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내게조차 의미가 있는 새날 아침에 위풍당당하게 집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려는데 전화가 와서

한 손에 수화기를 들고 한쪽엔 가방을 들고 대화하다가 그만...

여닐곱밖에 되지 않는 계단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아픈 거 보다 부끄러워서 일어나려 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김포들꽃풍경 온실)

김포에는 야생화 동산이 있다.

사람도 보고, 가을의 야생화도 보려 했는데

다치고 말았으니 어찌 할꼬!

집으로 돌아와 못간다고 말하려던 것이

어쩌다 늦어도 가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말았다.

하긴, 남자의 말만 중차대하고

여자의 말은 함부로 해도 되는 건 아니라서

지하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고도, 다시 버스를 갈아탔다.

그곳에 이르니 강아지만 반기는 게 아니라

도자기를  빚고 있었던 회원도 반겨주고

전 시인은 아예 큰길까지 나와 마중해주는 것이다.

첫눈에 들어온 전 시인의 코트가 너무 커보여

"그거 내게 맞겠네" 했더니 그 자리에서 벗어준다.

나도 내 옷을 벗어 전 시인에게 주었으니 맞바꿔 입은 셈.

이번이 두 번째.

 (풍로초)

(둥근잎 꿩의 비름?)

(좀작살나무) 

(유홍초)

(매화바위솔)

 (하얀 용담)

(?)

실은 오늘이 며느리 생일.

며칠 전, 케이크라도 사려고 전화를 걸었더니 선약이 있다고. 

선물 받은 복숭아와 배 두 상자도 가질러 오지 않아 

상자 안에서 썩고 말아, 내 마음도 덩달아 썩어버렸다.

아직도 나는 밴댕이속 (chicken heart)

언제쯤이라야 도량이 넓은 사람이 될까?

시간이 흐를수록 몸이 더 아파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물리치료실에  누워 참회하며, 새로운 각오도 한다.

비록 몸은 아파도 마음은 점점 편안해지니 이상한 일이다.

마음의 평정을 잃어 실족한 것이었으니

부디 마음을 닦아야 한다. 지금 몸은 아프지만

장차 나을 것을 짐작하니 오늘의 아픔은 견딜 만하다.

오히려 아프지 않을 때를 생각하면 아픈 오늘이 더 감사할지도 모른다.

아플 때 건강을 고마와하고, 건강할 때는 아플 때를 생각해

만사에 조심할 일이다.

(어린 배롱나무)

내일,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오늘 일기를 다 쓰면 따끈한 탕 속에라도 들어가

홀로아리랑이라도 불러야겠다. 

내게는 15 명의 친구(선후배, 동인을 포함해서)가 있으니

사흘에 한번의 위로를 받으면 한 달은 즐겁게 지낼 수 있으리.

오늘도 여러 통의 다정한 전화를 받은 가운데

따뜻한 말을 들었다.

"워 아이 니",  백 번을 들어도 싫지 않는 말

그래서 오늘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