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랄리(Raleigh) 여행

광우병 소의 비밀

“학원이 이사하는 사흘간 방학을 합니다.”

월요일에 집이 이사를 했고,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다니던 영어 학원이 이사를 했습니다. 펜실베니아호텔 2, 3, 4층을 쓰는데, 세를 너무 많이 달라고 해서 싼 곳 36th ST. 229번지로 이사를 한답니다. 3일을 방학을 하고, 나중에 개인의 수강기간이 끝나면, 3일을 더 들을 수 있도록 해 준답니다. 나는 영어 수강이 끝나면, 랄리의 김창해 목사와 캐나다 토론토의 이종희 선생님을 만날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뉴욕은 랄리와 토론토 가운데 있어서, 어디를 먼저 가든 다시 뉴욕에 들려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에 한군데를 다녀 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김창해 목사를 만나러 랄리를 가기로 했습니다.

랄리는 노스케롤라이나 수도로 뉴욕에서 기차를 타고 9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기차로 하루를 가고, 올 때는 밤기차로 출발해서 워싱턴에서 아침에 내려, 낮에 관광을 하고, 저녁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돌아오도록 예매를 했습니다. 뉴욕에 살면 일부러도 워싱톤 관광을 한답니다.

“어서 오쇼.”

“형님이 두지도에 안 오길래, 내가 찾아 왔지.”

기차를 내리니까 김목사님이 1시간 30분을 달려 마중을 나왔습니다. 기차 안에서 천둥을 치더니, 자동차로 달리는 길은 비가 내렸습니다. 가물었는데 모처럼 비가 내린다고 날만큼 비도 반가워하였습니다.

“아, 반가운 사람 오더니, 반가운 비를 데리고 오시는구먼.”

김목사는 미국인 백인만 나오는 교회를 담임하고 있습니다. 미국인 교회 목회를 한지 3년 되었고, 이 교회에 온지 1년이 되었답니다. 물론 영어로 설교를 하고 심방 하고, 유머를 주고받을 만큼 소통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내가 온다니까 구경시켜줄 일정과 식사 계획을 짜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가는 도중에 저녁시간이 되었습니다.

“미국 남부지방 정통음식을 먹고 갑시다.”

“서부영화 총잡이가 금방 나올 것 같은데요?”

하고는 식당에 들렀습니다. 마루가 놓인 출입구에, 청바지나 작업복을 입고 서넛씩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시원한 탁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뷔페로 먹고 싶은 것을 접시에 담아 먹는데, 두 접시를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한 접시 더 먹었습니다. 나야 일주일을 밥을 먹지 않고 빵만 먹어도 사는데 이런 맛있는 음식이야 방앗간의 참새였습니다.

이튿날 아침은 미국인들이 집에서 밥도 안 해먹고 출근하면서 한 덩이 먹고 간다는 햄버거를 먹었고, 점심은 중국음식점에서 미국식으로 변한 중국요리를 중국인 남편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국인 부인에게 대접을 아주 잘 받았습니다.

저녁은 집에서 사모님이 해주는 한국식 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관정의 모타가 고장나 마을까지 들어 온 상수도에 연결하느라고 집에 물이 안 나온 지 나흘째인데도, 가게에서 사와 씻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재료로 훌륭하게 비빔밥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한 신뢰가 시골에까지 든든했습니다.

그 다음날은 내가 식구들을 대접할 기회를 달라고 해 아침을 햄버거집에서 먹었습니다. 점심은 마지막 식사라고 집에서 바비큐를 구워 먹었습니다.

바베큐를 할 살코기도 역시 봉지에서 뜯고는 씻지도 않고 숯불에 올려놓았습니다. 당연히 이명박 정부 들어 지금까지 두 달이 넘게 계속되는 미국 광우병소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지역의 소는 모두 울타리치고 방목하는 거라서, 전량 미국내에서 소비하는 거야. 수출하는 소는 젖 짜는 소지. 젖은 하루에 두 번을 짜야 하는데, 방목을 했다가는 잡아다가 짤 수 없으니까 우리에 가두고 먹이지. 우리에 가두니까 사료를 주어야 하고, 사료에는 또 무엇이 들어가는 줄도 모르지. 초식동물이 육류를 먹어 광우병을 일으키는데, 넓은 벌판에 자유로이 놀면서 살지 못하는 것도 미칠 노릇인데, 거기다가 제 어미의 살을 먹어봐, 미치지 않고 배기겠나.”

수출하면 생각나는 기억이 있습니다. 어릴 때 이야기입니다.

산골에서는 가을이 되면 농사일 외에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뱀을 잡아 파는 일이고, 또 하나는 송이를 따는 일입니다. 뱀을 잡을 때는 꼭 두셋이 같이 갑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나면 서로 도와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창우형네 아버지는 혼자 뱀을 잡으러 갔다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갔다는 방향으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찾아 나섰더니, 양지 바른 바위 아래 쪼그리고 앉아 숨져 있었답니다. 뱀을 잡다가 손가락을 물렸는데, 혼자 입으로 빨아 독을 빼려고 하다가, 앉은 채로 돌아 가셨답니다.

송이를 딸 때는 혼자 갑니다. 나 혼자 아는 송이밭을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년이 혼자만 다니는 송이밭은 따고난 다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지 않도록 솔잎으로 잘 덮어 두어야 합니다. 부자간에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송이밭 입니다.

송이는 나물 무치는데 넣어도 좋고, 추석에 소고기 국을 끓이는데 넣어도 좋고, 어쨌든 소고기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었습니다.

“어, 이사람 집에도 없네. 혹시 송이 따러 간 거 아녀?”

간다고 소문도 안 내고, 슬그머니 없어지면 송이를 따러 간 것입니다. 돌아오면 면보자기를 조심스럽게 풀어, 송이를 조심스럽게 펼쳐 놓습니다. 엄지 손가락만한 것에서부터 호미자루 두 배는 될 만한 것까지, 허연 살점이 먹음직스럽게도 통통하게 살쪄 있습니다. 그 중에서 너무 작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은 것, 머리가 피기 직전의 것만 골라서, 따로 준비한 깨끗한 상자에 담습니다.

“이건 일본으로 수출할 거여. 좋은 것만 따로 골라야 돼.”

1970년대 초반, 이제 막 중학교에 들어가 일본이 우리나라를 쳐들어와 나쁜 나라인줄만 알았는데, 옆집에 살아도 한번 먹어보지도 못하는 귀한 것을, 제일 좋은 것으로만 골라서, 그 일본에 수출한다고 따로 떼어 놓았습니다. 가치관에 혼란이 왔습니다.

‘나쁜 나라가 그렇게 고귀한 나란가?’

한편으로는 돈을 벌어 오니까 수출하는 것은 좋은 것만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기들은 어릴 때 풀밭에 풀어 놓았다가 맛있을 때가 되면 잡아다가 먹으면서, 수출하는 것은 사료를 먹이다 못해 초식동물에게 육식사료까지 주어가며 우유로 다 빼먹은 소를 수출한다니, 우리는 또 그런 것을 사 먹어야 한다니, 기가 막혔습니다. 우리는 사오면 무엇이든지 다시 씻어 먹어도, 유전자로 든 광우병인자는 씻어낼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미국의 삼진아웃제

김목사는 일주일에 한번 설교를 한답니다. 한번은 필리핀에서 알던 친구목사가 방문했답니다.

“도둑놈 아니야? 어떻게 일주일에 한번 설교하고 월급 받어?”

라고 했답니다. 한국의 목사는 일주일에 적어도 13번은 설교하는데, 한 번 설교하고 사례비 받고 사니까 그런 소리를 했답니다.

사흘을 함께 있어보니 그렇다고 6일을 노는 것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저녁 10시에는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어 아침 6시면 군인처럼 일어납니다. 8시까지 교회로 출근을 합니다. 출근하는 시간에는 차로 약 20분을 달리면서 반대편 차선에서 출근을 하는 성도들과 손인사를 나눕니다. 교회 가는 길 가에 늘어선 성도들의 집을 지날 때면 일일이 쳐다보며 지납니다. 교회 사무실에서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11시까지 지낸답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알아주든 말든, 기도를 하건 책을 보건, 혹은 어젯밤에 설친 잠을 청하건 상관없이, 이 시간은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답니다.

“성도들이 가까이 없어서 모를 것 같지만,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어.”

하기야 여기서 나서, 여기서 70평생을 사는 시골 사람들이, 뭔들 모르겠습니까? 바람 한줄기 이상하게 불어도 다 느낄 듯합니다.

그 마을에서 가장 부자라는 농장도 방문했습니다.

“이 사람은 2,700 에이커를 부모에게 물려받았어. 그의 아버지가 김목사가 오는 날 돌아가셨어. 여러 날 가물어서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비가 왔다고, 아버지가 하나님 앞에서 농장에 비를 내려달라고 부탁하신 모양이라고 여기고 있어. 자수성가하신 아버지를 한없이 존경하고, 물려받은 농장도 또 아끼고 사랑하는 양반이야. 한번 만나 보자고, 남부 지방의 갑부를....”

갑부의 안내로, 차를 타고, 농장을 조금 돌아보았습니다. 목장에 방목하고 기르는 소가 몇 만 마리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칠면조도 큰 축사에 세 동을 사육해서 3일 후면 출하를 하는데 추수감사절에 식탁에 오를 거랍니다. 돼지는 새끼를 낳아서 6주를 길러 어린돼지로 판답니다. 차 뒤에 앉아서 손가락질 하며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옆이 내 농장이고, 여기 길 양쪽이 모두 내 농장이고, 눈에 보이는 끝까지 내 땅이예요.

“아들 둘이 내 농장에서 일을 하는데, 다른 일꾼들과 같이 임금을 계산해서 줘요. 나도 아버지 농장에서 그렇게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물려받았지요. 난 내 아버지를 존경해요.”

한 세대 후에는 두 아들 중에 하나가 아버지를 이어받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인의 금기사항

미국인과 스스럼없이 어울려도 삼진아웃이 아니라 단칼에 날아가는 금기사항이 세 개 있답니다.

“인종차별, 인디언, 유태인 문제 세 가지야. 인종차별은 정치인뿐 아니라 교사 혹은 교회의 목사라도 잘못 언급하면 바로 법적인 처벌을 받아.”

지금 미국은 흑백 뿐 아니라 어떤 차별도 없습니다. 버스를 타도 운전사를 백인 흑인 할 것 없이,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운전을 합니다. 교회도 터버낸클교회는 흑인 목사가 사회와 찬양을 하고 백인 목사가 설교를 했습니다. 리딤머교회는 흑인 목사가 사회와 세례식을 거행하고, 황인 목사가 설교를 하였습니다. 백인은 오르간 반주를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인종차별이 전혀 없는 듯합니다. 그러나,

“랄리에는 교회가 구별이 되. 우리교회는 백인만 오고, 흑인들은 다른 교회에 모두 나가. 그렇지만 아무도 차별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어. 차별은 없지만 구별은 있는 셈이지.”

인디언문제도 그만큼 심각한 금기입니다. 엘리스섬에 가면 이민국의 초창기 상황을 박물해 놓았습니다. 한쪽에 미대륙 전역에 분포해 살던 인디언의 구역을 구획해 해놓은 지도가 있습니다. 인디언이 살지 않았던 곳이 없이 전역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6,000만명이랍니다. 엘리스 섬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이 미대륙 전역으로 흩어져 서부로 서부로 골드러쉬를 할 당시가 1800년대 초라면,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말기쯤 되는데, 이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1,000명이나 되었습니까? 당시 우리나라 인구의 6배를 몰살한 것입니다.

히틀러가 죽인 유대인의 10배를 죽이고 인종을 청소하려 했습니다. 유사 이래 인종청소에 성공한 것이 북미대륙뿐이랍니다.

“인도주의를 지향하는 미국이 왜 이렇게까지 인디언을 죽였느냐고 했다가는 그날부로 사회에서 매장되지. 실재로 미 서부 어느 대학 교수가 인디언을 죽인 것에 대해 뉘우쳐야한다고 했다가 그 이튿날 출근을 해보니 자기자리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데.”

유태인은 미국내에 1%도 안 되지만 미국 경제의 90%를 장악하고 있고, 경제를 장악하니까 정치를 움직일 수 있고, 미국의 정치를 움직이니 세계를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3년 전에 김목사의 형이 유태인 중에 미국의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데, 바로 나오면 혹여 저항이 있을까싶어 다음에는 흑인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했답니다. 지금 버락 오바마 후보가 '변화'를 기치로 걸고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내가 객관적으로 보아도 미국 메스콤이 오바마 후보를 더 자주 중요하게 언급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태인의 막후 영향력이지. 다 아는 비밀이지만, 입에 올렸다가는 인디언 사라지듯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 유태인에 대한 언급이야.”

이만큼 언급을 회피하는 것은 그만큼 숨기고 싶은 역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숨긴다고 숨겨집니까? 만일 이들이 외치지 아니하면 돌들이 소리칠 것입니다.(눅19:40).

한국에 기독교가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순교자들이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고들 합니다. 맞습니다. 피가 일구어낸 결과입니다. 지금 미국을 움직이는 유대인의 힘도 히틀러에게 600만명이나 사라진 피가 소리치기 때문입니다. 유태인은 지금도 자기들 선조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하자고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100년도 지나기 전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계의 역사를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역사가 말하는 심고 거두는 법칙입니다.

인디언은 유태인보다 10배는 많은 피를 흘렸습니다. 그 시기가 200여년이나 거슬러 올라가 당시 세계인구를 감안하다면 그 배는 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디언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항간에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국가가 주는 돈으로 먹고 놀고 마약이나 하고 조용히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심고서 나지 않는 씨앗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씨앗은 미이라와 함께 묻혔다가 천년 후에야 습도와 빛을 보고 싹이 났답니다. 인디언이 지구상에 다시 등장해 존재를 알리고 핏값을 찾을 때가 멀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오긴 올 것입니다. 그 때는 그 영향력이 지구를 넘어 우주에 미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