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처형되셨습니다.

그 당대에 십자가는 로마에 반역하는 죄인들- 순전히 로마의 입장에서-에 대한 처형틀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는 과정을 살피면 유대인 지도자들과 로마를 대표하는 빌라도 총독이 나옵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에 대해 죄를 찾지 못하여서 풀어주려고 시도하다가 자신의 의사를 접고서 예수님을 죽이도록 합니다. 유대인 지도자들이 예수님에 대해 반역죄에 해당된다고 고소하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왕으로서 스스로를 인정하셨습니다. 유대인들을 통치하기 위해서 로마에서 인정한 헤롯 왕이 있음에도 왕으로서 이야기된다는 것은 곧 반역을 뜻하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일반 다른 죄목과는 달리 반역을 추구한다고 결정되어서 십자가에서 처형된 것입니다.

그러한 정치적인 현실에 의해서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피를 흘리셨는데, 그 십자가가 말씀하는 바는 정치적인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십자가가 말씀하는 바는 정치적인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삼일 만에 부활하시고 제자들을 만나셨습니다. 승천하시기까지 여러 날을 그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계실 때에 날씨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그들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제자들이 후에 예수님에 대해 그리스도이시며 구주이시라고 전파하고 독생하신 하나님으로서 사람이 되셨다고 이야기한 것은 다 그 비밀에 해당됩니다. 바울 사도의 경우는 셋째 하늘에 올라가서 그 비밀들을 모두 듣고 보게 되어서 교회에게 그 사실을 알렸습니다. 십자가 처형이 현실적으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하여 있었지만 모든 사람, 세상, 만물의 죄 값을 대신 담당하신 것이라는 사실도 그 비밀의 하나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그 살을 찢고 피를 흘리심은 모든 죄 값을 대신 담당하신 것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으로서 십자가는 인간의 두 가지 실상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모든 인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절망적인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하나님을 찾지도 않고 자신을 신으로 삼고 사는 죄인이라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신으로 삼고 살지만 그러한 자칭 신들이 모여 사는 인간 세상은 추악하고 더러워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화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까이 이르면 이를수록 그 안에서 악이 기승을 부리고 인간 사회는 파괴적이 되어갑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부모와 자식 관계라는 인륜에 있어서 더욱 황폐화되는 것은 그 한 증거입니다.

더스틴 호프만이 주연한 스피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물체 안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자신의 꿈을 현실화하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세 사람이 그 능력을 가지게 되는데,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죽이고 서로를 해치려고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그 세 사람이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함께 잊기로 결정하고서는 함께 실행에 옮기자 스피어가 지구를 떠나가는 것입니다. 인간이 그렇습니다. 스스로를 신으로 삼고서 자신을 최대한 발달시키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인간 사회를 안전하고 살기 좋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편안한 삶을 가능하게 하지만 인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그 사회는 점점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여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한다는 바울 사도의 진술도 동일합니다(롬 3:23).

십자가는 이 사실을 아주 분명하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아버지이신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최대의 고통을 감수하셨습니다.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죄에 대한 대가로서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입니다. 온전한 사랑으로 하나이신 아버지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피할 수만 있으면 피하고자 하심은 그 단절의 고통 때문입니다. 죄와 죄에 대한 대가로서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이 인간의 현실입니다. 사실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 자체에 대해 인식도 없으며 스스로를 신으로 삼고 살아갈 뿐입니다. 인간 안에 그 자체로 인간과 인간 사회의 복지 곧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가능성도 없다는 것이 십자가가 말씀하는 바입니다. 

다른 하나는 모든 인간이 참 복을 누릴 수 있는 희망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절망적인 존재로서 그 이외의 가능성이 자체적으로는 소유하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그것으로 끝이었다면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살을 찢고 피를 흘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사람이 절망적인 존재이기만 하다면 십자가는 필요치 않았습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달라질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절망적인 존재이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를 신으로 삼고서는 자신을 위하여 사는 죄로 인하여 절망적이 되었습니다. 본래부터 절망적인 존재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원래 하나님의 형상이었습니다. 삼위 하나님간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하나님과 사랑하며 그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피조세계를 하나님의 뜻을 따라 다스리는 존재입니다. 피조세계는 인간의 다스림으로 하나님의 통치의 부요함을 경험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게 됩니다.

십자가는 회복된 인간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며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서 구현하는 회복된 인간입니다. 예수님은 참 인간으로서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십자가까지 지셨습니다. 비록 그 당사자에게는 고통이 뒤따랐지만 기꺼이 그 길을 가셨습니다. 그 길은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부활의 영광이 뒤따르는 길이었습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소유하신 통치자로서 세워지는 길이었습니다. 인간에게도 그 가능성을 나타내시고 길을 열어주시는 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인간이 예수님의 십자가에 참여하여 죄에 대해 죽으면 열리는 가능성이며 길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 안에서 발견되는 가능성을 소유한 인간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누구든지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말씀합니다(고후 5:17). 그는 죄 아래 있는 모든 이전 것은 지나가고 죄와 죄의 악한 영향력에서 해방된 새 것이 되었다고 말씀하였습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아무런 가능성이 없는 죄인이었는데 하나님 안에서 참 가능성을 소유하게 된 의인으로서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바로서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좇으며 산다는 것입니다. 순간 순간 하나님 안에서의 자신을 잊고서 스스로를 신으로 삼고자 하는 자기를 부인하여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의 가능성을 앞세워 살려는 자신에 대하여 죽어야 합니다. 참 인간으로서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보여주신 예수님을 본받아 그 삶을 추구하여야 합니다. 자신의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어주시는 그 사랑을 생활에서 실천하는 생활입니다. 십자가를 받아들인 사람에게 찾아오셔서 함께 하시며 그 뜻을 나타내시는 성령 하나님의 다스림을 매 순간 받음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성령 세례를 받은 신자가 성령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