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에서 국가적 초당적 대처를 원한다면

이 대통령은 "정치권이 독도와 금강산 사건에 정략적으로 대응한다면 결국 국론분열을 노리는 일본과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것"이라며 "국가적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제안을 보면서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명박대통령이 국가통합적 위치에서 정책을 펴고 정치를 하고 있느냐하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공격 폄하하였다.

야당할 때야 무슨 소리 못하겠는가마는 여당이 되어서도 지난 정부 때의 모든 정책은 배제하고 반대 내지는 다른 정책만을 찾다가는 소위 ABR(Anything But Roh) 을 선택하다보니 외교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실용외교가 실망외교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지난 10년간의 대북 화해협력 평화정책은 정통성을 가진 대한민국정부가 추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때문에 6.15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하여 지난해 노무현-김정일의10.4선언을 이명박정부가 하루 빨리 인정하고 수용하여 실천하는 변화된 자세를 보여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을 인정해야 나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이다. 대한민국 국가 안에서 서로가 주인 노릇하는 성숙한 모습이 선행되어야 전국가적 초당적 대처가 가능한 것이다. ‘나 혹은 우리만이 유일한 주인이다’라는 오만방자한 지도력으로는 초당적 대처를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무조건 초당적 대처를 강요할 때에는 시니컬하게 답이 돌아오는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며칠 후에는 베이징에서 올림픽 개막식과 아울러 세계 국가정상들이 만나는 외교전이 펼쳐질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이명박 대통령과 북한의 김영남 국가주석 간의 조우가 이루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 때에 두 사람 간에 ‘무언가 긴밀한’ 대화가 있기를, 그리하여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하는 눈치들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를 필자도 소망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북측과 대화하고 교류하면서 얻은 결론은 ‘원칙의 존중 없이 무작정하는 교류는 없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북측과 대화하기를 원한다면 북측이 원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북측과 성과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은 미국 부시 대통령과는 회담을 하더라도 남측의 대통령과는 시늉도 내려고 하지 앉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참여정부 시절 한나라당을 비롯한 비판세력들은 노 전대통령이 국민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떠들어댔다. 하여 정권이 교체되면 국민통합적인 정책과 비젼이 제시되고 실천될 것을 내심 기대도 해보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나 하여튼 지난 100여일 촛불정국을 지내면서 국민들 사이의 분열과 불신의 골은 더 깊어만 간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이명박정부는 이프로2%정부’라는 말이 회자하는 이유는 98%를 소외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말이 조금 과장되기는 하였으나 국가적 초당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현 집권자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라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당선되었다는 교만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기를 바란다. 사실 숫자비교로 하자면 ‘이대통령의 지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표보다도 적었다’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일 국회에서 개헌 가능성 확보라는 의석수를 믿고 무리수를 둔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정권으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촉구하는 것이다. 진실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상생과 공존의 자세로 나아가지 아니한다면 대한민국의 불행은 계속 될 것이다.

 이러한 염려가 기우가 되어 외교적 불안에서 속히 벗어나서 ‘끊임없이 번영하는 위대한 대한민국! 평화적 자주적으로 통일된 조국!’에서 살고 싶다. 진실로 우리나라 우리겨레를 사랑하기에 하는 말이다.

- 2008년 8월에. 이글은 인천신문 2008년 8월 5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