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봉사단 출범식 현장 메시지

양재성 목사(기환련 사무총장)

저희 단체는 사고발생 5일 후인 지난해 12월 12일에 현장 실사를 하고 16일부터 현장 상황실을 열었습니다. 지금까지 생태계 파괴 실태를 파악하고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방제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한 달간 지내면서 한국국민과 한국교회의 저력을 보았습니다. 서해안은 자발적 봉사자들의 발걸음으로 세계도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기적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만리포 이장님은 사고 당시의 충격을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기름유출사고로 검게 변한 바다, 역겨운 냄새 등으로 인해 주민들은 망연자실했죠. 기름은 양식장과 갯벌, 백사장, 바위 등 해안을 덮쳤습니다. 이를 본 주민들은 미칠듯이 울부짖었고 좌절하고 절망하여 탄식하였죠. 그런데 한 주간이 지나자 전국 각처에서 자발적 봉사의 발길이 이어졌고 그 발길로 인해 주민들은 기운을 차리고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생태계가 부서지니 삶의 터전이 몽땅 날아가더군요, 생태계가 이렇게 소중한지를 몰랐어요.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장님은 아픈 경험을 통해 이미 생태적 회심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간에 수도 없이 많은 교회와 단체들이 태안을 다녀갔습니다.

기름이 범벅이 된 돌과 바위를 닦으며 눈물을 흘리는 목회자와 성도들 속에서 성육하신 예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기름을 뒤집어쓰고 방제활동을 하는 성도들은 인간의 잘못으로 이렇게 되었다며 모든 것이 우리들의 잘 못이라며 피조물과 함께 탄식하고 있었습니다. 거룩한 회심이었습니다. 방제작업을 통해 생태적 회심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최악의 환경사건이 된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은 태안반도는 물론 보령앞 바다, 전남 신안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에 이어 제주도 추자도까지 오염시켰습니다. 굴과 전복, 멍게와 김 양식장을 덮쳐 주민 피해는 천문학적입니다. 오염지역 생태계는 최소 10년에서 최고 100년이 넘어야 회복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해안과 백사장의 오염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겨 지역 주민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해산물을 잡지 못해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제인력은 70만 명에 이르고 그 중에 절반이 기독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사고 직후 봉사인력을 투입시키고 밥차를 운영하는 등 10여개 단체가 민첩하게 방제활동에 참여하여 서해안 기적을 만드는 일등공심이 되었습니다. 그 고마운 손길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를 통해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읽어야 합니다.

먼저는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웃이 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창조동산을 보전하는 책임을 통감하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몸과도 같은 지구 생태계를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마구 훼손하고 파괴시킨 것은 하나님의 몸에 상처를 입힌 불신앙이었음을 회개해야합니다.

오늘날 지구생태계가 전에 없는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환경재앙을 통해 지구의 종말이 오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과학자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간 한국교회는 생태계 문제에 둔감했습니다.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책임을 맡은 한국교회가 직무를 유기한 것입니다. 서해안 사태는 그것을 한국교회에 일깨우고 있는 것입니다. 에덴동산을 지으시고 인간에게 주신 최초의 사명은 동산을 잘 돌보는 일입니다. 환경선교가 그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한국 환경운동은 기독교회가 시작하였습니다.

70년대 공해문제에 관심을 갖고 환경적 삶을 추구했던 최초의 무리들은 기독교회였습니다. YMCA, 크리스챤 아카데미 하우스, 여신도회 등이 나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기독교 사회 선교 협의회는 최초의 환경단체인 공해문제연소를 설립합니다. 공해문제연구소는 시대를 따라 몇 번의 이름을 바꾸며 지금은 기독교 환경운동연대로 환경선교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공해문제연구소에서 한국 환경활동가들이 배출되고 환경운동이 분화되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도 그 뿌리를 여기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환경운동 현장에 기독교회가 없습니다. 이는 창조동산을 잘 돌보라는 하나님의 사명을 저버린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 환경선교의 수장으로서 날마다 이렇게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지구 생태계의 신음소리를 듣고 환경선교에 동참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엉뚱하게도 이 기도를 하나님은 서해안 사고를 통해 응답하고 계십니다. 한국교회 봉사단을 통해 환경선교의 장으로 부르시고 계심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은 한국교회 환경선교의 새로운 원년이 될 것입니다. 그 주인공이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 봉사단이 방제활동을 통해 창조질서를 회복하고 생태적 회심을 통해 지구 생태계를 구원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서해안은 우리에게 희망입니다. 차제에 한국교회는 피해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생태마을 만들기를 진행한다면 교회가 사회의 빛이 될 것입니다. 또한 서해안 사태와 그 방제의 발길을 담은 전시관과 생태교육장을 건설하여 생태교육장으로 활용한다면 향후 한국교회의 생태의식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말없이 서해안 어느 바닷가에서 기름을 닦고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에 따뜻해집니다. 그 온정을 추위에 떨고 있는 이웃들에게 지속적으로 베풉시다.

고난이 기회란 말이 있습니다. 서해안 사고를 통해 한국교회가 생태적 회심을 한다면 한국교회로서는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없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동참을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한국교회 봉사단 출범에 기대를 걸며 하나님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