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청 원

▲ ⓒ 안인철 목사 2008.3 태안에서

그대

한 줄기 햇살이 되라.

거울 같이 맑은

이 새벽엔

하나의 햇살이 되어

닫힌 하늘을 열어 보자.

아득한 산천마다

우리의 눈부신 마음

청청히 살아서

청자 빛 하늘 아래

빛선 칼날로 눈뜨게 하자.

그대

한 자락 소리가 되라.

수정 같이 맑은

이 새벽엔

하나의 소리가 되어

잠든 땅을 깨워 보자.

*

*

   벗님,                                 

   공적인 직책에 있는 사람이 부패하거나 정의롭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 직책의 영향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쏟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재난과 피해를 겪지 않으려면 마침내 개인 개인이 사명자가 되어 빛선 칼날로 눈을 떠야 합니다.

그대

한 줄기 햇살이 되라.

   그리고 한 시절을 잘 살아 그 공적 직책의 사람들이 눈을 뜨고 있는 사회 조직과 체제가 되게 해야 합니다. 아, 그래요! 서구 사회가 지난 800년에 걸쳐 이룬 시민사회의 전형을 알아보면 못할 일도 아닙니다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거울 같이 맑은

이 새벽엔

하나의 햇살이 되어

닫힌 하늘을 열어 보자.

    공적인 직책도 어느 개인이 맡는 것이지만 그 개인은 이미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어야 합니다. 그 직책의 영향권 아래 있는 모든 사람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공인이라는 말입니다. 이 확실한 말이 도무지 확실하지도 않고 힘도 없어 보이니 우리 사회가 아직은 기본이 다져지지 않고 근간을 세우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안타까운 사회임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아득한 산천마다

우리의 눈부신 마음

청청히 살아서

청자 빛 하늘 아래

빛선 칼날로 눈뜨게 하자.

     나도 다른 이에겐 참으로 말을 못 알아듣고 안 듣는 사람이겠습니다만 나에게 다른 이들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이요 마이동풍(馬耳東風)격인 절망감을 안겨주는 사람들이니 남 말 할 것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답답하니 시인의 시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 뜻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마음을 씻어 닦습니다. 그러면 닦인 맑은 마음 때문에 한 줄기 햇살도 보이고 한 자락 소리도 들리겠지요. 선한 사람들의 피맺힌 호소를 외면하면 선한 그 사람들의 절망으로 인해 언젠가 나도 피맺힌 호소를 할 수밖에 없을 때 반응 없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절망을 고스란히 겪을 테니까요. 

그대

한 자락 소리가 되라.

수정 같이 맑은

이 새벽엔

하나의 소리가 되어

잠든 땅을 깨워 보자.

*

     아, 닫힌 하늘을 여는 일, 빛선 칼날로 눈뜨게 하는 일, 잠든 땅을 깨우는 일, 결코 쉽지 않은 이 일이 다시 추워지는 이 겨울에 내 마음에 선명해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찬바람 불고 추워지면 뿌연 운무가 사라지고  맑고 청명해지는 겨울 날씨 따라 내 몸과 마음도 밝아져설까요? 이 겨울에 나도 시인의 노래처럼, 기도처럼 ‘하나의 햇살이 되어 / 하나의 소리가 되어’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래요 오는 한 주간동안 내 기도의 제목으로 삼아 하나의 햇살로, 하나의 소리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청해 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