”

하며 미국에서 한 해를 산 소감을 밝혔습니다.

   
▲ 워싱톤 디시에서
 

“속여서 학원비를 깎을 생각은 없어요.”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하는데 몇 가지 좋은 것은 있습니다. 학비를 소득에 따라 내게 한다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야 부하든 가난하든 소득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값을 매기지만, 그래도 미국은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소득이 없다면 금액을 감해 주긴 한답니다. 대학 등록금도 소득이 없다면 절반으로 깎아 주기도 하고, 차상위계층 쯤 되면 졸업하고 갚도록 대출을 해 주기도 한답니다.

뉴저지에 사는 사람이 뉴저지에 있는 대학에 갔는데 부모가 소득이 없다면 대학을 무료로 다니게도 한답니다. 공부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곳이 미국입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사회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합니다. 한국 같은 데서는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방학전까지만 해도 큰아이를 사설로 운영하는 데이 케어 'Day Care' 에 맡겼는데, 한달에 1,000불이나 들었답니다. 100만원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설 영어 학원이 비싸봐야 50만원이면 되는 것을, 여기서는 그 배나 들여가며 1년을 보냈답니다. 적잖은 출혈이었답니다. 구역장을 맡고 있는 모임에서 학원비용 이야기가 나왔답니다.

“데이케어를 가는데 소득이 없다고 신고를 하면 절반으로 깎을 수 있어요, 구역장님.”

“그래요? 그런데, 나는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속여서 학원비를 깎을 생각은 없어요.”

하고 대답을 했답니다. 생활이 어렵지만 매달 1,000불 씩 기꺼이 감수했답니다. 그 말을 들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런 신뢰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정부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사), 강부자(강남 부자 인사) 내각으로는 노무현정부 동안에 조금이나마 회복한 도덕성을 잃어버리기 십상이고, 일신하지 않는 한 사회적인 신뢰는 광화문 네거리의 촛불로도 밝히기 어렵쟎나 봅니다.

“교회에서 대화중에 어쩌다가 노사모 회원이라는 것이 밝혀졌어요. 그 말을 듣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더라구요. ‘아니, 도대체,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냐’고 모두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예요.”

채플힐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한국에서 빠질 곳 없이 내노라하는 상류층의 사람들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청와대의 언어를 일반 시장판의 언어로 내려놓은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부류의 사람들은 모두 노무현을,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사람이었데, 불행하게도 현실에 엄연히 존재해 왔던, 개밥에 도토리였습니다. 개밥에 도토리를 좋아하는 닮은 도토리를 앞에 두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 인디언박물관 앞에 옛 인디언 주거지 모형

“불편해서 기차에서 어떻게 주무신데요”

 

벌써 15년 전인가 봅니다. 청년부에서 수련회를 왔다고, 그 교회를 잠깐 다닌 내게 강단을 부탁해 한 시간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하다가 청년들이 예수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를 말해 주기로 했습니다. 대게 수련회를 오면 성령 충만이나, 비젼이나, 축복을 주제로 합니다.

그러나 젊은이가 신앙 안에서 우주관은 물론 세계관을 올바로 정립하고 나서 인생관을 확립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 때 명산이는 대학생이었고, 그 동생도 대학생이었는데, 다른 청년들 20여명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아마 모든 청년들은 물론 지도자들도 교회 안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반응을 보면 그랬습니다.

“큰 것보다 바른 것이 우선이고,

강한 것보다 도덕적인 것이 우선이고,

많은 것보다 옳은 것이 우선이고,

좋은 것보다 정당한 것이 우선한다.”

라는 정도의 이야기였습니다. 예수 잘 믿어 복을 받으면, 크고, 강하고, 많고, 좋은 것으로만 가득 채워 주시길 기대하는데, 이런 것들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니 찬물을 끼얹는 소리 같았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교회에서 복부인들이 부동산 투기를 해서라도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고, 검찰총장의 부인과 재벌의 부인들이 서민들의 1년치 봉급으로 살 수 있는 옷을 뇌물로 건네면서, 기도원을 함께 드나드는 것이 대서특필되기 6여년 전의 일이었으니, 생둥맞기 그지없는 소리였을 것입니다.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이 모두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관인 줄 알았는데,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눈치였습니다. 때린 내가 지나치다고 생각들 하는 투가 틀림없었습니다.

그러나 명산이도 30대 중반을 넘어 이젠 같이 늙어가면서 생각이 비슷해 진 것이 감사했습니다.

명산이가 교제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 사회의 부유한 지식인층일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최고인 줄 알고, 대부분 강남에 재산을 가지고 있어서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가 부당한 세금폭탄이라 하고, 좌파정부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흡수통일을 방해하고 있다고 믿고, 반미정권이 북한의 핵 폐기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노무현 정권의 인사들이 자질이 부족해 어린아이들 장난같이 정치를 한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일보 불매운동이 촛불집회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종부세 완화가 국민적 반발을 받고 있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대북지원 재개를 다시 논의 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 별장에 초대받아 굴복하듯이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결정해 두 달 넘게 촛불 시위로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은 도덕성을 결여해 고소영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속에 매몰되지 않고 역사를 인식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집안도 그 흔한 쇼파도 없이 맨바닥에서 밥상을 펴고 고등어 자반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바닥에 앉아 나를 아저씨라 부를만큼 나이 차이가 나는 제수와 집안 이야기도 하고, 벽에 기대어 잠깐 눈을 붙였다가, 11시 반에 록키 마운트로 출발해, 아침에 워싱턴 디시에 도착하는 밤기차를 탔습니다.

“불편해서 어떻게 기차에서 주무신데요?”

“불편하니까 여행이고, 여행이니까 또 불편한 거지요. 괜쟎아요.”

제수씨가 구워준 오징어가 명산이를 만나 나눈 이야기만큼이나 구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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