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인성과 신성 - 이야기로 풀이하는 기독론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사람의 아들인가, 신의 아들인가, 아니면 신이었는가 하는 질문을 놓고 시간만 낭비해왔다. 예수는 사람의 아들이었다. 그는 마리아와 요셉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신의 아들이었다. 그는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로 이해했으며 실제로 그는 신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신약에서는 '형제 예수'를 '주(主) 예수'로 신격화했다. 이것은 인간 예수의 위대함과 존엄성을 해친다.

우리는 예수를 격하시키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수는 그것을 요구했으며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과 영원 전부터 함께 계시며, 하나님 오른편에 앉아 우주적 재판을 기다리는 신적인 예수의 모습에는 식탁에서 웃고 대화하기를 몹시 즐겼던 역사적 예수의 인간다운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격하된 예수만이 기독교 운동의 진정한 창시자로 다가올 수 있다. 그의 지위를 이렇게 새롭게 자리매김할 때, 그는 더 이상 이방 신비종교의 내려오고 올라가는, 죽고 다시 살아나는 주님이라는 신화 속에 간직된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동일 본질일 수 있다.

예수 당시에 많은 메시아 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을 메시아로 내세운 일이 없다. 예수는 베드로나 제자들이 기대했던 그런 메시아는 아니다(막 8:26-27). 예수가 스스로를 일컫는 칭호인 인자(人子)는 결코 다니엘서의 장차 올 심판자가 아니고 단순히 ‘사람’이라는 뜻을 넘지 않는 겸손한 표현이다. “내가 바로 그다. 너희는 인자가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라는 구절은 후대 교회의 고백이지 결코 예수 자신에게 돌릴 수 없는 발언이다. 권력자들에게 재판을 받고 힘없이 죽음으로 향하는 그는 구름을 타고 오는 심판자로서의 인자상(像)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해방신학은 예수의 신비를 그의 역사적 실존 안에서 언급한다. 예수는 가난하고 굶주리고 버림받고 반체제이고 “미쳤던”(막 3:20) 사람이다. 그는 노동자였고 증명서 없는 무명인, 목수, 실직자, 정치범, 고문당한 자다. 마침내 여기에서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이 신중하게 취급된다. 예수는 거리에서 땀 흘리는 하나님, 햇빛에 그을린 얼굴의 하나님, 우리와 똑같이 보고 느끼는 노동자 그리스도다. 여기에서 서구신학에 뿌리 내린 가현설의 위험이 진실로 극복된다.

예수는 지극히 당연한 듯이 세리들과 죄인들과 어울린다. 예수는 사회 규범을 타파하고 장벽을 무너뜨린다. 그는 세상에서 명성을 얻고 인정받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스스로 버림받은 자가 된다. 그는 세상의 폐물들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한다. 예수의 이런 행동을 통해 세상의 버림받은 자들은 기쁨을 맛본다. 그러나 종교 전문가들은 예수를 대식가나 술고래로 취급하며(마 11:19), 예수의 행동을 보고 아연질색한다(눅 11:37 -38). 계율이나 종교적 체면에서 볼 때 예수는 무법자다.

우리와 똑같은 시대의 아들인 예수는 시대 상황을 완전히 초월할 수 없다. 그의 위대성은 시대 상황을 잘 파악하고 그것을 누구보다도 크게 뛰어넘는 데 있다. 선구자 예수는 종교적 굴레와 정치적 우상을 부수고 민중이 역사의 주인 되는 길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예수는 그리스도교의 선구자가 아니라 역사의 선구자다. 선구자는 시대를 거부한다. 현상에 대한 준엄한 거부정신이 미래를 창조한다. 예수는 살해된 사나이다. 그 반역의 정신을 시대의 지배자는 죽일 필요가 있었다.

예수가 메시아라는 기독교인들의 확신은 예수 안에서 메시아를 본다는 고백적 진술이다. 이 확신은 예수가 자신을 누구로 생각했는지에 관한 사실로 이해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확신은 예수 같은 사람 속에서 하나님의 결정적 계시와 하나님으로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겠다는 결단이다.

전통 교리에 젖은 사람들은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므로 전능하다’는 신념과 그의 수난사 중에 특히 겟세마네의 고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하다가 그 모순을 슬그머니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수는 어디까지나 참사람인 한 우리와 똑같이 한계를 지닌 존재다. 그가 일반 사람과 다른 초능력자였다면 그는 우리와 유기적 관계를 가질 수 없으며 그의 수난사에서 보여준 행태들은 모두 연극에 불과하다.

기독론은 예수의 신성을 파악하려는 시도다.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당한 갈릴리 출신의 이 사람의 무엇이 그리도 특별한가? 그리스도의 중요성은 신성과 인성을 겸비한 그의 두 “본성”이 아니라 그의 “행함”에서 도출된다.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그의 본성이 아니라 그의 은혜를 아는 것이다. 이것은 추상적 기독론에서 벗어나 행동과 실천을 지향하는 기독론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통 교리에서 벗어나 가급적 동사적 표현을 사용해서 기독론을 이야기로 풀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