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냄새
                                                         박 희 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벗님, 
   퇴근길이 조금 늦어진 덕에 라디오 기독교방송 시사 프로를 듣게 되었습니다. 월 60만원을 받는 어느 젊은 변호사와의 대담입니다. 그 젊은 변호사는 지난 3월말 군 복부를 대신하는 공익법무관을 마치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민주 노동당 상임 변호사(정책부장)가 되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답니다. 고시 공부를 하고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일이었다는 군요. 진보 정당이 있는 유럽국가들과 진보 정당이 없는 일본이나 미국의 극명한 차이는 사회복지 부문이더랍니다. 진보 정당이 있는 유럽국가들이 사회복지 부문에서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사는 사회가 평등하고 투명하고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 가는 일에 일익을 감당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보 정당인 민주 노동당에 입당하고 정책부장인 상임변호사가 되었다는 겁니다.

    사회자가 변호사 체면 유지비도 있어야 하는데 월 60만원이 너무 적은 게 아니냐고 짓궂게 물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다니고 아직 미혼이라 괜찮다는 대답에 사회자는 그래도 친구들과 밥 먹을 때 변호사가 밥값을 내야하지 않겠냐고 한마디 보탭니다. 그는 이미 친구들에게 밥값을 낼 형편이 아님을 이야기했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사회자가 변호사가 된 아들이 선택한 길이 마땅찮아 반대한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캐묻자 요즘은 부모님과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며 그는 진지하게 대답을 비껴갔습니다. 그는 자신의 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고수하지만 야심 많은 당찬 젊은이는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자기가 무엇이 되어보겠다는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바람직하게 발전해 가야할 길에 헌신하며 살아가겠다는 것입니다. 옳은 길이라 여겨져 어려운 여건은 개의치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입니다. 듣고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이야기가 듣고 보니 내 마음에 큰 충격이 됩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렇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살아보니 화려한 선동이나, 남을 위하겠다는  당찬 꿈이나 구국의 결단이라는 야심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겠습니다. 그 화려한 것들이 얼마나 쉽게 남을 죽일 수 있는 서툰 폭력이지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힘들고 가난하게 땀내 나도록 일하는 것은 결코 폼도 안나고 화려하지 않습니다만 그 힘든 실천만이 역사 발전의 원동력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석으로 치워 두었던 시 한편을 다시 찾아 들었습니다. 하늘 냄새가 솔솔 느껴져서 말입니다. 극히 평범한 한 젊은 변호사의 진솔한 삶의 실천이 마침내 우리가 도달해야할 평범한 생명력의 본류처럼 느껴지는 든든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고 편안한 밤길입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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