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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
도 종 환
사랑을 하면서도
잎 지는 소리에
마음 더 쏠려라
사랑을 하다가도
흩어지는 산 향기에
마음 더 끌려라
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
나는 소쩍새 소리에
마음 끌려라
사랑을 하다가도
사라지는 별똥 한줄기에
마음 더 쏠려라
*
*
벗님,
주일 아침 나는 이 시를 읽고 묵상하면서 세속에 두발을 딛고 살아야 하는 신앙인으로 늘 마음에 느껴지던 두 마음을 들킨 듯 당혹스럽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면서도 세상을 향하는 어쩔 수 없는 일상생활을 들킨 듯 당황스럽습니다. 소화(小花) 테레사 성녀는 죽을 때까지 9년간의 수도원 생활에서 단 한 순간도 주님 아닌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철저한 수행의 삶을 살았다지만 바른 신자(信者)로 살기에도 버거운 나로서는 오히려 시인의 시 한편에 실린 족집게 같은 행간에 머물며 두 마음, 세 마음으로 갈라지는 내 자신의 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것으로 위로를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잎 지는 소리에
마음 더 쏠려라
한 마음이거나 한 마음이어야만 할 일이라지만 살아보니 마음이란 처음부터 여러 갈래라 딱 하나 외통수처럼 한 마음이 안되고 이런 저런 여러 갈래를 가진 마음결이더군요. 그래서 숱한 공력을 들여 한 마음이 되려고 수련을 하고 수행을 합니다만 그 일이 나에게는 도무지 쉽지 않습니다.
사랑을 하다가도
흩어지는 산 향기에
마음 더 끌려라
내가 애쓰고 노력하며 주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주님이 날 더 깊이 사랑하는 모양인데도 나는 자주, 정직하게 말하면 늘 다른 곳에 자주 마음이 끌리고 쏠립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내 옆에 있어도 나는 네가 보고 싶다’는 시인의 엉뚱한 노래가 그건 그래, 공감이 됩니다. 사실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시인도 그렇다니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아마 생각의 감각과 몸이 알아채는 생활의 감각이 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님을 사랑합네 하면서도 자꾸 세속적인 돈과 명예와 성공에 신경이 쓰이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
나는 소쩍새 소리에
마음 끌려라
그런데 전혀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꽤 오래 전부터 나는 반대로 사랑하기를 시작했습니다. 주님만을 사랑하지 않고 잎 지는 소리를 들으며, 주님을 생각하고 산 향기 속에서 주님의 냄새를 맡고, 소쩍새 소리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고, 사라지는 별똥 한줄기에서 쉬 가버리시는 주님을 다시 만납니다. 그렇게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그렇게 나는 자녀를 사랑하고 그렇게 나는 그리운 벗들을 사랑합니다. 거꾸로, 반대로 사랑하기를 익히고 나서 믿거나 말거나 나는 그 숱한 마음결이 하나로 모이는 하나 됨의 자리를 비로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하다가도
사라지는 별똥 한줄기에
마음 더 쏠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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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감히 제안할 수 있습니다. 풀 한 포기를 사랑하고 그 풀 한 포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는 겁니다. 반대로, 거꾸로 사랑해 보자는 말입니다. 주님만을 사랑한다는 사람이 풀 한 포기를 사랑하는 일은 정말 어렵더군요. 오히려 주님만을 사랑한다는 사람일수록 풀 한 포기를 업신여기고 폭력적이더군요. 하나님만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과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그 사랑의 빛으로 하나님께 나갑니다. 반대로, 거꾸로 사랑하자는 말입니다. 그러면 오직 자기는 하나님만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이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을 왜 그리 학대하고 더럽히고 착취하는지 알아 보입니다. 그는 오직 하나님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두 마음을 품은 위선자일 뿐이니까요. 예수님 당시에도 그런 사람들은 그랬습니다.
님은 더 깊이 사랑하는데
하나님이 지어주신 내 마음은 숱한 마음결을 가지고 있으니 하나님이 지으신 숱한 것들을 사랑하고 마침내 그 숱한 사랑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면 비로소 나는 한마음으로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하나님만을 사랑한다면서도 사실은 다른 욕심에 가득 찬 자기 마음의 벽 하나 넘어 서지 못한 그 뻔한 삶은 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나를 더 깊이 사랑하심을 믿고 내가 지금 살아가려는 생활신앙의 길입니다. 주님은 뒤집어 생각하시길 좋아했는데 주님의 날 시 한편을 읽고 뒤집어 생각하는 즐거움에 빠지게 하신 주님, 참 감사합니다! 늘 내가 하늘로 가야한다는 고착된 생각을 뒤집고 하늘에서 이 땅,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오신 하나님! 그 아기 예수님을 따라 세상살이로 나가면 바로 그곳에 하늘 길이 열린 내가 살아야 할 우리들 세상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