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교리는 속죄 자체의 범위와 효력의 범위로 나누어집니다.
보편 속죄와 제한 속죄에 있어서 효력의 범위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보편 속죄에서는 믿는 자라고 말하고 제한 속죄에서는 택함 받은 자라고 말합니다. 믿는 자는 사람 편에서 이야기하는 대상이고 택함 받은 자는 하나님의 편에서 이야기하는 대상입니다. 하나님께서 택한 자가 믿는 자가 되기에 동일합니다.

보편 속죄와 제한 속죄에서 차이는 효력의 범위가 아니라 속죄 자체의 범위입니다. 보편 속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그 대상이라는 것이고 제한 속죄에서는 택함 받은 자 만이 그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즉 보편 속죄에서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세상, 만물)을 위하여 죽으셨고 그 효력은 믿는 자가 누린다고 말합니다. 제한 속죄에서는 예수님께서 택함 받은 자만을 위하여 죽으셨고 그 효력도 택함 받은 자만이 누린다는 것입니다.

성경적으로 어느 주장이 옳은 지를 가리려면 성경에서 죽으심 자체가 택함 받은 자를 넘어서는 지 아니면 넘어서지 않은 지를 밝히면 됩니다. 효력의 범위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기에 효력에 대해 말씀하는 본문들로는 어느 주장이 성경적인지를 가릴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라는 말씀은 보편 속죄나 제한 속죄 모두에 해당됩니다. 자기 백성이 믿는 자 또는 택함 받은 자이기 때문입니다. 두 주장에서 서로 다른 부분에 대한 성경의 진술을 살펴야 성경적인 주장을 가릴 수 있습니다.

속죄의 대상인 세상
베드로 사도는 그리스도께서도 죄들을 사하시려고 단 한번 죽으셨음은 의인이 불의한 사람들을 위하여 죽으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벧전 2:18). 예수님께서 그렇게 죽으심은 여러분들 곧 교회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시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의인, 불의한 사람들로 번역된 헬라어는 그 품사가 형용사인데, 독립적 용법으로 명사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의인은 의로, 불의한 사람들은 불의들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스도와 의인(의), 죄들과 불의한 사람들(불의들), “사하시려고 죽으셨음”과 “위하여 죽으심”이 각각 댓구입니다. 성수격이 모두 일치합니다. 성경에서 교회는 새로운 피조물로서 불의한 자들이 아닙니다. 과거형을 사용하지 않고서 교회와 불의한 자들을 연결시키는 경우는 없습니다. 과거형을 사용하지 않고서 연결되는 경우도 없거니와 불의한 자들로 번역된 헬라어의 품사가 형용사이기에 불가능합니다. 형용사를 대명사로 받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죽으심은 죄들을 사하시고자 하심입니다. 그 죄의 지배를 받고 있는 모든 불의한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요한 사도는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위한 화목 제물인데, 우리 죄만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합니다(요일 2:2). 1절에는 “내가 너희에게”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나는 요한 사도이고 너희는 편지의 수신자들입니다. 우리는 나와 너희를 합친 사람들입니다. 5절에는 ‘누구든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누구든지’입니다. 곧 사도와 교회를 합친 우리 중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리고 택함받은 사람들은 원리적으로 ‘우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 세상이란 분명히 우리보다는 넓은 개념입니다. 사도와 사도를 통하여 세움을 입은 교회보다도 넓은 개념으로서의 세상입니다. 그 세상은 우리보다 더 좁은 개념인 ‘너희’나 ‘누구든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라는 단어에 내포되어 있는 택함받은 사람들을 가리킬 수도 없습니다. 편지를 받은 수신자들이 당연히 받아들였고 지금도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개념으로서의 세상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요 3:16에서도 독생자가 주어진 대상으로 세상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본문에서 믿는 자와 세상은 너무도 명백하게 구분되어집니다. 믿는 자는 택자들이며 세상은 택자들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주어진 독생자를 믿음으로 영생을 얻는다고 말씀하고 있기에 그때의 독생자는 단순히 성육신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십자가 죽으심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택자만을 위하여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세상에 주어졌습니다.

속죄의 대상인 모든 사람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다 구원을 얻고 진리를 알게 되기를 원하십니다”(딤전 2:4). 이러한 말씀이 가능한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이 전제되어 있기에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기 원하신다고 말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그 원하심과 달리 자신의 육체의 욕심을 따라 살고서 속죄 사역의 은혜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문제는 여전합니다만.

“그분은 모든 사람을 위해서 자기를 대속물로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꼭 적절한 때에 그 증거를 주셨습니다”(딤전 2:6).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사역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가 차서 이루어졌습니다. 때가 차서 예수님께서 여자에게서 나신 것(갈 4:4)과 속죄 사역을 이루심은 한 경륜에 속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신을 대속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최종 심판 때에는 모든 것들이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라고 고백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릴 것입니다(빌 2:10-11). 자신들을 위하여 스스로를 속전으로 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은 것이 죄이며 심판의 근거입니다. 자신들을 위하여 한 일이라고는 전혀 없는 존재를 믿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제한 속죄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택한 자들 이외의 존재를 위하여 한 일은 전혀 없습니다. 위하여 한 일은 전혀 없으면서 믿지 않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피를 흘리셨기에 그분을 믿지 않는 것이 죄가 됩니다.

“우리가 모든 믿는 사람 특히 믿는 사람의 구주이신 살아계신 하나님께 소망을 두므로 우리는 수고하며 애를 쓰고 있습니다”(딤전 4:10). 여기에서 믿는 사람과 모든 사람은 분명히 구별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믿는 사람은 동일한 의미가 아닙니다. ‘특히’라는 단어(마리스타)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전체 집합이라면 믿는 사람은 부분 집합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믿는 사람만의 구주이시지 않고 모든 사람의 구주이십니다. 그분이 그들의 죄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예수님-는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셔야 했습니다”(히 2:9). 모든 사람에 대한 하나님의 은혜를 나타내시기 위하여 죽음을 맛보셔야 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경험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주장에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되는 것일까요?

보편 속죄와 보편 구속은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밝힙니다. 속죄는 예수님의 죽으심 자체에 관한 것이고 구속은 그 효력을 누리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보편 속죄는 효력을 누리는 것에 있어서는 보편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믿는 자로 제한적입니다.

그리고 개혁주의 진영에서도 속죄에 있어서는 보편 속죄를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혁주의의 대표적 신학자 중에 한 사람인 찰스 핫지가 그에 해당됩니다. 그는 ‘Systematic Theology’(Phillipsburg:R &R, pp.398-399)에서 속죄의 범위에 대해 "There is a sense, therefore, in which He died for all, and there is a sense in which He died for the elect alone"(chapter 8)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결론은 내리기에 앞서 어거스틴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합 장로교회도 새 신조를 작성하면서 보편 속죄를 말하였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강해’(G.I. 윌리암슨) 136페이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