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경기도박물관에서

'淸황실 보물전'이 있다고 들어 김숙려 시인과 함께 갔다.

어제의 비로 인해 날씨는 조금 차가웠지만 그런대로 상쾌하다.

내일(25일)부터 있을 전시의 개관식이 있었다.

15년 전에 경기도박물관과 중국 요렬성이 자매결연을 맺어

그에 따른 문화교류를 하던중 오늘, 이렇게 유물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중국의 2대고궁인 심양고궁의 유물이 한국나들이를 한 셈이다.

워낙 사람이 많아 설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

나는 아예 느긋하게 혼자 감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내가 너무 어두워 제대로 찍지도 못했을 뿐더러

찍은 사진조차 제대로 나온 게 없으니 츳츳...

(꽃과 벌, 나비를 그린 법랑주전자와 화로와 그릇)

(꽃무늬법랑 손화로)

나는 역사에 무식해도 청나라만은 내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병자호란때, 인조의 굴욕스런 항복의식이 가슴을 메이게 하기 때문이다.

공룡포 대신 평민의 옷을 입고 청 황제를 향해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三拜九敲頭禮를 했다는 사실이

여간 분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해도 참으로 치욕스런 일.

새삼 국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저런 선입감으로 나는 건성건성 유물을 보았다. 

(코끼리모양 법랑 보병)

(황제의 용무늬 예복)

(산수와 인물무늬를 새긴 매화모양 칠기합) 

(활과 화살집)

(금박 마노 목걸이)

 (청 태종 황타이지의 시호 도장)

(한. 만주. 몽골의 문자를 새긴 용무늬 信牌)

관람을 마친 다음에는

박물관 뜰 한 켠에 마련된 연회장으로 가서

사람들은 모두 맛있게들 먹는다.

나는 하나도 구미가 당기지 않아 입에 대지도 않았지만. 

서쪽으로 기우는 햇빛이 눈부시고 

하늘에 뜬 구름은 무심히 흐르는데

나는 역사를 가슴에 새기며 인류의 평화를 기원했다.  

뭐니뭐니 해도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김 시인이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다는 사실이

박물관 복도에 걸려있어 자랑스러웠다.

비록 기증자 이름이 많아도 내 눈에 띄는 이름 석자는

박물관이 존재하는 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오늘은 이렇게 역사를 더듬으며 내일을 생각한 하루

다시는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고 되뇌인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