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교회 닫는 예배 / 6월26일(목) 오후6시 시청앞 촛불교회 현장에서

촛불문화제 현장 등 안팎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촛불교회가 26일(목) 오후 6시 닫는 예배를 드린다. 매주 목요일 6시 성공회 앞에서 촛불 기도회를 드려왔던 기독교대책위를 겸하여 드리는 이 날의 예배는 촛불교회 현장에서 전국목정평(공동의장 서일웅, 정진우, 김성복목사)이 주관한다. 시청앞의 광우병 대책회의 등의 모든 천막도 서울 시청의 요청으로 이번 주간을 지나고 대부분 철수할 예정이다.

촛불교회이야기4 / 6월 23일(월)
시민 한 줄 기도

새로운 한주간의 날이 밝았다. 오전에 집안 일을 하고 시청광장으로 나왔다. 어젯밤에 수고한 정정섭,이용안 목사는 벌써 나갔고 다른 분들이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 촛불교회는 이렇게 잘 모르는 분들이 교회를 지키고 있는 곳이 되었다.

그런 분들 가운데 최모 선교사님은 아침에 십자가와 강대 등을 자신이 정리 했다고 말씀하신다. 이 분은 지금 잠시 고국에 들어오셨다고 한다. 촛불교회 텐트가 세워진 후 사흘 밤을 같이 하며 촛불교회의 열렬한 참여자가 되셨다.

오늘은 기독운동권 안에 행사들이 많은 날이다. 기사련의 대표자회의, 교회협의 시국토론회, 대책회의의 회의 등 새로운 전열정비를 위한 논의가 벌어지는 날이다. 나는 교회를 떠날 수 없어 그런 회의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그 가운데 속도 상한 내용도 있었고 다른 견해도 있었지만, 모두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오늘 특이한 점은 일간지 등에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에서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어갔다. 촛불 현장에 있는 교회. 거기에다 교회의 보수적 행태와 장로대통령이라는 점 등. 그런 것이 아마 주목을 끌고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같다.

사실 촛불교회는 상징적 의미의 교회일 뿐이다. 내용은 광우병기독교대책회의의 현장 농성 텐트이다. 그런데 그 텐트의 이름을 상징적으로 촛불교회라고 한 것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 그러기에 제도적 교회의 내용을 생각하면 오해가 생긴다. 물론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난의 현장에 함께하는 교회의 본질적 모습의 일각은 있다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런 속에서 많은 견해의 차이가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숙직과정에서 술취한 노숙자 한분이 들어오셨다. 금주가 규율인 농성텐트생활에서 음주자를 받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분은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조용히 소리없이 구석에 가서 누웠다. 들고온 술병든 비닐 봉지를 밑에 놓고 그냥 누워잔다. 나는 모질게 쫓아내지는 못한채 그 분을 노려보았다. 그냥 외면하면서 조용히 자는데 차마 내쫓지는 못했다. 새벽쯤되어서 그 분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너무 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이 노숙자 분을 거의 강제로 깨워서 내보냈다. 술병을 나중에 가지러 오겠다면서 갔는데 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에 걷기 기도 재미에 빠져있다. 스톨을 매고 원형 시청 광장을 천천히 세바퀴 도는 것이다. 어제부터 시작해봤는데 재미가 쏠쏠하다. 세바퀴째 쯤 되면 찬송도 나온다. 도심의 영성 수련에 도움이 되고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번 기회에 아예 습관화 해야겠다.

촛불교회 이야기가 어떤 얘기가 나올지, 언제까지 될지, 어떤 일들이 있을지... (기록자 김성윤 목사 )

촛불교회이야기3 / 6월 22일 일요일
촛불교회 셋째날은 주일날입니다.

다른 모든 교회는 주일날이 들썩 거리는 날이지만, 촛불교회는 주일날이 사실 제일 어려운 날입니다. 대부분 지역교회에서 예배하고 교제하기 때문이죠.

이날은 촛불교회에서 평화의 교회 성도들이 함께 예배하게 되었죠.

그보다 먼저 특이한 것은 우리 천막 옆의 카톨릭 빈민사목들이 주일미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묘하게도 시간이 겹쳐서 우리는 시간을 양보했습니다. 전형적인 카톨릭 미사처럼 영성체까지 마치며 그들이 교제하는 순간이 우리 교회 예배의 시작이었습니다.

예배하는 사람은 많이 않았지만 그래도 예배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런데 일은 예배 뒤에 일어났습니다. 이날은 주일날이라 구경나온 어른 들이 서로 싸움이 붙은 것입니다. 어떤 할아버님 이셨는데 그분은 한국현대사를 꿰뚫고 있었고 그 연세에 어울리지 않게 미국의 역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과격한(?) 견해를 말씀하시는 진보적인 이 할아버지와 다른 노인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참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그러던 때에 슬그머니 다른 어떤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교회에 헌금을 하셨습니다. 우리의 예배에 감동을 받으셨는지 아니면 무엇때문인지...

저는 그 얘기를 나중에 듣고 교회라고 이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저녁은 제가 약속이 있는 관계로 후배 두명이 밤을 지켰습니다. 갑작스런 선배의 부름에 거절도 못하고 꼼짝없이 끌려나와(?) 밤을 새운 그 후배들의 이름은 정정섭과 이용안.

예장 합동측 새시대 목회자모임 회장과 총무인데... 그날 참 고생했습니다. 만나면 격려해주십시오.

그러다보니 셋째날은 증언할 것이 이것으로 끝입니다.

아 한가지 더.
카톨릭 빈민사목의 천막은 이날까지 랍니다.
그동안 공짜 커피 잘 먹었는데... 어디서 그런 정을 나눌까요?
그리고 종교거리는 어떻게 형성할까요?
아쉽고 아쉬운 일입니다.

6월21일, 토요일
촛불교회이야기 둘째날입니다.

날이 상당히 지나 실상 넷째날에 쓰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바삐 뛰어다니다보니 정리하지 못한채 날이 벌써 이만큼 훌쩍 지나 버렸습니다.

촛불교회 둘째날인 21일 토요일은 매우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날 범국민대회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국민대책회의에서 제시한 최후 통첩일을 지난 첫 토요일이자 미국과의 협상결과가 발표되어 맞이하는 첫날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이명박정권 쪽에서는 비등한 여론을 식혀야만 했는지 그 계획의 일환으로 전날에는 대통령사과를 했고 그 다음날인 토요일 오후늦게 협상 결과를 발표 했었습니다. 한마디로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21일 예정된 범국민대회에 많은 국민들이 참가하지 못하도록 대응 시간을 얼마 주지 못한 것입니다.

사실 범국민대책회의와 몇 몇 관계자들은 매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미국과의 추가협상결과를 대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그날 최소 3만명에서 최대 5만명이 참가한다면 광우병반대 여론은 계속이어갈 수 있다고 보았고 그 이하라면 어렵다고 생각들 했습니다.

긴장스런 시간이 지나고...

집회 예정시간이 다가올 수록 사람들은 몰려오는데 아이들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슬슬 늘어나고 우리 천막 촛불교회 주변에도 사람들이 슬금슬금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
촛불교회가 세워지고 느껴지는 느낌은 폭발적인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다들 종교문제에 대해 일가견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런 현장에 교회라는 것이 있어서인지 모두들 한마디씩 하는 것입니다. 어느 목사가 어떻고, 예수가 어떻고, 어떤 교회가 어떻고, 미국이 어떻고... 한마디로 촛불교회는 말문을 틔워주고 이야기를 하도록 용기를 가지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마침 옆 텐트에는 카톨릭 빈민사목위원회에서 커피와 음료를 나눠주는 봉사를 했는데 결국 우리 천막교회 주변은 종교거리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개신교의 촛불교회와 천주교의 신부 수녀님, 봉사자들이 어울린 하나의 앙상블이었습니다.
.....
다시 집회얘기로 돌아와서.

교회 앞의 서울광장을 언뜻보니 군데군데 사람이 비어있었습니다. 아니... 이런 숫자가 와서 어떻게 하는가? 마음에 순간적으로 낭패감이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집회가 평소와는 조금 다릅니다. 무대차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무대차가 어디갔지? 궁금해 찾아보니 프라자호텔 옆의 거리를 가로질러 무대차가 설치되어있고 그 앞으로 덕수궁대한문, 서울시청, 프레스센타, 서울시의회 조선일보 동아일보 광화문 감리회관까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집회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와...

아마 6월 10일 집회이후로 가장 많이 모이지 않았는가 생각됩니다.
김종훈 통상본부장의 발표를 듣고 약 10만여명의 시민들이 그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며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아... 이제 끝났구나... 저는 기나긴 싸움의 끝이 시작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감동은 그 뒤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국민들이 명박산성을 넘기위해 국민토성을 지었던 것입니다. 모래를 주머니에 담아 모래주머니를 모아 쌓으며 경찰차를 넘어서 깃발을 휘둘렀던 것입니다.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들고 서울역에서 시청을 지나 광화문까지 행진하는 사람들은 영웅들이었고 저또한 주변에서 그들을 환영하며 오늘의 승리를 축하했습니다.

한가지 이야기 안할 수 없는 것은 잠자는 일이었습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숙박하는 사람은 저 혼자였는데 주변사람들이 슬렁슬렁 모여들었습니다. 좀 재워달라는 것입니다. 교회 간판보고 부담없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사실 마음으로는 부담이 되기는 했습니다. 저는 저홀로 조용한 저녁을 기대했거든요. 저는 저의 기대를 포기하고 그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중 한분은 길에서 헤매는 할머니 한분을 모셔왔습니다.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는 침낭도 없어서 우리가 가진 가장 좋은 침낭을 드렸습니다. 다른 분은 새벽 동틀즈음 들어와 “여기 교회죠? 잠 좀잘수 있어요?” 하면서 바로 드러누워 코를 골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잔 사람들이 다섯명입니다. 우리 교회 텐트는 이런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 없는 저녁이었습니다.
촛불교회 둘째날 저녁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기록자 김성윤목사)

촛불교회 이야기 - 그 첫 번째날

2008년 6월 20일. 금요일. 촛불의 열기로 전국을 흔들고 있는 서울 시청 앞 광장에 재미있는 텐트가 하나 만들어졌다. 바로 텐트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시청 앞에 텐트들은 많이 있지만, 교회가 세워졌다는 것은 확실히 좀 특이한 일이다. 텐트 절, 텐트 사원, 텐트성당...이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텐트 교회의 이름은 ‘촛불교회’. 시대를 밝히는 촛불행진의 성지에 교회가 세워지고 그 이름도 ‘촛불교회’라 한 것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는데 촛불교회는 그 이름대로 역사의 빛, 세상의 빛이 될 것인지, 아니면 찻잔속의 빛으로 그칠지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이 희한한교회의 등장은 주변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지, 더 빨리 나왔어야지...”

“햐 교회야?!...”

“ 여기는 어느 교단이예요? ”

어떤 성도는 이런 현장에 교회가 생겨서인지 감격해하면서 우리 사람들에게 만두를 세통이나 사다주었다.

기독운동 활동가들은 이 촛불교회가 현장의 중요한 포스트가 되어 앞으로 운동을 활성화해 갈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그것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 채 그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인 교회는 고통받는 세계속에 성육신하여 그 세상의 죄를 지고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론이요, 교회의 선교이다.

촛불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 몸이 첫 출발한 날이 오늘이요, 그 교회가 선 곳이 고통받는 이 나라의 한가운데, 서울 시청 앞이다.

생명을 지키려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의 촛불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하여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지키고 생명의 물을 지키려는 촛불

언론방송 장악음모를 저지시키려는 촛불

비정규직을 반대하고 창조적인 사랑의 노동을 하려는 촛불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촛불

한미FTA를 반대하는 촛불

남북관계를 잘풀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촛불...

갖가지 사연과 염원 눈물과 투쟁을 담은 촛불이 켜지고 모여지는 그곳 한가운데 ‘촛불교회’는 탄생했다. 그 촛불교회의 이야기가 얼마나 계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날까지 이 교회의 이야기를 증언하려한다.

김성윤 목사
예수살기 사무처장/기사련(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집행위원장/대한예수교장로회 평화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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