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칭의는 루터에 의해 주창되어 현재 교회가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로마서를 근거로 하여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주장입니다. 표면적으로 루터는 로마서가 말씀하고 있는 바를 옮긴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바울 사도가 로마서에서 말씀하는 이신칭의와 루터가 말하는 이신칭의가 동일한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로마교회에 편지를 써서 복음을 설명합니다. 비록 직접 방문한 적은 없지만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상황과 연계하여서 복음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들은 바에 의하면 로마교회는 율법을 지키므로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교사들이 가르친 바인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방식으로 율법 준수를 수용하고 지키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율법 준수를 행함으로 표현하여서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고 말씀하였습니다.

바울 사도가 말씀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것이 원천적인 칭의를 가리키는 것일 수 있을까요? 원천적인 칭의란 하나님의 첫 부르심 곧 효력있는 부르심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마음이 열리고 복음을 청종하게 되어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할 때에 하나님께서 모든 죄 값이 치루어진 것으로 보시고 의롭다고 선언하시는 것입니다. 만약 바울 사도가 로마서에서 말하는 바가 원천적인 칭의라면 그는 바보라는 말을 들어도 달리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로마서를 받은 로마교회는 “이게 뭐야, 우리가 원천적인 칭의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라서 율법을 지키려고 한 줄 아는 것인가. 바보 아냐”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럴 여지는 전혀 없습니다. 바울 사도는 그의 편지에서 이미 “너희도 그들-이방인- 중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입은 자니라”(롬 1:6)라고 전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원천적인 칭의가 주어졌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울 사도가 말씀하고 있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에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것은 현재적인 의롭다함을 받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것에 대하여 부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방식에 있어서 로마교회가 따르고 있는 율법 준수가 잘못되었다고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마교회가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으려고 한 것은 그것이 사도들을 통하여 교회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한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것은 원천적인 칭의에 의해 자동적으로 되어지는 것일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르심을 받았으면 그 이후에는 자동적으로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게 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로마교회가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기 위해 율법을 준수하려고 했을 이유가 없습니다. 바울 사도도 그렇게 장황하게 편지를 쓸 이유도 없습니다. 이미 로마교회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원천적인 칭의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 사도가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라고 한 것은 율법 준수로 의롭다함을 받으려고 한 것에 반대하는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믿음으로”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의 사람의 바른 반응으로서의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원천적인 칭의가 주어진 로마교회를 전제하고 그들이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방편으로서 “믿음으로”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울 사도가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 것과 관련하여 말씀하고 있는 “믿음으로”는 하나님께서 새 언약의 백성으로 삼으신 로마교회와 현재적으로 교제하시는 방편에 대한 신뢰로서의 “믿음으로”입니다. 그것은 성령님의 내주하심과 그 성령님께서 새 언약의 백성들을 다스리시는 방편인 성령의 율법입니다. 로마교회는 성령님의 내주하심과 그분이 로마교회를 다스리는 방편인 성령의 율법을 신뢰하여야 했습니다. 로마서에서 “믿음으로”란 성령님의 내주하심과 그분의 법을 받아들이고 그 율법을 따르는 것입니다. 오직 그것만이 연약한 인생을 끌어당기는 올무를 뒤집어씌우려는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는 길입니다.

바울 사도는 그 사실을 자신을 예증으로 하여 설명하였습니다. 곤고한 자라는 그의 고백은 믿는 자로서의 고백입니다. 육체의 소욕과 성령의 소욕으로 인하여 갈등하며, 육체의 소욕으로 인해 죄와 사망의 법 아래로 끌려가기도 하는 자신에 대하여 곤고하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자는 그러한 고백을 할 수 없습니다. 육체를 거스리는 성령의 소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울 사도는 곤고한 자로서 곤고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생명의 성령님의 율법을 통하여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는 자리로 나아갔던 것입니다. 즉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성령님의 율법을 지키므로 죄와 사망의 법에서의 해방을 외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그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자신의 의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신 바로서 은혜이었습니다. 그가 “그러므로 나도 언제나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거리낌없는 양심을 가지려고 힘쓰고 있습니다”(행 24:16)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은혜로 오늘의 내가 되었습니다”(고전 15:10상)라고 고백하는 것이 그러한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바울 사도가 지금 원천적인 칭의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울 사도는 거듭난 이후에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관련하여 죄와 사망의 법에서의 해방을 말씀하고 있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말은 성령님의 다스림을 받음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믿음으로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것은 현재적으로 성령님의 율법을 지키므로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로마서에서의 아브라함 인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경이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니 하나님께서 그를 의롭다고 여기셨다” 하였습니다”(롬 4:3). 이 말씀은 창세기15:6의 인용입니다. 그 내용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게 되는 놀라운 일에 대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많은 민족에 대한 약속을 주셨으나 아브라함에게는 아들이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종 엘리에셀을 상속자로 염두에 두고 하나님께 말씀드립니다. 그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그의 몸에서 태어날 아들이 상속자가 될 것이라고 대답하십니다. 그리고 하늘의 별과 같이 자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에 대하여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믿었고 하나님은 그의 믿음을 의로 여기셨습니다.

여기에서의 의는 원천적인 의 곧 칭의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이미 이전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믿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히 11:8). 칭의는 그때에 주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을 부르신 하나님을 신뢰하며 살아왔습니다. 다만 자손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런 조짐이 없었기에 종을 상속자로 생각하였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을 믿었던 것입니다. 현재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의로 여기셨다는 말씀은 현재적인 의에 관한 것입니다. 이제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몸을 통하여 자손을 주실 것이기에 종을 상속자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자손들이 하늘의 별과 같이 많아질 것이라고 사실에 대하여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서에서 의롭게 되는 것과 아브라함의 믿음을 연결시키는 것은 동일한 원리입니다.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인 로마 교회는 이미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칭의가 주어졌습니다. 그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언약의 법은 율법이 아니라 성령님의 율법입니다. 로마교회는 율법을 준수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현재적으로 그들을 대하시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불신앙이며 불순종인 것입니다. 로마교회는 성령님의 율법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그것이 로마교회가 현재적으로 하나님께 의롭다함을 받는 길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로서 원천적으로 의롭다 칭함을 받았습니다. 교회는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아야 합니다. 성경 전체의 가르침과 같이 성령님의 율법을 준수하므로 현재적으로 의롭다함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마지막 심판대에서 하나님께 최종적으로 의롭다함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루터의 이신칭의는 로마서에서 말씀하고 있는 이신칭의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로마서에서 거부하는 행함이란 그 당대에 로마교회가 실제로 지키고 있었던 바 율법 자체를 준수하는 것입니다. 모든 행동을 행함이라는 말로서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 언약만으로 부르심을 받은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이 옛 언약의 법인 율법 준수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는 새 언약의 법 곧 성령님의 율법 준수는 적극적으로 주창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표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바른 해석을 하면 바울 사도가 성령님의 율법 준수를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