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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 평가와 촛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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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익(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
1. 최근의 정치상황
-. 지지율 60%를 상회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도 안되어 지지율이 20% 후반대로 떨어지는 세계정치사에서조차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며,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촛불집회를 넘어선 촛불혁명이라 부를 만한 상황: 미국 쇠고기 검역 조건 완화 합의로 촉발된 시민, 민중들의 자발적 투쟁은 인터넷 대통령 탄핵서명 일 주 일만에 100만명을 넘어섰고, 동시에 대규모의 재협상 촉구 시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은 1987년 6월 항쟁에 버금가는 정치상황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깊이와 이후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은 6월 항쟁의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상적으로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 쇠고기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등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나, 그 본질에 있어서는 김영삼 정부 이후, 그리고 최근 1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와 저항의 의미를 지니며, 이명박 정권의 모토라 할 수 있는 실용주의에 대한 정치적 저항을 의미. 이러한 대중의 정치적 분출을 그 동안 지체되었던 한국 민주주의를 가 일층 심화시키는 계기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는 게 이 발제의 주요 논지.
2. 1987년 6월과 2008년 5월 투쟁의 공통점과 차이점: 차이점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 공통점: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 예) 정권의 계속된 말 바꾸기. 87년 6월: 개헌에서 호헌으로 다시 개헌으로. 08년 5월: 정부고시 강행에서 고시연기, 재협상은 절대없다에서 일부 조건에 대한 개정 및 완화요구, 이러다 더 밀리면 사실상 재협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현재로서는 추정). 시민 혹은 민중들의 급속한 투쟁으로 점화. 특정한 사건 혹은 계기가 저항 촉발(87년 6월 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폭로, 08년 5월: PD수첩의 광우병기획 프로그램이 그러한 역할. 정작 폭로 당사자들은 사건의 그토록 커지거나 이후 그러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는데서도 공통점. 또한 87년 당시 공안당국이 박종철 군 고문치사를 은폐하기 위해 계속 말바꾸기를 시도한 사실과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에 국민건강권 및 검역주권을 내준 것을 은폐하기 위해 한국 측 협상당사자들이 계속 말바꾸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대동소이).
-. 차이점: 87년 6월은 학생운동, 종교사회단체 등 조직화된 사회운동이 주도하고 이후 대중들이 가세하는 양상을 띠었다면, 2008년 5월은 정반대의 모습. 사실상 그 어떤 정당사회단체도 미국 쇠고기협상 파동이 단 시일 내에 이렇게 광범위한 대중들의 저항으로 이어질지 예측하지 못했다는데서 충격.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닌 게 일단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지 채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국민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 대운하 논란, 고소영·강부자 내각 논란, 뉴타운 추가건설 논란, 남북관계 긴장 논란, 이번 광우병 논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국적 AI 발생으로 인한 부실방역논란, 공기업 및 전력, 수도, 가스 등 사회공공시설 구조조정 민영화 논란, 의료보험민영화 논란, 물가상승과 동시에 경기침체현상을 의미하는 스테그플레이션 논란(이명박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연7%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7대경제국가 진입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747플랜은 백지화) 등 자고나면 일이 터지는 식의 논란과 사건의 연속.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피로해 함과 동시에 대단히 불안 해 하는 게 커다란 사회경제적 위기를 암시하는 징후적 현상 노정. 이러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진즉에 터져 나오는 것은 단지 우연이거나 운이 안좋은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국정이데올로기로 제시한 실용주의에 내연해 있었다 해도 그리 틀리지 않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의 정체는 무엇이며 어떤 사회경제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3. 이명박 정부 실용주의 노선의 기원과 특징
-.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는 한마디로 시대착오적. 현정권의 실용주의 노선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비지니스 프랜들리.’ 신자유주의 사회경제노선의 한국화 내지 천민화.
-. 실용주의의 사회경제적 특성은 시장지상주의. 이념적 뿌리-> 19세기 초 영국을 강타한 벤담의 공리주의와 멜더스의 인구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두 가지 이데올로기가 출현한 이유.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구절로 요약되는 벤담의 공리주의와 멜더스의 우생학 내지 적자생존적 인구론의 역사적 맥락. 영국의 급속한 자본주의적 발전, 산업화의 부작용, 사회경제적 빈부격차의 심화, 도시 빈민의 급속한 증가. 이에 영국정부는 대규모 구빈원의 확충 및 흄, 버크 등 사회보수주의 노선에 입각한 사회복지정책 입안 시도. 대규모 조세증가 불가피. 이에 영국 산업자본가를 위시한 도시중산층이 정치적으로 반발한 것은 불문가지의 일. 멜더스의 인구론은 산업화의 부작용에 의한 빈부격차 증대를 일종의 자연필연적 현상으로 치환, 사회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 이에 벤담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의사자연주의 구호를 통해 사회구성원의 복지를 국가 내지 정치공동체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 망상이자 사회경제발전의 잠재력을 극심하게 훼손하는 반동적 사고로 일침을 가함. 다시 말해서 80%의 사회경제적 활동인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경제적 부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시장적 기제의 덕으로 나머지 20% 하층계급에게 흘러넘치게 할 수 있다는 20:80 사회론도 이때 만들어짐.
-. 벤담의 공리주의는 한마디로 극단적 자유지상주의의 사상적 기원을 이룸. 일종의 의사(疑似)자연법칙적 필연성이 지배하는 시장사회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이를 최단시간 치유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다수 사회경제활동인구의 근면한 노동 및 그 어떤 제한도 없는 자유교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고전적 자유주의 내지 신고전파 경제적 교리의 근간을 이룸. 여기서 국가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치유하기 위해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는 적극적 행위자가 아닌 시장적 기제가 원할히 작동하는 제도와 조건을 창출하는 외생적, 소극적 행위자로 간주.
-. ‘시장실패론’:19세기 말 20세기 초, 미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국가가 자유무역주의를 기반으로 무한경쟁돌입, 과잉생산으로 공황발생, 세계 양차 대전으로 이어짐. 기독교문화권의 전쟁. 이러한 위기가 뉴딜 등 국가개입에 의거한 적극적 사회복지 정책에 의해 극복되었다는 것은 전쟁 이후 서구에서 시장실패론을 주창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 국가에 의한 적극적 시장개입, 투기자본 통제, ‘요람에서무덤까지’ 의료, 교육, 고용에 대한 평등주의적 사회정책 입안->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 혹은 사민주의 정치체제.
-. ‘국가실패론’: 1970년대 이후 오일쇼크 및 전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부여하던 달러화의 약세 등의 여파로 전 세계적 수준의 경기침체 발생. 이에 대규모의 초국적 독점자본이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뉴딜적 계급타협 파기시도->국가실패론의 급속한 확산. 이러한 사명을 현실정치에 도입하여 과거 시장지상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무덤에서 불러낸 정권이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 정권. 1980년대 신자유주의 혁명 개시. 기존의 시장개입주의적 사회경제정책에서 국가의 철수 주장. 민영화, 노동유연화, 감세 및 구조조정, 주주자본주의로의 적극적 재편,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의 전환에 의거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전 세계적 이동 및 자유로운 투자보장 등 기존 사민주의 사회복지국가체제의 무력화 노정. 하지만 신자유주의 혁명이 너무 많은 사회경제적 대가와 희생, 인간의 파괴를 초래했다는 반성적 측면에서 1990년 중반 이후부터 ‘제3의 길’이 논의되기도.
-. 신자유주의의 한국화가 의미하는 것: 최근 민주주의 정권 10년의 결과, 특히 사회경제적 노선의 특성에 주목해야.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며, 실제로 현 정권의 실용주의 노선이 본격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한국정치사회를 형성한 역사적 계기->87년 6월 항쟁. 이른바 ‘1987년 체제.’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심화를 위해 정치적 민주주의에 이은 사회경제적 민주화 달성이라는 책무 부과. 실제로 이러한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는 정당성이 헌법에 담겨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정반대로 전개. 역설적으로 정치적 정당성의 한계를 담지한 노태우 정권 초기 토지공개념, 노동법 개정 등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정책이 반짝하다가 3당 합당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발전을 위한 정치노선 실종. 이후 김영삼 정권의 OECD 가입을 통한 세계화 노선에 입각한 금융자율화 정책은 한국경제를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만들어 놓았고 이는 1998년 경제외환위기를 촉발하는 직접적 계기.
김대중 국민의 정부 역시 외환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국 및 월스트리트, 곧 전세계 초국적 금융독점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IMF의 소위 '극약처방'(bitter pill)을 아무런 유보 없이 무조건 받아들임. 여기서 1980년대 이후 지속돼온 반독재민주주의 정치연합이 분열되고 해체되는 과정 발생. 이른바 시민운동의 발전 역시 이러한 해체와 민주주의 형해화에 일조. 정치적 민주주의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정치적 형식주의 노정(낙천낙선 운동,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사회경제민주화 역시 한국사회의 급속한 자유주의화적 합리화에 초점(소액주주운동, 주로 소유지배구조에 집중하는 식의 재벌개혁 등). 이로부터 한국민주화에 담겨져야야 할 사회경제적 정의실현 등 민중성이 거세되는 계기 제공.
이러한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의 등장은 다시 한 번 한국민주주의의 지체된 사회경제민주화를 요구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마지막 계기로 기층민중들의 간절한 소망 반영. 하지만 행정, 의회 권력 모두를 장악한 참여정부는 이러한 민중적 비원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스스로를 규정. 대연정 시도 및 한미fta 체결, 이라크 파병, 참여정부 5년간 유례없는 부동산 가격 폭등, 미국에 대한 군사외교종속 사실상 심화 등. 이로부터 일반 민중은 민주화 세력과 기득권 이익을 대변하는 한나라당을 위시한 권위주의적 개발연합 사이에 아무런 차이점도 발견할 수 없는 현실 초래. 이에 다수 민중은 자신의 복지향상을 기존의 민주화에 의한 평등주의적 노선에 입각하기 보다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 기초한 시장에서의 개별적 이익향상에 몰두. 주식, 부동산 투기의 급속한 확산, 뉴타운, 대운하 등 개발이익에 편승하는 이른바 대박신화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민성공시대라는 구호는 이러한 욕망 실현의 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집권하는 정치적 효과를 거둠. 한마디로 한국사회는 비유컨대 물신과 탐욕, 사욕이 지배하는 ‘소돔왕국’으로 변모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이명박 정권이 도저히 일국의 주권정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국민건강권을 위협하는 미국과의 쇠고기협상을 아무런 제약과 거리낌 없이 마무리한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하겠다. “소돔의 국민들이 자기 하나만 잘 살수 있다면 강부자 내각을 세우든 어떤 쇠고기를 먹든 누가 불만이겠으며, 불만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누가 나서서 정의를 세우려 하겠는가?” 따라서 정부관리들이 스스로 실토하듯이, 아니 우리 스스로 인정해야하듯이 이들은 지금 전혀 예기치 못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쇠고기협상 반대 시위는 단순히 쇠고기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 우리의 양심과 정의를 다시 한 번 세울 기회를 부여한 기독교적 의미에서 하나님의 마지막 자애의 베푸심, 내지 관용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사회는 미증유의 대재앙에 직면할 것이다.
4. 무엇을 할 것인가.
-. 이번 쇠고기 협상반대 투쟁이 우리에게 양심과 정의를 세울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하는 이유: 촛불집회현장에 한번이라도 나가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이 여중고생, 아이들과 함께 나온 주부 등 여성들이 대부분. 바리새인들의 탐욕에 항거하여 민중을 일깨우던 예수의 집회 모습이 이러했을 것이라는 상상이 감히 들 정도로 숭고함과 경건함이 흘러넘친다. 광우병은 한마디로 ‘현대의 나병’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쇠고기는 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이제는 대재앙의 씨앗이 되고 있다. 단지 특정음식을 섭취하는 이유로 우리 아이들이 죽음과 대면할 수 있다면, 이 어찌 참고 넘길 것인가.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번 쇠고기 협상파동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지체와 이에 따른 형해화, 여야 간 별반 차이를 둘 수 없는 정당정치의 구조, 탐욕과 대박신화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개별국민이 이명박 정권을 새로운 욕망의 탈출구로 선택한 결과. 여기에 이 사회의 최대 약자라 할 수 있는 여성들이 투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탐욕과 물신의 지배에 맞서 이 시대 사회운동은 다시금 민중성을 회복하고 돌봄과 살림, 보살핌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
-. 투쟁의 정치적 의미: 민중들은 쇠고기 굴욕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통해 새로운 정치의 의미에 대해 자각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정치인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민중의 편에 서서 일관되게 투쟁해 나갈 인물로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장에서 볼 것 같으면 대중들은 그를 거룩한 목자로 여기는 분위기다. 민중들의 삶과 존엄에 직결되는 제반 민생문제가 정치의 중심 이슈로 부각되는 현상은 한국 민주주의에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며 질적인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자리매김 할 것. 아니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이번 쇠고기 협상반대 투쟁은 단순히 한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광우병 최대 발생국이 자본주의적 산업화를 제일 먼저 개시한 영국이었다는 사실은 단지 우연의 일치이겠는가? 아직 광우병 발병의 정확한 기전은 물론 프레온이라는 변형단백질의 성분조차 분석되고 있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광우병은 인간이 오만하게 자연의 원리를 거슬러 발생한 현대의 흑사병이자 나병에 다름 아니다.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나오지 않고, 오직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가 나오며 이번 협상의 빌미를 제공한 국제수역사무국 역시 주로 수의사들로 구성된 국제적 민간 동물 검역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두 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 인간의 문제가 동물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 둘째, 광우병 치료와 관련하여 진전된 게 아무 것도 없기에 일반 의사들이 할 말이 없다는 점다. 하지만, 어디 먹거리 안전의 문제가 비단 한국 민중들만의 일이겠는가? 이미 CNN 등이 미국 검역체계의 안전성이 붕괴되고 있다는 폭로성 기사를 보도하고 있고, 한국의 투쟁에 자극받은 미국 등 광우병 위험국가의 시민, 사회운동 세력이 차제에 대대적인 문제제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한국의 사회운동 역시 미국 등지의 양심적 시민, 사회운동세력과의 적극적인 연대와 교류를 통해 미국 정부에 재협상을 압박하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일 필요가 있으며 여기에 기독교사회운동이 국제적 종교 네트워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의 물결은 한마디로 생명의 촛불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을 돌보고 살리는 길은 인종 계급 가릴 것 없는 전 세계적 구원의 문제이다. 그 구원의 길 한 가운데 한국의 민중들이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출처] 주제강연1 '실용주의 노선' 최형익 교수 (2008 기독교사회포럼) |작성자 딴따랄라
이명박 정부의 통일 정책과 실용주의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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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목사(열림교회/기장평화운동본부공동의장)
1.첫 단추를 끼운 것을 보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지난 2월 25일 이명박 정부가 출발했다. 지난 10년도 마찬가지지만 새로이 출발한 이명박 정부도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어야할 막중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우리가 몸담고 있는 동북아지역의 평화적인 사명을 위하여 복무해야 할 책임이 있다. 아마 앞으로의 정부는 그 이전보다 더 엄중하게 한반도의 미래를 위하여 중요한 결정 해야 하는 상황 앞에 놓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글로벌외교, 민주의의 시장경제라는 인류공동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취임사 내용을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좋은 내용이다. 그러나 국정을 함께 감당해야 할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내어놓은 통일정책을 보면 취임사에서 내어 놓은 가치와 비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그들의 구호에서 발견되듯이 통일 비전과 정책적 계승과 보완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앞에서 해온 일 들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은 자신들의 정권탈환과 그것을 찾아오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최근 각종 정책이나 야기되는 강등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정권의 대북화해 협력 정책의 기조를 바꾸고 이제는 실용주의 정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 속에 들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을 찾았다. 이전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조급성 때문이었다.(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때 까지 기다려야 했다)
미국을 찾기 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해 주고 미국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왔다. 실용외교의 성과를 미국방문을 통해 보여 주었다고 자평했다.
한미동맹의 확고한 틀을 만들기 위해 한, 미 전략동맹으로 격상했다고 자랑했다.(무기구입은 나토수준으로) 한, 미동맹을 전략동맹으로 가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편승해 외교및 국방정책을 가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갈등을 극복하고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기 보다는 동북아 지역의 대립을 확대하고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전략동맹은 가치동맹(자유와 시장경제) 그리고 경재동맹(FTA), 그리고 군사동맹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주한 미군의 강화)과 포괄적으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의 격상은 향후 주변 지역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양안관계, 미사일방어체제(MD), 대량상살 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서 특히 중국, 러시아 북한의 반발 예상됨)
동북아 지형의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다자간 안보협력의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진정한 실용주의는 Win-Win 으로 가는 길이다. 한반도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의 갈등의 제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아가 동북아 지형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용외교의 첫 단추에서 부터 국익과 실익을 내세워 오히려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외교를 함으로 앞으로 한반도나 동북아 지형이 미칠 파장이 예상된다.
2.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지형들
부시 1기 정책은 현재 이명박 정부가 설정한 것과 같다. 화해와 협력보다는 강경 일변도로 가다가 부시 1기 정책은 실패한 외교로 결론 났다. 부시 2기 들어 그들은 정책을 바꾸었다.
강경책보다는 핵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그야말로 실용적인 관점으로 바꾸었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화와 타협으로 나온 것이다, 6자회담의 틀 안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다.(외교적 해결방법 택함) 현재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부시 2기 정부는 실패한 외교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 외교적인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북한은 핵 활동에 관한 기록을 미국에게 넘기고 영변의 냉각탑을 폭파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삭제하는 문제를 검토 중에 있고 이미 대북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 추세로 가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까지 갈 전망이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일본은 계속 대북강경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거머쥐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철저하게 미국을 따르며 동북아 지역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중국은 현재 북경 올림픽을 앞두고 그 문제에 치우쳐 다른 문제에 눈을 돌릴만한 여유가 없다. 게다가 티벳 문제나 대지진 여파로 국내 문제에 치우쳐 있다.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양안관계나 미국의 대 중국정책이 드러나면 또다시 언제라도 중국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동북아 지역에서 패권을 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가 불안해 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를 비롯한 우리주변의 4대 강대국은 한반도가 통일되어 힘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한반도를 반단 체제로 관리하며 자신들의 국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적당히 분단체제 속에서 남북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국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지난 6.15 공동선언이나 10. 4 정상 공동선언등은 이미 6.15에서 합의한 “우리끼리”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한반도가 통일되고 동북아시아의 다자안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강대국들이 필요하지만 그들의 힘이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우리끼리 자주적인 협력과 틀을 통해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긴 것이다.
불신과 의심의 단계를 벗겨내고 실질적인 협력의 관계를 여는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것도 참여 정부 끝자락에서 실질적인 협력의 단계를 끌어냈으니 남과북의 문제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현재 남북의 관계가 틀어지고 뒤로 후퇴한다면 우리는 지난 10년의 노력보다 더 긴 세월을 허비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신뢰관계로 복원하기 노력을 하고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동북아 지역의 다자안보 시스템과 핵문제 해결을 위해 주력해야 할 때이다.
이 문제를 놓칠 때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지형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 한 일이다.
3.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이 가지는 문제점
한 마디로 하면 “비핵개방 3000구상”이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북한의 국민 소득을 3000불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정책이다.
국제적인 관례에서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며 국정까지 약속한 적이 있던가?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을 분명하게 거부의사를 밝혔다. 거부뿐만 아니라 아주 강하고 불쾌한 감정을 거침없이 열일 쏟아 내고 있다.
통일정책 속에는 파트너인 상대방을 무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고 이미 지난 수년간 합의해온 내정간섭하지 않는 다는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비핵 문제만 보아도 이미 핵 문제는 94년 제네바합의 때부터 길고 지루한 시간을 국제적인 테이블위에서 논의 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가 일벙적으로 포기 하라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고 이미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문제이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어떤 댓가를 놓고 포기하라고 한다면 마치 어린아이에게 사탕하나 주겠다고 솜에 쥐고 놓지 않는 것을 포기하라고 사탕발림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외교적인 접근에서도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용주의를 앞세워 대북문제를 풀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실용이 아니라 무용정책이 될 가능성이 짙다.
이명박 정부의 구상은 많은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주권침해와 흡수통일을 하려는 의구심을 가지고 반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대북문제에 있어서 “통미 봉북” 정책을 펼쳤다. 이미 지난 김영삼 정부에서 북한을 도외시하고 미국만을 추종하다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아무 역할 못하고 제네바합의 때 막대한 재정만 내어놓은 사례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김영삼 정부가 실패한 외교의 틀을 전가의 보도처럼 틀어쥐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은 “통미 봉남 ” 정책으로 돌아 섰다. 지난 10년 동안 외부 강대국들과 삐걱거리는 소리는 있어도 남과 의 화해의 물결이 이제 남, 북간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오히려 남과 북이 서로 강대국에 기대는 우스운 모습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여기에 민족의 자주권은 사라지고 사대주의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4.진정한 실용주의를 위하여
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은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접근성의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겉으로는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 무용주의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실용주의는 대북관계에 있어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그 가운데서 실익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실익은 남과 북이 마찬가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정책의 변환을 가져와야 한다.
외교관계는 말하나 접근방법이 신중하고 분명해야 한다. 조급성과 즉흥성을 가지고 접근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의 발생은 민족의 생존권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정책을 가면 대북문제의 조급성과 즉흥성으로 흐르고 그것이 굳어 질 때 이명박 정부의 대북트랜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권 3개월을 돌이켜 볼 때 대북문제에서 모든 것이 봉쇄되어 있고 진전이 되지 않고 있다.
남, 북간의 긴장관계는 경제에도 악 영향을 끼치지 때문에 실용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정부간의 긴장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 민간단체들의 체널을 이용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대북문제는 언제나 남, 북간의 긴장관계를 민간단체들이 풀어낸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비핵 개방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 간다는 분명한 접근 방법의 신호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분명한 접근성을 표시해야 한다. 접근성의 모호성 때문에 불신하게 되고 대북문제에 있어서 악순환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미 9.19 공동성명이나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핵문제 해결 방법은 선 핵 폐기론이 아니라 병행 폐기론으로 합의한바 있다.(행동대 행동원칙) 선 핵 폐기론은 국제관계의 합의사항을 깨뜨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북한에 대한 주권침해와 흡수통일의 방법이 아닌 접근방법을 밝혀야 신뢰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
자신들이 담고 있는 구상이 그런 요인들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표명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서 국민소득 3000구상은 내부간섭이나 주권침해요소가 없이 않다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북한을 돕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동포라는 것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북을 설득한 만한 기재들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그 좋은 방법으로 이미 10.4 정상회담을 통해 실질적으로 합의하고 북에서 간절하게 원하는 것(남포와 안변의 조선협력단지(수리조선소) 건립문제, 경의선 철길 개보수 문제)으로 대북문제를 풀어 갈 수 있다.
무조건 끌려 다닌다거나 퍼주기 인상을 주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지난 정부와 차별화) 대북문제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앞세우며 고난의 세월을 살아왔다. 수많은 난관들을 헤쳐오며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 중심에 김정일 위원장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선군정치이고 핵을 통한 체제 유지를 꼽을 수 있다. 쉽게 포기 할 문제가 아니다.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만든 핵을 쉽게 포기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안전과 체제가 보장되는 시점에서 핵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또한 지난날의 과정에서 일방적인 무시정책과 강경정책으로 얻은 것은 오히려 핵무기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현재 가지고 있는 핵무기 수를 늘리지 못하게 하고 그 핵무기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의 치적으로 꼽는 것은 6.15정상 화담을 통해 이루어낸 “우리끼리” 정신이다, 민족자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에서 6.15 정상회담은 그나마 남북의 화해를 일구어 내고 서로 동족이라는 생각을 갖게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물로 10.4 정상 회담을 통해 실질적인 결실물을 내어 놓았는데 이 명박 정부의 통일 구상은 한마디로 북한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일의 과정에서 분명한 상대가 있다 상대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지 알고 그것을 존중해 주고 상대방에게 신뢰로 다가는 것이 진정한 실용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끼운 첫N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잘못된 것을 그대로 고집하고 계속 단추를 끼워가려 한다면 단추는 끼워 가겠지만 결국 나중에 다 풀어 다시 끼워야 하는 고통과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빨리 첫N 단추를 다시 풀어 다시 새롭게 끼워가는 것이 실용 중에 실용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토목공사 세대이다. 지금 우리는 정보화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경제를 위해서도 아직도 토목공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북한 과의 신뢰관계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 진정한 실용의 길이 아닐까? 지금 우리는 그것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이것만이 남과 북이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이요 통일을 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출처] 이명박 정부의 통일 정책과 실용주의 노선-나핵집 (2008 기독교사회포럼) |작성자 딴따랄라
최형익 교수의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 평가와 촛불의 의미’에 대한 논평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함으로 이명박 정부의 노선이 실용주의임을 명확하게 천명하였다. 한국사회의 이념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국민들은 이념을 둘러싼 논쟁과 정쟁에 시달려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념적 독선과 편향성을 지양하는 개념으로 포장된 실용주의는 대중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용주의의 구체적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모호성과 실용주의라는 표현이 지니고 있는 대중적 호소력을 이명박 정부도 백분 활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은 과연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지를 예리하게 분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을 섬세하게 분석하고 평가한 최형익 교수의 글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1. 의의(意義)
첫째, 최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것처럼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있는 근본적 이유가 국정이데올로기로 제시된 실용주의에 있다는 점을 잘 밝혀주고 있다. 둘째,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은 사실상 ‘비지네스 프랜들리’ 즉 신자유주의 사회경제노선의 한국화 내지 천민화에 다름 아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 주었다. 아울러 그러한 실용주의 노선의 기원과 역사적 맥락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셋째, 최근의 촛불시위를 87년 6월 항쟁과 비교하면서 그 정치사회적 의미를 한국민주주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다시 이슈화하고 사회운동은 민중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데 찾고 있다. 넷째, 기독교적 의미에서 촛불시위는 이 땅에 우리의 양심과 정의를 다시 한 번 세울 기회를 부여한 하나님의 마지막 자애의 베푸심 내지 관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하다가 한국교회가 이렇게 잘못된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가는 이명박 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세력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교회에서 가르침과 섬김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이제라도 뼈아픈 자성의 과정을 거쳐 한국교회가 맘몬을 숭배하는 왜곡된 실용주의의 함정에서 해방되어 더 이상 시녀처럼 이명박 정권의 주변에서 맴돌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목회자와 신학자를 비롯해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 노선에 저항하여 민중성에 기반을 둔 사회경제적 민주화와 사회운동에 다시 한 번 자신을 헌신할 수 있도록 도전해준 귀한 글에 대하여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2. 아쉬운 점
첫째, 실용주의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실용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에 좀 더 주목하여 그 본질적 기만성을 드러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실용주의는 최교수가 일부 밝힌 것처럼 철학적으로 매우 심오하고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실용주의란 이념을 초월하여 실사구시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모색하는 노선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실용주의 역시 구체적 정책결정 단계에 들어가면 일정한 이념적 편향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데 있다. 예컨대 무엇이 과연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가를 판단하고 결정할 때, 일정한 가치관과 세계관이 동원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따라 국민이익의 극대화는 소위 747(년 7% 경제성장, 일인당 국민소득 4만불, 경제총량 세계 7위)의 달성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적절한 경제성장과 함께 가는 양극화의 극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약간의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미국소고기를 전면 수입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촛불시위는 비록 극소수이겠지만 서민이 광우병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에 대하여 별로 중요시 여기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가치판단에 대한 저항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그 주변인물보다 더 명민한 사람이 좀 더 세련되게 신자유주의주적 사회경제정책을 실용주의로 포장하여 추진한다면 국민적 저항이 또 다시 일어날 지 의문스럽다. 벌써부터 확실하게 신자유주의적 지향점을 갖고 있는 친 이명박 언론인들조차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한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종잡을 수 없는 편의주의,’ 그리고 ‘열린 마음, 조화, 도덕성’을 외면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실용주의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용주의를 추진하는 사람의 미숙함에 있다는 것이다.
최교수가 잘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의 사회경제적 노선은 한국보수주의 진영이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훼해온 국민정부와 참여정부의 통치기간 동안에 이미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어 왔다는 점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미FTA를 반대하는 진보진영을 비판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합뉴스와 가진 특별회견에서 ‘현실을 봐야 하며 객관적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이론과 사실이 다르게 갈 때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가 국민들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기존의 보수냐 진보냐를 묻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담겨 있는 발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말로 현재 정치사회에서 통용되는 실용주의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용주의의 가장 근본적 오류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은 객관적 사실과 현실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어떤 이념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자기착각과 기만에 있다. 아무리 탁월한 이성일지라도 그 근본적 제한성 때문에 벌거벗은 모든 사실의 총체에 있는 그대로 접근하여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무한대의 사실 중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연관성이 있는 요소들만 골라서 서로의 관계를 연결시켜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실용주의 역시 정치적인 레토릭으로서는 자신을 이념논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데 어느 정도 유용할지 모르지만, 실용주의를 경제사회적 현실에 적용하게 될 때, 결국 일정한 가치관과 세계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로 말미암아 이념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용주의 시대를 흔히들 탈 이데올로기 시대라고 부르지만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단일 이데올로기 시대이다. 즉 대항 이데올로기들이 실질적인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오로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만인 싱싱하게 살아남아 천하를 호령하고 있는 그런 시대이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이윤 복음주의적 체제 즉 자본이윤의 극대화가 결국 전체 경제를 살린다는 신념위에 세워진 체제를 절대화하는데 있다. 그 밑바닥에는 사회정의를 배격하고 개인의 소극적 자유를 강조하는 가치관이 담겨 있다. 우리는 결코 실용주의의 기만성에 홀려서는 안 된다. 현재 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사회정의라는 가치관에 기반을 둔 좀 더 창조적이고 효과적인 사회경제정책을 개발해나가는 것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에 대항하는 시민의 양심에 담겨 있는, 즉 민중성에 기반을 둔 정의의 정당성에 대한 고찰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물론 사회운동은 사회윤리적 성찰의 깊이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도덕적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대중적 분노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탄탄한 사회윤리적 성찰이 사회운동에 동반될 때, 사회운동은 교활한 공권력 행사와 세련된 이데올로기 공세를 꿋꿋하게 버티며 나아갈 수 있는 저력을 지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노무현 정권이 기층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을 배반하고 소위 좌파 신자유주의의 길을 걸어갔을 때, 왜 배반당한 이들이 실용주의란 미명하에 노골적으로 자유경쟁과 시장만능주의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를 택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이 미흡하다고 느껴진다. 그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그에 따른 철저한 반성이 없이는 민중성을 담보한 사회운동의 복원이나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최교수의 좋은 글을 통해 2008년도의 촛불시위가 87년 6월의 민주항쟁의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민주주주의의 심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라는 열망이 더욱 간절해지고 그 실현을 위해 정진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게 된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박득훈 목사(통일시대 평화누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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