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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에 잊혀진 분들차혜옥 시인의 어머니
김영동  |  deom-past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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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12월 24일 (수) 16:44:19
최종편집 : 2008년 12월 24일 (수) 18:11:32 [조회수 : 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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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성탄전야입니다.   경제가 어렵다며 시내 거리는 오히려 차분합니다만 목사인 나에게 오늘은 교회마다 흥청거려도 좋을 즐겁고 기쁜 날입니다. 그런데 세월 탓인지 예전 같지 않게 자꾸 다른 생각이 듭니다. 탄생의 기쁨보다 몸을 찢는 해산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 그 곁을 지키는 어버지 요셉이 더욱 공감됩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은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날이기도 할 것입니다. 묵을 방조차 구하지 못한 그분들의 번거로운 일상과 새 생명을 낳아야 할 해산의 고통이 진저리쳐지도록 진하게 서려 있는 밤이니까요.

   그래서 오늘이 가기 전에 [어머니]란 시를 한편 띄웁니다.  

어 머 니
                                                                        차 옥 혜

극기 병영훈련을 받고 돌아온
고등학생 아들이 말한다.
훈련 중에 속이 후련해지는
고함 지르는 시간이 있는데요
입영한 첫날
우리를 지도하는 군인 아저씨가
어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라고 했어요.
우리는 어머니를 외치며
히죽히죽 웃었어요
무더위에 철모를 쓰고 총을 메고
산악 훈련, 유격 공수훈련, 사격 훈련을 받고
기합으로 엎드려 뻗쳐를 80번까지 하고
총대를 어깨 뒤로 가로로 눕혀 붙잡고
토끼뜀을 뛰고
비를 맞으며 포복으로 진흙 밭을 기고……
정신없이 훈련을 받던 마지막 날
군인 아저씨가 갑자기
너희들 어머니를 부르고 싶냐
고 물었어요.
모두

하고 대답하니
군인 아저씨는
끈기, 악, 배짱의 화신인
공수부대 아저씨들도
훈련을 받다가 어머니를 부르면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
관두기로 하자
라고 말했어요.
그러나 벌써
어머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가슴이 이상해지고
목이 꽉 메이면서
저절로 눈물이 솟았어요.
친구들의 얼굴도 모두 울상이 되었어요.
어머니
영원한 안식이여
넋에 솟는 샘물이여
*


  벗님,                                   

  부모님이 내 삶의 전부이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이 멀어질수록 내 삶에는 부모님을 밀어내고 온갖 잡다한 것들이 채워지고 속절없이 흘러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비로소 이해되고 뚜렷해지고 새롭게 절실해질 때도 있습니다만 바쁜 일상의 생활에서는 늘 흐려지고 잊혀지게 마련입니다. 굳이 머물러 고요해지지 않으면 가슴 가득 채워지는 부모님의 생각을 모을 수도 담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 한편을 읽으며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  부모님을 가슴 가득 채워보는 고요한 시간을 갖습니다.

극기 병영훈련을 받고 돌아온
고등학생 아들이 말한다.

    시인의 아들 이야깁니다. 80년대 고등학생이면 수학여행 대신 극기 병영훈련을 받았나 봅니다. 집을 떠나는 일도 낯설고 강압적인 분위기의 군대 병영 생활도 싫었을 테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온 생활이니 함께 뭉개며 빈정거리며 교관들의 과장된 언행들을 비웃었을 겁니다. 

훈련 중에 속이 후련해지는
고함 지르는 시간이 있는데요
입영한 첫날
우리를 지도하는 군인 아저씨가
어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라고 했어요.
우리는 어머니를 외치며
히죽히죽 웃었어요

    우리의 생각과 우리 몸의 감각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많은 경우 생각은 현실적인 몸의 감각을 동반하지 못합니다.  군인들에 대한 반감이 자연스러웠던 시절에 처음 만난 낯선 교관이 어머니를 큰 소리로 부르라는 같잖은 요구에 빈정거리듯 히죽거리는 분위기야 당연한 것이겠습니다. 내 몸의 감각에서 어머니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반 강제된 요구에 대한 생각의 반영이니 히죽거려지는 게 당연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 몸의 감각을 깨우고 단련하는 고된 훈련이 있었습니다. 

무더위에 철모를 쓰고 총을 메고
산악 훈련, 유격 공수훈련, 사격 훈련을 받고
기합으로 엎드려 뻗쳐를 80번까지 하고
총대를 어깨 뒤로 가로로 눕혀 붙잡고
토끼뜀을 뛰고
비를 맞으며 포복으로 진흙 밭을 기고……

    그렇습니다. 땀을 흘려 고생한 몸의 감각은 그런 구체적인 현실이 없는 생각의 느낌과는 아주 다릅니다. 우리들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우리들 생각의 느낌에서가 아니라 온 몸의 체험에서 되살아나는 늘 선명한 감각입니다.

정신 없이 훈련을 받던 마지막 날
군인 아저씨가 갑자기
너희들 어머니를 부르고 싶냐
고 물었어요.
모두

하고 대답하니
군인 아저씨는
끈기, 악, 배짱의 화신인
공수부대 아저씨들도
훈련을 받다가 어머니를 부르면
눈물을 흘린다 그러니
관두기로 하자
라고 말했어요.

    정말 그래요. 60이 가깝게 살아온 삶을 되돌아봐도 지식으로 아는 생각과 온 몸으로 체험한 감각은 정말 달라요. 살아보니 온 몸으로 체험한 감각의 경험을 넓혀 사는 일이 더욱 더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생각은 쉽게 시들고 사라져버리지만 온 몸의 감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목이 메이게 그립고 그립게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벌써
어머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가슴이 이상해지고
목이 꽉 메이면서
저절로 눈물이 솟았어요.
친구들의 얼굴도 모두 울상이 되었어요.

    아, 그래요. 그래서 신앙인들은 구도자여야만 합니다.  진리의 길을 사는 순례자여야만 합니다. 우리가 믿음의 사람이라 함은 곧 우리가 온 몸으로 땀을 흘리며 굳이 애써 수행하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무엇을 수행하냐구요? 바로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생활을 수행하는 거죠. 모든 난관을 겪으며 이 땅에서 굳이 하나님의 나라를 살아보는 겁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사시듯 말입니다.

어머니
영원한 안식이여
넋에 솟는 샘물이여

    아, 온 몸으로 우리를 위해 사신 어머니는 우리가 내일을 위해, 새로움을 위해 해산의 고통을 감내하듯 온 몸으로 수고하며 살 때에야 비로소 다시 만나고 깨닫는 생명의 근원이고 원천입니다. 새 아기의 탄생, 새 시대의 탄생, 아니 새로운 생각 한조각의 탄생에 이르기 까지 몸이 찢기는 해산의 고통이 먼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아, 내 어렸을 때 날 늘 품에 안아주신 어머니와 아버지, 이제 그분들도 아기처럼 늙으셨으니 내가 늘 품에 안아드려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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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성 (61.105.168.240)
2008-12-26 06:26:17
어머니
정말 가슴이 뭉쿨한 어머니, 유격훈련받다가 어머니 부르며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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