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불순종

아담은 하나님의 뜻을 벗어납니다. 뱀의 유혹을 물리치지 않았고 여자가 따 준 실과를 임의로 먹었던 것입니다. 그의 불순종은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가 깨어지고 여자와의 관계에도 손상이 생겼으며 피조물들은 고통에 빠져 신음하게 되었습니다. 성숙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넘어뜨리려는 악한 자의 유혹에 스스로 넘어가서 병이 든 것입니다. 범죄 하기 이전의 사람들로 땅에 충만하게 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도 무산되었습니다.

아담의 불순종은 하나님의 뜻과 그 뜻의 성취를 위한 역사가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사람과 관계된 하나님의 뜻과 역사는 반드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의 능력 부족이나 불신실의 결과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이루실 능력이 있으심에도 그렇게 행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못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죄의 조성자 문제

아담의 범죄는 하나님의 예정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예정은 기계에 무엇인가를 입력하면 그대로 출력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정이 사람과 연관되기에 예정을 이루시기 위한 하나님의 간섭하심 곧 섭리가 항상 뒤따릅니다. 아담의 범죄가 예정이라면 그 예정을 이루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예정하시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섭리하셨고 아담은 자기 의지로 범죄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하나님께서 죄의 조성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 국내에서 마왕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습니다. 고등학생 때에 형의 억울한 죽음과 그 충격으로 인한 엄마의 죽음을 겪은 한 변호사의 복수극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는 복수를 합니다. 형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차례차례 죽이는데, 실제로 죽이는 역할은 다른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변호하여 정당방위로 집행유예를 이끌어냅니다. 이 사람이 죄의 조성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죄의 조성자입니다. 비록 살해범은 따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예정과 섭리가 있었지만 사람이 자기 의지로 범죄하였기에 하나님께서 죄의 조성자가 아니라는 주장은 사람이 로봇이냐 인격체이냐를 결정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로봇이면 하나님께서 죄의 조성자가 되고 인격체이면 죄의 조성자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죄의 예정과 섭리를 말하면서 죄의 조성자가 아니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죄의 예정과 섭리가 있었다면 죄의 조성자입니다. 죄의 조성자가 아니라는 말은 죄를 예정하지도 않았고 그 죄가 이루어지도록 섭리하지도 않았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자녀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고전 10:13). 그렇다면 아담에게 주어진 시험도 그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은 아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시험당할 때에는 피할 길을 내셔서 그의 자녀가 능히 감당하게 하십니다(고전 10:13). 그렇다면 아담에게 주어진 시험에서도 그 시험을 능히 감당할 피할 길이 주어졌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담이 시험을 감당하지 못한 것은 하나님께서 내신 피할 길로 가지 않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의 범죄를 예정하지 않으셨고 그가 범죄하지 않기를 원하셨으며 범죄하지 않도록 그 마음에 역사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자기 의지로 범죄하였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그 모두를 아시기에 그 이후의 역사에 대한 계획을 세우셨고 그 성취를 위하여 역사하셨습니다. 지금도 역사하고 계십니다. 그 계획과 역사에는 예정하시고 섭리를 통하여 반드시 이루시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모든 계획과 역사가 예정과 섭리인 것이 아니며 또한 예정과 섭리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창조 때에 나타내신 하나님의 뜻인 범죄하기 이전의 아담과 같은 사람들로 온 땅에 충만하게 되는 것을 생각해도 이는 분명합니다. 아담의 범죄가 예정으로 이야기된다면 하나님께서 앞으로는 좋게 말씀하시고 뒤에서는 그 말씀과 다른 계획을 하셨다는 말이 됩니다. 그렇게 말하게 되는 주장은 성경의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과는 전혀 상반된 잘못된 것일 뿐입니다.

성경적 부패

아담의 범죄 이후로 사람의 본성은 완전히 부패했고 비뚤어졌습니다. 죄로 가득 차서 하나님과 진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였습니다. 사람들 간에도 사랑이 왜곡되어져서 쌍방 간에 고통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피조세계도 왜곡되어 신음하게 되었으며(롬 8:22) 사람의 통치는 그 고통을 과중시킬 뿐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의 완전한 상실입니다. 스스로 하나님과 진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의인은 하나도 없습니다(롬 3:10). 상실한 하나님의 형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진리를 찾고자 구도의 길을 걸은 사람들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불타도 진리에는 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타락한 사람에게 있어서 자기 결정권이란 오직 세상의 풍속을 좇습니다(엡 2:2). 성경은 세상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생의 자랑이라고 규정합니다(요일 2:16). 뱀의 유혹에 넘어간 여자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보았을 때의 모습입니다. 먹음 직도 보암 직도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하였다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의 풍속은 하나님을 적대시하고 인간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모든 삶의 방식입니다. 공중 권세자인 마귀의 지배를 받으며 죄의 종으로 살아갑니다. 다만 공중 권세자인 마귀가 “네 마음대로 살라”는 방식으로 비신자들을 지배하기에 당사자들이 인지하고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신의 인간적인 욕심을 따라 삽니다. 스스로가 자신에게 신이 되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 결과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합니다(롬 3:23). 하나님의 영원한 진노를 앞두고 있습니다(엡 2:3).

하나님 형상의 완전한 상실은 사람의 이성이나 양심의 기능 자체가 없어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담의 범죄 이후에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성의 바른 활용을 통하여 짐승과는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진리를 찾기 위한 고민과 때로 고행하면서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양심의 기능을 통하여 그 양심에 새겨진 율법의 일들을 나타냅니다. 사람 사회는 다른 짐승들과는 다른 수준의 규칙을 만들고 그 사회가 유지되도록 노력을 합니다. 그렇지만 진리에 이르지 못하며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인간 사회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하나님 형상의 본래 의미와는 완전히 무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의 사랑, 사람간의 참된 사랑, 피조물에 대한 바른 다스림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인간다움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안에서 가능한데, 아담의 범죄 이후로 사람은 진정한 인간다움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전적 부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