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장이든지 그 근거를 제시하고 제시된 근거에 토대를 둔 결론이어야 합니다. 어떤 주장에 대한 반박은 제시된 근거에 대해 근거 있게 비판을 하면 됩니다. 근거가 잘못된 것이라면 그 근거에 토대를 둔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신학에 있어서 어떤 주제이든지 그 근거는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바르게 이해하였느냐 아니냐에 의해서 그 주제에서 말하는 바의 옳고 그름이 결정됩니다.

구원론에 대한 교회사의 상반된 두 주장-칼빈주의와 알미니안주의-에 대해 나름대로 근거를 제시하며 생각을 표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전권위원회가 구성되고 제명을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몇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며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정리해봅니다.

왜 주장하는 바 자체에 대한 정당한 방식의 반박이 이루어지지 않고 우리(장로교 고신)와 다르니 우리에게서 나가라는 방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는가?

‘하나님이 멸하시는 어떤 신자들’에서 언급하였지만 교단(교파)은 하나님 앞에서 정당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멸하신다고 말씀하신 모습인 교회 분리의 확장일 뿐입니다. 교회는 주님의 한 몸이지 여러 몸이 아니며 주님의 한 신부이지 여러 신부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현재의 상태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라고 오해하고서는 그 안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그 토대가 전적으로 성경적으로 바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분리주의입니다. 그렇게 분리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우리와 다르면 나가라는 식으로 상황을 몰고 가면서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서구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는 논쟁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논쟁은 주장 전개에 있어서 근거를 살피고 그에 대해 성경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냥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바가 옳고 그것과 다르니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성경을 잘못 이해하고서 만들어진 교리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논리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절대적 견인론의 한 논리적 근거가 사람도 자기 자녀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지고자 하는데 하나님께서는 더욱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자녀에게 나가라고 할 때에 그 마음은 실제로 나가기를 원하지 않음과 같이 하나님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매우 설득력이 있는 논리입니다. 문제는 성경의 하나님에 대한 바른 설명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율법에 언약의 백성들의 삶의 규례를 제시하셨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부모를 공경하지 않고 대드는 망령된 자식을 돌로 쳐서 죽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교회에게 있어서 그 말씀은 원리적으로 여전히 유효합니다. 율법에서 돌로 쳐서 죽이는 형벌은 교회에서 출교에 해당됩니다. 교회도 망령된 자식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내어 쫓아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로서 거룩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 대한 설명은 없지만 여기에는 돌이키도록 하기 위한 수많은 수고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한번 망령된 행실이 나타나면 쳐서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돌이키도록 하는 수많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돌이키지 않음에 대한 형벌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백성들에게는 어떤 자식에 대해 끝까지 품고 끝까지 책임지라고 하지 않고 죽이라- 내어 쫓으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자녀들은 끝까지 품고 책임지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내 자식은 귀하여서 끝까지 보존하고 네 자식은 해보다가 안되면 어쩔 수가 없다는 말이 됩니다. 과연 하나님을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정당할까요? 전혀 아닙니다. 잘못된 교리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논리로 인해 하나님을 이상한 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그 자녀들이 썩어진 것을 거두는 자리에 이르지 않기를 원하셔서 역사하십니다. 돌이키도록 하기 위한 징계를 행하십니다. 그러한 역사에 대해 하나님의 자녀가 모두 반드시 돌이키기만 한다면 위의 논리는 하자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닙니다. 거듭난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자기 욕심을 따라 살며 자기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둡니다. 위의 논리는 하나님을 이상한 분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 대해서도 오해하도록 만듭니다.

왜 다른 성도들과 달리 목사들은 더욱 반대가 심할까요?

한편으로는 목사들이 성경의 가르침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주장 자체에 대한 반박을 통하여 성경의 가르침을 밝히면 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잘못 가르치고 설교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칼빈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는 시대의 아들입니다.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가 제네바 시의회 의원으로서 결정하고 집행한 여러 일들에서 보게 되는 잘못된 모습은 그 증거입니다. 학문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드러내었고 그 집대성인 기독교강요는 그 당대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작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그 글에는 시대의 아들로서 가지는 한계가 담겨 있습니다. 그 한계로 인해 성경의 예정과는 다른 예정(작정)론을 말하였고 그것은 절대적 견인론의 가장 확실한 기초로서 작용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칼빈과 다르지 않은 시대의 아들입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밝혔다는 어떤 생각에 있어서 시대의 아들로서의 한계를 가질 수 있으며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며 하나님 앞에서 악한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그 한계로 인해 나타나는 부족함에 대해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회피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악한 모습일 것입니다. 잘못된 모습을 인정하고 돌이키는 것은 아름답지만 그것을 감추려고 하고 회피하기만 한다면 추하고 악한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삶의 기간 동안에 성경적인 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나누는 복을 걷어차는 행태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진 기회를 거부하고서는 화를 자초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외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성령님의 조명을 구하며 성경이 가르치는 바를 바르게 분별하고자 하는 겸손한 태도는 필수입니다. 전개되는 내용에 대해 성경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생각을 나누는 모습이 있어야만 합니다.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바만 성경의 가르침에 부합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진리를 탐구하여야 합니다.

교회는 진리의 기둥과 터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진 사도적 복음이 진리입니다. 그 내용의 어떤 부분만이 아니라 그 전체가 복음입니다. 회복과 구원에 대한 말씀만이 복음이 아니라 회개하지 않음에 대한 심판과 영원한 멸망도 복음입니다.

교회는 그 복음을 말하고 전파하여야 합니다. 교단에 따라 서로 다른 내용을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듣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다함께 같은 내용의 하나님의 말씀을 진리로서 듣고 생명의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이는 되면 좋고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진리의 기둥과 터인 교회를 생각한다면, 스스로가 그 안의 한 지체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루기를 힘쓰며 도달하여야만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진실로 하나님의 마음을 소유하고 이 땅의 교회 현실을 슬퍼하며 재를 뒤집어쓰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한 가족으로 삼으셨기에 지금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하십니다. 슬퍼하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사람들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나누어져서 서로가 스스로 옳다면서 하나님의 역사를 훼손하는 모습에서 돌이키려는 태도를 가져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