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가 주는 혼란에서의 자유


모세의 이혼허락: 신24:1~3
예수의 이혼금지: 막10:6~9와 마5:32, 마19:9, 눅16:18
바울의 이혼사유 추가: 고전7:15


바울은 내외간의 종교적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혼을 택하도록 가르쳤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목만 본다면 바울이 예수의 이혼금령에 맞서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가르침을 무력화시켜 버리는 것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하나님의 자녀된 입장에서 이와 같은 성서의 이혼관련 본문들을 본다면 매우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흐름을 통해 나타난 성서의 서로 다른 이혼관련 문제들을 정리하고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주는 혼란에서 자유케 되기 위하여 “그러면, 이혼문제를 발생시키는 최초 원인으로서의 [결혼]이 대체 무엇이냐”를 간략하게 짚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결혼이 없으면 이혼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성경이 말씀하는 결혼의 원래의 의미

결혼은 하나님이 인간들에게 허락하신 지상최대의 선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한 내외는 창2:23~25의 상태를 지속시켜 나가도록 해야만 한다. 배우자에 대한 칭찬, 배우자로 인한 기쁨, 내외간의 지성적, 인격적 상호관계성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천국같은 가정의 모습 등...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최대 선물로 유지, 간직되어 평생을 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창2:24은 당연한 것이다. 상대 배우자는 바로 “내 몸”이기 때문이다(2:21b~22). 그러므로 이혼은 “내 몸”의 갈비뼈를 스스로 떼어 내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 모세의 이혼 허락의 이유

그런데, 모세는 이혼을 허락했다. 하지만 모세가 이혼을 허락한 근본적인 배경은 싫은 여자를 억지로 데리고 살 필요없다는 식으로 남자편에 서서 이혼을 허락한 것이 아니다. 모세는 남편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를 언제든지 버릴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락한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람의 모양새만 불쾌하게 만드는 혹처럼, 남자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갈비뼈를 아무렇지도 않게 떼어 내버리라고 모종의 특권을 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세율법의 이혼 허락은 “완악한” 남자들에게 고통당하며 인생을 서럽게 살아가는 희망없는 아내된 여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모세의 이혼 허락은 아내된 여성들을 위한 것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당시의 시대정황 속에서 볼 때 여자는 약자일 수 밖에 없었다. 남편된 자들은 사회, 경제, 문화 제 분야의 주도권을 온통 다 틀어 쥐고 있었다. 그런 남편들에게 이혼권을 주므로서 그들이 스스로 아내된 여인들의 목에 걸고 있는 오라줄같은 족쇄를 자발적으로 풀도록 조치했던 것이다. 그럴 때, 약자인 아내된 여자들은 여자의 생명생활을 사실상 석고화시키는 남편들에게서 자연스럽게 해방되어 새생명의 기쁨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 홍해를 가르듯 남편과 아내를 갈라놓는 이혼 허락속에 담긴 뜻

모세의 이혼허락은 무지막지한 남편된 자들의 손아귀에 갇혀서 자신의 인생을 탄하며 살아가야만 했던 불쌍한 아내된 여자들을 자연스럽게 빼내므로서 그녀들에게 “생명누림”의 기회를 다시 갖게 하는 매끄러운 방법이었다. 생명을 옥죄고 삶을 짓밟는 아수라장 인생에서 아내된 여인들을 건져내므로 새로운 삶을 꽃피울 수 있도록 그녀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출애굽의 차원에서 자유를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홍해를 가르듯 둘 사이를 갈라 새로운 행복과 지고의 사랑을 찾아 나아가게 하고자 함이었다. 이것이 모세의 이혼 허락 속에 담겨있는 창조주 하나님의 무한사랑과 넘치는 은혜이다.

하나님의 이와 같은 사랑과 은혜는 이혼당한 여인들에게 재혼의 기회를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재혼을 허락하는 신24:2는 이혼당한 아내된 여자들을 위해 [생명의 기쁨을 누리도록] 또 다른 기회를 주시는 명명백백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의 선언이다. 맥없이 일방적으로 남편들에게 족쇄처리 당하므로서 사랑과 행복의 터전을 송두리채 빼앗겼던 아내된 여자들은 저 애굽시절의 노예만도 못한 처지에서 빠져 나와 새행복을 찾아나갈 수 있는 벅찬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 모세의 “이혼 허락”을 정면에서 거부하는 듯한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의 이유

그렇지만, 예수는 이런 의미가 있는 모세의 이혼 허락에 대해 정면충돌하는 것 같은 “이혼 절대 불가”를 교훈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약자중의 약자인 아내된 여자들을 족쇄처리하여 계속 오라줄에 묶어 두므로 하나님께서 운명지워주신 그대로 평생을 살라고 말씀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절대로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 교훈은 남편된 자들이 이혼권을 무기삼아 아무런 대책도 세워 주지 않고 아내된 여인들을 집에서 내쫓는 등의 악질적인 횡포를 가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횡포를 원천적으로 틀어막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남편들의 의도적인 저질 죄악을 원천봉쇄하여 상대적으로 허약한 아내들의 사랑과 행복을 지키기 위한 “약자 보호조치”의 성격을 갖는다. 여자들이 얼마나 기가막힌 약자의 처지에 있었던지는 복음서들이 증언한다. 여자는 당시에 사람의 수에도 들지 못했었다!


• 모세의 이혼허락과 예수의 이혼 절대 불가의 공통점

따라서 이혼을 허락한 모세와 이혼 절대 불가를 말씀한 예수의 교훈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초점은 약자인 아내쪽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을 보아야만 한다. 그럴 때 모세가 이혼을 허락한 이유와 예수가 이혼 절대 불가를 말한 이유에는 서로 상통하는 공통의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그러므로 모세의 이혼허락과 예수의 이혼불가는 공통적으로 당시의 “약자였던 아내된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남편들에게 빼앗겼던 [생명누림]의 복을 되찾아 받게 하기 위한 교훈”이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 사도바울이 추가한 이혼사유의 목적

그러면, 바울이 추가한 이혼사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사도바울이 증거하는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로 “자유케 되는 복음”이다. 그러므로 결혼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행복이 아니라 저주같은 지옥생활을 강요하는 족쇄로 변질되어 버렸다면 당연히 노예같은 쪽을 편들어 그 쪽을 해방시켜 주므로서 자유케 해야 한다. 따라서 바울이 추가한 이혼 사유, 특히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주어진 이혼 허락의 내용은 단순히 “종교적인 갈등의 해결”이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의 선물인 [생명누림]의 차원”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 이혼허락, 이혼금지, 이혼사유 추가.... 성서가 주는 혼란에서의 자유

그러므로 모세의 이혼허락은 “새 삶을 향해 나가는 출애굽의 복음”으로서의 교훈이며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혼의 원천적인 의미를 찾아 새롭게 나아가게 하는 다른 방법인 것이다.

예수의 이혼금지는 약자로서의 아내된 여인들의 생명과 그 삶을 보호하기 위한 교훈이며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되지도 않는 이유를 들어 하나님께 허락받은 생명의 풍요로움을 강탈하거나 파괴시키려는 세력으로부터 약자쪽을 보호하시고자 하시는 피난처이시며 요새가 되시는 하나님의 무한사랑과 은총의 복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혼의 원천적인 의미가 일방적으로 해체되지 않게 하는 방법이었다.

바울의 이혼사유 추가도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그가 전한 복음은 “자유케 하는 복음”이다. 그것은 그리스도 예수로 말미암은 생명의 복락을 방해받을 때, 그 강압적인 방해의 족쇄에서 벗어나 부활하신 주의 은혜로 생명의 기쁨을 누리도록 “자유케 하는 해방의 조치”이다. 따라서 바울의 이혼사유 추가의 교훈은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구원받은 자의 [생명누림] 생활이 상대 배우자로 인하여 불가능해질 때, 기꺼이 그 질곡에서 벗어나 자유함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선언이었다는 것을 보게 된다. 바울의 교훈 역시, 결혼의 원천적인 의미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새로운 길로 제시된 것이다.


• 목양현장에서 서로 다른 말씀을 앞에 놓고 설교자, 목회자의 몫을 감당하기 위해

따라서 문자적으로는 도저히 현실생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예수의 이혼금령이 갖는 공허함은 사실상 생명을 복되게 하기 위한 [생명누림]의 교훈으로 가득히 채워질 수 있는 진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바로 이 [생명누림]을 위한 교훈을 현대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려면, 아래와 같은 물줄기의 흐름 속에서 지금까지의 내용이 가르쳐져야 한다.


1. 결혼한 내외는 성경이 말씀하는 결혼의 원래의 의미에 충실하도록 믿음안에서 힘써야만 한다고 중단없이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성경의 이혼 관련 교훈안에 유전자처럼 내재되어 있는, 사람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성경적으로 가르치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결혼의 원래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이 이혼금지에 초점이 맞추어지므로 이혼금지를 강요하듯 하는 것으로 모양지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혼을 말하는 것은 결혼의 원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현상을 측면에서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일관성은 [결혼의 놀라운 뜻]을 강조하고 가정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복음서들이 말씀하는 예수의 이혼금지와 바울의 이혼사유 추가의 입장이 이런 각도에서 해석될 때 모세의 “이혼 허락”의 뜻도 제대로 파악된다.


2. “이혼 절대 불가”의 교훈이 또 다른 화석화된 율법규정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

“이혼 절대 불가”를 가르치는 것은 한 번 결혼한 남여를 풀수 없는 밧줄에 묶어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그대로 하나가 되어 살게 해야만 한다는 강제적인 족쇄 규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대로 하나님의 선물을 인간쪽에서 되는 대로 쉽게 폐기할 수 없다는 것과 연관시켜 결혼의 의미, 하나님께서 둘을 한 몸되게 하신 원래의 뜻, “내외간 사랑의 의미”를 강조해야 된다.


3. 결혼생활이 지고의 행복을 가져다 주기는 커녕 오히려 [생명누림]의 복을 짓밟는 지옥의 고통으로 변질되었다면 그 삶에서 자유함을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결혼 당사자들은 하나님의 은혜안에서, 하나님의 뜻가운에 이뤄진 결혼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결혼식을 올린 이후로 결혼이라는 사회적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극한 고통에 빠져 시달리게 된다면,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며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볼 것도 없이 “자유케 하는 복음”의 차원에서 그 상황을 조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바로 이혼을 권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법원이 조정기간을 두어 이혼을 하려는 당사자들을 교육하고 상담하므로 이혼을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 이상으로 하나님의 원래의 뜻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가르치고 권면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하나님께서 짝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는 일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이혼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인가, 이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것인가?

때때로 “이혼이 최선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이 양자간의 선택의 기로에서 어느 것이 내외간 모두에게 “생명을 얻되 풍성히 얻게 하는 방책”인가를 고민하므로 당사자들의 미래를 위해 주 안에서 최후의 결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사람이 이혼을 허용하는 것처럼 모양지워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왜냐 하면 이것은 남여쌍방의 평등성을 전제하고 쌍방의 합의를 존중히 여긴다는 개념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예수의 “이혼 금령”은 결코 어떤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쌍방이 합의하고 이혼을 하는 등의 [목적성 이혼]을 못하게 가로막는 분명한 말씀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법원이 조정기간을 두는 것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결혼의 의미를 강조하므로서 [목적성 이혼]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 성서가 주는 혼란에서 자유하기 위해... 본문의 일차적 의미를 밝혀라

성경의 내용이나 본문의 글자만 볼 때, 이혼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모세의 율법을 인용하므로 자신의 입장을 두둔할 수 있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절대로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혹은 조건부 이혼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는 예수의 이혼 금령이나 “음행한 연고 이외”라는 구절을 토막내듯 하여 인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종교나 신앙문제로 갈등을 빚을 때 신앙생활을 좀 더 잘 하기 위해 바울의 가르침을 따른다면서 이혼의 타당성과 신앙적인 합리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현상앞에서 영원히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혼란을 겪게 된다. 이럴 땐 이런 말씀, 저럴 땐 저런 말씀, 일관성도 없고 통일성도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혼란에서 자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세의 이혼허락, 예수의 이혼불가, 바울의 이혼사유 추가를 공통적으로 꿰뚫고 유유히 흐르는, 영원히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읽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성경에 바탕한 훌륭한 믿음은 단지 성서를 읽는 것으로만 되지 않는다. 2000년도 더 된 고문서인 성서를, 지금 여기서도 여전히 생생하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기 위해서는 현대의 언어로 재진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40여 명의 영감받은 사람들이 제각각 각자의 처지에서 인간의 문자로 기록한 성서의 각 본문들을 속에 흩어짐없이 흐르고 있는 불변의 진리를 찾는 작업은 성경을 읽기만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