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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고 말하지 마라. 누구도 슬픈 얼굴을 사랑하지 않는다.관옥 이현주 목사가 번역한 읽을거리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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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12월 31일 (수) 08:15:19
최종편집 : 2008년 12월 31일 (수) 08:38:05 [조회수 : 56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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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풍경소리 편집자 김민해 목사가 이메일로 보내주는 기사입니다.
읽을거리(4) 관옥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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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5백 년쯤 전, 어느 날 오후, 뒤에 붓다로 된 한 남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마지막 수련 준비를 마쳤다. 그때까지 그는 몸과 마음을 모아 오로지 수련생활에 바쳤다. 철학들을 공부했고 요가수련을 통해서 마음을 한 곳에 모아 고요한 상태에 머물기도 했고,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까지 금욕수련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그가 찾던 구원을 그에게 가져다주지 못했다. 이제 그는 마지막 시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 농부에게 풀을 조금 달라고 하여 그것으로 가까운 나무 그늘에 방석을 깔았다. 그런 다음 그 위에 앉아,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그러다가 죽게 되면 죽는다는 결심이었다.
먼저 마음을 모아, 모든 의식이 레이저 광선처럼 집중되어 한 대상에 머물러 있는 상태인 ‘즈하나스(jhanas)’에 들었다. 금강석같이 투명하고 단단하게 깨어 있으면서 사람의 마음과 그 작용 조건을 탐색하여, 외부 자극에 자동으로 반응하도록 사람을 묶고 눈멀게 하는 오랜 습(習)의 질긴 사슬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였다.
사람들이 그 사슬에 묶여서, 어떤 경험을 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에 대한 느낌이 자동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그는 알아냈다. 좋은 경험에는 즐거운 느낌이, 좋지 않은 경험에는 불쾌한 느낌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경험에는 즐겁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느낌이 뒤따르는 것이다. 이 느낌들은 다시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하여, 즐거운 경험들은 열망하게 되고 불쾌한 경험들은 혐오하게 되고 즐겁지도 불쾌하지도 않은 경험들은 열망하지도 혐오하지도 않게 된다.
이런 반응들이 나아가 다른 반응들을 낳는다. 예컨대, 어떤 경험에 대한 열망이 더욱 단단한 집착으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응의 사슬―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의 사슬’―이 끊이지 않고 뒤의 사슬로 이어지면서 마침내 맨 뒤의 사슬이 맨 앞의 사슬로 순환되는 연쇄 사슬이 되고 이 사슬은 한 번 돌 때마다 사람 마음에 탐욕과 혐오와 그것들에 의한 카르마[業]를 더욱 깊게 새겨놓는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는 것 같았다. 그동안 공들여 쌓은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사람들은 제 마음의 작용에 스스로 갇혀 자동화된 습(習)의 사슬을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그는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사슬의 틈에서 약한 연결고리를 하나 발견했다. 좀더 자세하게 현미경으로 보듯이 들여다 본 끝에, 자극에 따라서 자동으로 유발되는 느낌들, 열망하고 혐오하는 느낌들이 마음을 놓쳐버린 순간들(moments of mindlessness)에만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맑게 깨어있는 순간들(moments of clear awareness)에는 습(習)에 따른 자동반응이 억제되고 그 사이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한다.
깨어있음은, 느낌들에 대한 즉각적 자동반응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그것은 열망과 혐오로 이루어진 우리의 습(習)을 약화시키고 그리하여 스스로 만든 연쇄반응의 사슬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여기에서 붓다는 출구를 보았고, 해탈은 가능해졌다. 그는 말했다.
“이것이 내가 도달한바 깨달음으로 가는 길이다. … 이제 내 마음은 니르바나를 이루었고 모든 욕망의 끝을 보았다. … 이것이 내 안에서 일어난 통찰이요 앎이요 깨달음이요 빛이요 전망(vision)이다.”
붓다는,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비자동화(非自動化, deautomatigation)’라고 말하는 경지에 들었다. 그리하여 순간마다 빈틈없이 깨어 있음으로 체질화된 습성에 따라 행동하기를 멈출 수 있었다. 깨어 있는 순간들은 연쇄자동반응의 옥죄는 사슬을 약하게 하여 우리를 해탈로 이끈다.
[Roger Walsh, Essential Spirituality, (John Willey & Sons, Inc. 1988), pp. 18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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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건전지나 너무 오래 쓰지 않아서 위축된 근육처럼, 우리의 잠재력 대부분이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까닭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자기한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래도 선택행위는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 한 가지 선택으로 생활의 사소한 부분들에 변화를 줄 수 있는가 하면 그냥 지금까지와 다르게 선택하는 것 하나로 전체 생활양식을 바꿀 수도 있다. 상황과 사람들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우리 자신을 가르칠 수도 있다. 실제로, 자기가 무엇을 선택하는지 알고 있으면, 그리고 바라는 마음이 충분하게 강하면,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주어진 모든 순간마다 자신이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기가 한 선택의 결과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도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들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곤경을 견디고 장애를 극복할 능력이 주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고, 선택할 자유와 힘이 있다. 그런 까닭에 힘든 상황을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우연으로 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우리는 선택으로 살도록 설계되었다.
[Hal Urban, Life's Greatest Lessons (A Fireside Book, N.Y. 2003), p.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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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오겐[道元]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Being fallible, one takes refuge in fallibility).” 이 말씀은 사람이 잘못을 저지르고 또 저지른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이 문장에 대하여, <정법안장(正法眼藏)>의 한 소(疏)는 말합니다.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 이 말은 해탈의 내용(the content of liberation)을 서술하고 있다.”
나는 도오겐의 이 말씀을 <탄니쇼(歎異抄)> 제2장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염불을 하는 것이 과연 정토(淨土)에 왕생할 인(因)인지 아니면 지옥에 떨어질 업(業)인지, ‘나’는 정말 모른다.”(<탄니쇼> 2장).
이 ‘나’야말로 잘못할 수 있는 바로 그 사람 아닙니까? 미혹에 빠질 수 있는 바로 그 사람 아닌가요?
다음으로,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의 ‘잘못’은 남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입니다. 신란(親鸞)의 스승 호오넨(法然)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이에요. 스승 호오넨에 관하여 신란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비록 호오넨 성인(法然聖人)한테 속아서 염불을 했다가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호오넨한테 속는다는 걸까요? 그가 자기를 속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오넨이 신란을 속이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에요.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속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잘못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신란은 호오넨을, 결코 남을 속이지 않는 사람, 절대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신란 본인의 눈이 욕망과 열정으로 흐려져 있기 때문에 그의 눈에 비친 호오넨의 모습 또한 흐릿하고 몽롱합니다. 신란이 색안경을 쓰고 있어서 그가 보는 호오넨도 같은 색깔이지요. 잘못할 수 있는 신란의 눈에 그의 선생 또한 잘못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신란과 호오넨의 관계를 말로 표현하면, “잘못할 수 있는 사람이 잘못할 수 있는 사람을 의존한다.”가 되는 거예요.
이 두 사람 사이에는 오직 ‘잘못할 수 있음’만이 존재합니다. 그밖에 아무것도 없어요. ‘잘못할 수 있음’이 유일한 현실이지요. 순수하고 온전한 ‘오류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해탈의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는 주석이 가능한 것입니다.
반대로, 신란이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봅시다. “호오넨은 결코 잘못을 저지를 수 없는 분이시다.” 그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거짓(어둠)과 참(밝음)이 서로 맞서는 이분법(二分法, dichotomy)을 보여주고 있거니와, 그런 관계 안에서는 해탈이 있을 수 없습니다. 만일 신란이 호오넨을 그런 식으로 보았다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스스로 잘못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스승에 관하여 분명하고 틀림없는 판정을 내리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신란의 ‘잘못할 수 있음’이 참된 것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신란이 호오넨에게 배우면서 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아닙니까?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신란은 시방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예요. “물론 내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호오넨 성인에게로 나아간다.”
한 사람이 자기 생애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때에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머리로 내리는 판단의 문제가 아니에요. “잘못할 수 있는 사람이 잘못할 수 있음을 의지하는” 것은 한 사람이 자기 생애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의 생애가 아무 조건 없이 결합되는 거예요. 그것을 일컬어 참된 신뢰라고 하지요.
예를 들어, 한 여자가 한 남자와 혼인을 맺는다 합시다. 그것은 여자가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이요 그래서 두 사람의 생애가 조건 없이 하나로 결합되는 것입니다. 혼인이야말로 참된 신뢰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나아가 인간의 모든 결합(union)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어요. 예컨대, 버스를 탈 때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인 기사에게 목숨을 맡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합하는 것이 “전혀 다르고 독립된 실체들(entities)의 만남”이요, 절대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의 이어짐 또는 논리로 해명되지 않는 결합임을 압니다. 두 사람의 결합이 이어질 수 없는 것들의 이어짐인 까닭에 우리는 그것을 참된 신뢰라고 부릅니다. 온 세계가 그와 같은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 세계는 참된 신뢰로 이루어진 세계라고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참된 신뢰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어요.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우리는 참된 신뢰를 봅니다.
다시, 선생-학생 관계로 돌아갑시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기 선생을 진짜 선생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가 과연 진짜 선생인지 가짜 선생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고 있는 것 아닌가?”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지한다.” 이 한 마디야말로 참된 선생-학생 관계의 유일한 바탕(the only basis)입니다. 이 순진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참 선생도 참 학생도 존재할 수 없는 거예요.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지한다.” 이 말은 순진한 헌신(獻身)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말을 해탈의 내용이라고 했겠지요.
우리가 자신을 가리켜 잘못할 수 있는 존재 아닌 다른 무슨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쇼오토쿠 태자(聖德太子)는 말했습니다. “내 어리석은 머리로 알 수 없다.” 신란도 자기를 가리켜 ‘어리석은 민머리 신란’이라고 했지요. 그들은 자기가 잘못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았던 겁니다. ‘잘못할 수 있음(fallibility)’ 말고 다른 무엇을 우리가 의존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잘못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우리는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기본방식(the basic way) 아닌가요? 이것이 인간의 삶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원리(principle) 아닙니까?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 이 말은 우리네 인생의 기본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참된 신뢰(genuine trust) 바로 그것이에요. “잘못할 수 있기에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가 참된 신뢰의 내용을 보여준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실로, “잘못할 수 있기에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는 한 마디에 우리의 생애를 걸고 순간순간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정법안장>에서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를 발췌하여 도오겐과 신란이 근본에서 같고 또 하나임을 설명코자 했습니다. 선종(禪宗)과 진종(眞宗)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는지요?
선종에서는 ‘깨달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것을 ‘잘못할 수 있음(fallibility)’과 동일한 것으로 봅니다. 얼마나 존귀한 ‘오류 가능성’입니까? 그래요, 사람은 얼마든지 잘못할 수 있는 존재올시다! 이 한 마디, ‘잘못할 수 있음’이야말로 도오겐의 정수(精髓)입니다. 쇼오토쿠 태자도 자기를 가리켜 “어리석은 범부(凡夫)”라고 말할 때 같은 내용을 담았지요. 신란은 한 걸음 나아가 “욕망과 고통으로 가득 찬 어리석은 범부”라고 했습니다. 우리의 해탈은 자신을 이 ‘오류 가능성’에 일치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어요. 내가 과연 잘못할 수 있는 사람 아닌 다른 무슨 사람일 수 있습니까? 이 세상을 사는 이들 가운데, 잘못할 수 있는 사람 아닌 다른 어떤 사람으로 사는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잘못할 수 있기에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는 말은 해탈의 내용을 서술한다.” 나는 이 주석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에서, “잘못할 수 있기에 사람은 잘못할 수 있음을 의존한다.”는 말이 인생의 밑바닥을 받쳐주는 원리라고 했습니다. “잘못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입니다. “잘못할 수 있음”은 남[他人]을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잘못할 수 있는 사람이 잘못할 수 있음을 의지한다.”는 말은 나와 남의 하나 됨(oneness)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세계가, 하나의 진실, 잘못할 수 있음이라는 진실을 보여주는 장소임을 알았습니다. 이 깨달음으로 우리는 자신이 평화롭고 밝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그리하여 이미 해탈되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겁니다.
[Shuichi Maida, tr. by Nobuo Haneda, Heard by Me―Essays on My Buddhist Teacher, 이 아무개 옮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노라>, 당그래, pp. 73-76.]
읽을거리(5)
관옥(觀玉)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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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샌디의 스물네 살 젊은 몸에서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당시 우리에게는 한 살과 두 살 된 딸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내를 위하여 능력 있는 남편이 되어야 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이 있는 나로서는 여러 날 휴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일을 계속한 것은 어딘가 닻을 내릴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노동이 안도감을 주었다.
식구들을 보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나는 가족 대변인 노릇까지 해야 했다. 아무도 샌디를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내게 전화를 걸어 똑같은 질문을 했다. “샌디 좀 어때요?”
우리는 질병의 결과에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아름다운 내 아내는 생명을 위협하는 병을 상대할 뿐 아니라 수술 때문에 일그러진 한 쪽 다리하고도 씨름을 해야 했다. 스물넷 젊은 여자로서는 참으로 힘겨운 일이었으리라.
게다가 화학요법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꼬박 일 년 동안 우리는, 한 달에 닷새씩 필라델피아의 폭스 체이스 암센터에 치료 받으러 다녀야 했다. 화학요법을 받고나면 그때마다 구토와 피로 때문에 상태가 더 나빠졌다. 치료 받으러 갈 때마다 그녀는 자기 병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루하루를 스트레스와 탈진상태로 살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질문들이 스멀거렸다. 종양이 전이되었나? 원상태로 돌아갈까? 샌디는 이렇게 죽는 걸까? 그리고,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는 두 딸을 돌봐야 했다.
그때 나는 보호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배우기 시작했다.
샌디가 발병했을 때 나는 가족의학 수련의로 훈련을 받고 있었다. 내 지도주임은 필라델피아 가족의학연구소 선임 교수들 가운데 하나인 제랄딘(게리) 그로스만이었다. 그녀는 놀랄 만큼 자애로운 사람이었다. 치료사의 잠복된 정서가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지도주임은 대게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들이다.
샌디의 암이 발견된 것은 내가 수련의 과정을 중간쯤 거쳤을 때였다. 어느 날 게리가 내게 “당신 요즘 어때요?” 하고 물었을 때 나는, 자동 버튼을 누른 것처럼, 샌디의 상태가 어떤지, 딸애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말해주었다. 그것이 “내 이야기”(my story)였다.
그러나 그녀는 고집스럽게 다시 물었다. “아니, 나는 ‘당신’이 어떤지를 물었어요. 다른 누구 말고 당신이 어떠냐고요?”
처음엔 그녀의 질문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나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걱정을 멈추었다. 그리고 지도주임 교수 앞에 앉아서 드디어 울음을 터뜨렸다.
그건 내게 참으로 놀랍고 황당한 일이었다. 그래도 게리와 함께 있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고 나는 계속 울었다. 비로소 내가 얼마나 겁에 질려있고 지쳐 있는지 깨달아졌다. 나는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고, 괜찮지 않으면서 괜찮은 척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런 상처입기 쉬운 여린 감정들이 내 속에 있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것들이 밖으로 표출될까봐 두려웠고, 그랬다가는 금방이라도 무너져서 내가 해야 할 일을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나는 보호자들과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 사람들에 관하여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고되게 일을 하면서 자기가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강한 척한다. 거의 모든 보호자들이 외로움을 느끼고, 자기가 돌보는 사람보다 자신이 덜 중요한 존재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그가 자주 읊는 주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내가 불평할 수 있어? 내가 사랑하는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보라고!”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죄의식과 무력감을 느끼면서 좌절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나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해야 할 일을 충분히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구의 보호자가 되는 기회는 대개 우연히 닥치게 마련이다. 평범하게 각자 자기 일을 하며 살던 어느 날 갑자기 한 사람에게 변고가 생기고 그때부터 둘이 함께 그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돌보는 대상이 평소에 존경하는 사람이든 관계가 껄끄러운 사람이든 그런 건 상관없다.
많은 보호자들이 화를 낸다. 날 좀 알아달라고! 누구든지 탈진한 사람은 화를 내기 쉽다. 자기가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은 결국 화가 나게 마련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자기가 돌보는 사람들에게 화를 낸다. 많은 보호자들이 자기가 하는 일이 적절하게 보상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를 낸다. 그리고 어제까지 가졌던 자신의 삶을 도둑 맞은 것 같아서 화를 낸다.
보호를 받는 사람도, 그가 환자든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든, 자주 화를 낸다. 사고를 당했을 때 나도, 어쩔 수 없긴 했지만,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필자는 서른셋에 교통사고로 목이 부러져 전신마비가 되었음-옮긴이.) 그러면서 속으로는 사람들이 나를 좀더 잘 돌봐주기를 바랐다. 내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했고, 나를 좀더 친절하게 붙잡아주었으면 했다. 내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랐고, 겁에 질린 아이처럼,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너의 모든 것을 돌봐줄 테니까.”라는 말이 듣고 싶었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싫었다. 그것은 내게 더 이상 홀로 설 수 없으며 살아남을 충분한 가치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자괴감을 안겨주었다. 때로는 그 느낌이, 내가 사랑하는 이를 성가시게 하며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보다 더 큰 아픔이었다. 누구의 보호를 받는다는 게 그에게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쓰는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남을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에서 죄의식을 느꼈다. 더 많이 의존할수록 그만큼 더 자신이 비참해졌다.
나는 늘 아내에게 말했다. “난 괜찮아. 친구들과 외식도 하고 주말엔 어디 다녀도 와요. 난 괜찮을 거야.”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아내도 그걸 알았다. 그래서 아내 또한 거짓으로 내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아니야, 좋아요. 나 정말 좋아. 어디 갈 데도 없고.”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기에 상대를 속이며 끔찍한 역경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 모두 우리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온 모든 것에 대하여 화가 나 있었다.
분노는 보호자로 하여금 더욱 혹독하게 일을 하고 산이라도 옮길 수 있게 만든다. 분노는 내게 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의롭게 처신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분노는 독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정당한 것이든 아니든, 시간이 흐르면, 분노는 결국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그 정서에 독 기운을 불어 넣는다. 해독되지 않은 독은 보호자가 하는 ‘일’보다 그의 ‘몸’에 더 큰 부담을 준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만성질환을 앓거나 외상성 정신장애를 앓게 되면 세상에 자기 혼자 외톨이로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의 보호자가 된 사람도 정확하게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면서 서로 외로운 두 사람이 어느 쪽도 자기를 열어 상대에게 솔직하지 않으면서 소외감만 더욱 크게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눈물을 상대의 등 뒤에 숨어서 흘려야 하는가?
자,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탈진상태에서 지쳐버린 보호자들이 내게 이런 질문을 할 때 나는 먼저 보호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훌륭한 기관들을 소개한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좋은 배필 재단(Well Spouse Foundation)〉같은 기관들이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자들을 보호해줄 다른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 지속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나를 보살피는데, 나를 사랑한다면, 내게 있어서 병을 앓는 게 어떤 건지 그리고 남의 보호를 받는 게 어떤 건지를 물어 달라. 그런 다음 그냥 들어 달라. 그리고, 이게 매우 중요한데, 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는 어떤 건지를 말해 달라. 당신이 잃은 것은 무엇이고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당신의 복잡한 심정을 모두 말해 달라. 내가 그것을 그냥 들으면서, 당신 손을 잡고, 웃으며, 당신의 삶을 깊이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당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내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근사해 보이는 사교계 얼굴로 상대를 대한다면 결코 사랑하는 사람과 순수한 만남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샌디와 내가 서로를 보호해주려고 애쓰는 대신, 끔찍한 상황에 함께 울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안아 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공익 암 협력 프로그램(Commonweal Cancer Help Program)’의 공동창설자요 의료 담당 총무인 레이첼 나오미 레멘은 그녀의 책 ‘상처 입은 가슴들’에서 자기를 오랫동안 간호해온 어머니에게 쓴 한 여인의 시를 인용한다. 시의 첫 부분은 어머니 입에서 자주 되풀이되던 충고로 시작된다. 거기에 대한 딸의 대꾸가 시의 나머지 부분이다. 시 제목은 “어머니가 제일 잘 안다”(Mother Knows Best).
힘들다고
말하지 마라.
누구도 슬픈 얼굴을 사랑하지 않는다.
아, 엄마.
사실은요,
격려는 격리하고
유머는 방어하고
능력은 협박하고
통제는 갈라놓고
그리고 슬픔은……
슬픔은 우리를 서로에게
열어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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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Gottlieb, Learning From the Heart (Sterling, New York and London, 2008.) pp. 6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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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한 젊은 여자가 내게 세 번째 비밀(“행복하게 살려면 ‘사랑’이 되어라.”)의 힘을 증명해 보여준 자기 어머니에 대하여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친정 부모가 자기네 집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공항까지 배웅을 나갔다. 거기서 그들은 비행기를 타고 네 시간을 날아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주 나쁜 소식이라면서, 비행기가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출 때 엄마에게 심장마비가 왔고, 비행기가 착륙을 마쳤을 때에는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는 거였어요. 다음다음날 나는 비행기를 타고 엄마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집으로 갔지요.”
아주 멀고 슬픈 귀가 길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땅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이 어떠했을까가 궁금해졌다. 당신 인생에 대하여 깊이 만족하며 숨을 거두었을까? 아니면, 크게 후회하며 숨져갔을까? 겁이 났을까? 아니면 평안했을까? 당신이 평생토록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그걸 알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 뺨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착하는 대로 곧장 집으로 달려가니 빈소는 문상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녀 어머니는 무슬림이었다. 그런데도 문상 온 사람들 가운데는 여러 종파와 인종이 고루 섞여 있었다. 집 안이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고향을 떠난 지 꽤 오래 되었기에, 모르는 얼굴들이 많았고, 그래서 그녀는 계속 아버지에게 저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아야 했다.
아까부터 빈소 한 구석에 앉아있는 여인이 눈에 띄었다. 아버지에게 저 여자가 누구냐고 묻자, 당신도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어머니와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빈소 한 구석에 말없이 앉아있는 중년 여인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녀가 여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저는 고인의 막내딸입니다. 그런데, 누구시죠? 아무도 부인을 안다는 사람이 없어서요. 우리 어머니를 어떻게 아시는지요?”
낯선 여인이 머뭇거리며 대꾸했다. “미안해요. 실은 나도 돌아가신 분을 모른답니다.”
그녀가 깜짝 놀라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여긴 어떻게 오셨나요?”
“수년 전, 내가 몹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였어요. 너무나 괴롭고 절망스러워서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루는 시내에 볼일이 있어 버스를 탔는데, 옆 자리에 앉은 부인이 책을 읽고 있더군요. 얼마쯤 뒤에 그 부인이 읽던 책을 무릎에 얹고는 내게 말을 걸어왔어요.” 그녀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부인이 말하기를, ‘당신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부인이 너무나 친절했고 열려있는 분으로 느껴졌기에, 신상에 일어난 일과 그에 대한 내 속생각까지 모두 털어놨답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달리 살아보기로 마음먹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심은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 인생을 바꿔놓았지요.”
“그런데, 그 일이 우리 어머니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날 너무나 내 문제로 골몰해있었기에 그 부인한테 나를 소개하지도 못했고 부인 이름을 알아두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엊그제 신문에서 그 부인 사진과 함께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봤지요. 그래서 어젯밤 이리로 온 거예요. 돌아가신 분과 나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그날 버스에서 함께 보낸 이십 분이 내 목숨을 구했던 겁니다.”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젊은 여자는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다시 울다가 다시 웃고, 그리고 또 울다가 웃다가, 결국 울면서 웃었다. 그러고는 자기 어머니가 평생토록 어떻게 살았는지를 그 순간에 알았다고 말했다. 상대가 자식들이든, 남편이든, 친구들이든 아니면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든 간에 그녀가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 언제나 사랑과 친절이 그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이 본인을 먼저 행복한 여인으로 만들었고 막내딸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도록 이끌었다. “어머니의 삶은 온통 사랑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당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으로 이끄셨지요. 그날 나는 이렇게 기도했답니다. ‘저도 엄마처럼 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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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Izzo, the five secrets you must discover before you die (BK, San Francisco, 2008), pp. 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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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새벽’에서의 삶은, 많은 사람이 슬픔만 보는 곳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눈을 내게 열어 주었다. 이제는 토론토 거리에서 노숙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다. 돈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디서 오셨소? 친구들은 있나요? 당신 인생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그리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빙그레 웃다가 큰 소리로 웃음 폭탄을 터뜨리기도 한다. 진짜 기쁨의 순간이다. 슬픔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내가 남들 앞에 주뼛거리며 오래도록 서 있는 대신 곁에 나란히 앉아서 그 순간을 더불어 나눌 때 분명히 뭔가 달라진다.
세계의 거대한 고통은 어떻게 하느냐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 굶주리는 사람들, 창녀들, 난민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기뻐할 수 있느냐고? 저렇게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말 못할 슬픔과 아픔을 보면서 어떻게 기쁨을 말할 수 있는 거냐고?
그렇다! 그래도, 거기에 있다! 우리네 인간의 슬픔 속으로 깊숙이 들어갈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캄캄한 광갱(鑛坑) 벽에 묻혀 있는 보석처럼, 바로 그 슬픔 속에 감추어진 기쁨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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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J. M. Nouwen, my SISTER my BROTHER (The Word
Among Us Press, 2005), p.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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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노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아직 살아있음을 고맙게 여기고 하루도 아무렇게나 대충 넘기려 하지 않는 태도를 그들에게서 보았다.
육십 대 중반인 요엘은 지난 몇 년 동안 날마다 그날 하루를 기도로 열고 기도로 닫는다고 했다. “아침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짧은 기도를 바친다오. ‘하느님, 또 하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과학자인 나는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임을 실감하며 경외심을 느끼지요. 은하계의 작은 별 하나에서 감각과 기력을 가지고 생각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나 자신이, 이게 기적 아니고 무엇이겠소? 나는 하느님께, 오늘 하루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게 해달라고, 살아있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선물임을 기억하면서 살게 해달라고 빌어요. 그리고 하루가 저물어 잠자리에 들 때에는 그날에 일어난 모든 좋은 일을, 그게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생각나는 대로 떠올리고 그것들에 감사하지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우리는 날마다 그날 하루를 독립된 삶(separate life)으로 살아야 한다.” 날마다 그날 하루는 목적지(destination)로 가는 길 위의 한 걸음이 아니라, 그날이 곧 목적지다. 하루 더 살게 된 것이 크나큰 선물임을 알고, 그날 하루를 허투루 낭비하지 않기로, 지난날에 대한 후회나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으로 오늘하루를 망치지 않기로, 선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순간을 살기 시작한다.
우선 분명하게 해둘 일은 인생을 ‘설계하는’ 대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조심하여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목적지로 가는 길에 놓여진 것들을 끝없이 통과하는 자신을 보는 수가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한테, 뭐만 잘 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무슨 때만 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장래를 설계하거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갈망하거나 그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이 발견된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우리 집 개가 나에겐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었다. 출타하지 않고 집에 있을 때면 몰리(개 이름)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 것이 나의 일과였다. 사십 분쯤 걸어서 작은 산꼭대기에 올랐다가 올라간 길로 내려오는 것이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산책을 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보다 몰리가 산책을 더 즐기더란 말이다!
나에게 산책의 목표(goal)는 단순히 산꼭대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산책의 맛을 음미하지 않았다. 그냥 무슨 행사 치르듯이 그렇게 다녀왔을 뿐이다. 산책 자체를 중요시하는 대신, 좀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서 운동 삼아 걸었다. 그런데 몰리는 산책을 황홀하게 즐기는 것이었다. 가다가 다른 개를 만나면 반드시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나누었다. 뭔가 흥미로운 것을 보면 역시 걸음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가 궁금증을 충분히 풀고서 돌아섰다. 그가 산책의 대부분을 “들꽃 향기 맡는 데” 쓰는 동안 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하여 “빨리 와. 어서 가자.”하고 개를 부르는 일로 낭비했다. 녀석은 순간을 살았고 나는 그것을 관통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몰리처럼 산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이제는 제법 도중에 이웃을 만날 경우 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산 아래로 펼쳐지는 전경이나 아름다운 꽃이 눈에 띄면 충분히 그 맛을 음미한다. 어쩌다가 운 좋게 친구를 만나면 목적지로 가는 대신 그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내 인생 자체가 그 모양으로 바뀌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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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Izzo, the five secrets you must discover before you die (BK, San Francisco, 2008), pp. 87-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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