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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대상이 아니라 나를 향해 열려 있는 길한성하훈님의 지난 12월28일 있었던 사형제도 완전 폐지를 염원하는 콘서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의 후기
이종수  |  jslaur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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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년 01월 07일 (월) 11:46:56 [조회수 : 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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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이기도 한 성하훈님이 쓰고 생명평화결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이 콘서트를 기획한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이종수님이 이메일로 보내준 기사이다.

2007년 12월 30일,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가'가 된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란 국제엠네스티가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에 부여하는 지위로, 이 용어는 국제앰네스티가 1977년 발표한 사형폐지 유엔결의안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지구상에는 사형제가 없는 나라는 90개국, 전시가 아닌 경우 사형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 11개국, 사실상의 사형폐지국 32개국까지 더하면 지구상에서 사형폐지국은 133개국이다. 반면 사형제가 있는 국가는 64개국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사형제 폐지가 대세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을 집행한 뒤 10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1997년 그 마지막 사형집행일로부터 꼭 10년째가 되는 12월 30일을 이틀 앞둔 28일 오후 7시, 생명평화결사 주최로 조계사내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됨을 축하하고 '사형제 완전폐지를 염원하는 콘서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  

사형제 완전폐지를 염원하는 콘서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
 

아침부터 하늘이 회색빛 하늘에 가는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더니 저녁무렵까지도 여전히 잔뜩 흐린 날씨다. 날씨가 별로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 과연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바쁘게 조계사로 향했다.

조계사에 들어서자 먼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라는 포스터가 반긴다. 나중에 들으니 홍익대 안상수 교수님의 <날개집>에서 제작한 포스터란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빼곡이 차있다. 250개 좌석이 모자라서 보조좌석이 등장하고, 그러고도 서서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대략 300여명은 넘는 것 같다. 그간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사형제도 폐지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있었던가. 새삼스런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드디어 장내가 정리되고 숙연하면서도 따뜻한 무대를 마주보며 행사가 시작되었다.

 

사형제 폐지 콘서트에는 3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반생명적인 사회문화속에서도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흐름 이 견결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사진 : 빨치산>


생명을 이야기하다  

제1부 순서는 이야기마당. 그 자신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사형구형을 받고 3개월 후에야 무기형을 선고받았던 황대권 선생께서 사회를 보았다.  

생명평화를 이야기해주신 분들-사진 왼쭉부터 사회를 보신 황대권 선생님, 사형수의 대모로 불리는 조성애 수녀님, 유영철에게 가족을 잃고도 용서의 숭고한 뜻을 펴고 계신 고정원 선생님, 원불교 인권위원회의 정상덕 교무님. <사진 : 빨치산>


먼저 원불교 인권위원회의 정상덕 사무총장이 "개인의 범죄는 사회적인 원인에 기인한다"면서 "한 개인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고, 사형제 폐지에 대한 생각을 밝히셨다. 

 

사형수들을 뒷바라지 하고 있는 조성애 수녀님은 "최고수(사형수의 또 다른 표현)들은 어릴 때부터 업신여김 당하고 떠돌아 다니며 많은 상처를 갖고 있다"면서 이들이 사회의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매일같이 뉘우치지만 항상 아픔이 남아 있는 그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말씀도 말씀이지만, 온 몸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그 절절함이 먼저 가슴에 다가온다. '사형수의 대모'라는 이름처럼 조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 굳이 생명에 대해 종교적인 설명이 아니더라도 상처입은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안타까움과 아픔이 저절로 느껴졌다.


연쇄살인범인 유영철에게 가족 3사람을 한꺼번에 잃은 고정원 선생님은, 처음 사건현장을 목격했을 때의 느낌, 그 후의 분노와 좌절로 자살까지 생각했던 일, 그리고 유영철을 용서하기까지 어려웠던 마음들을 이야기하시며 "신앙의 힘으로 그를 용서했다"고 하셨다. 그러나 살아남은 딸들이 가진 상처와 분노가 워낙 커서 치유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딸들은 유영철을 용서하고 탄원서까지 내고 사형폐지운동에 참여하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런 딸들을 바라보는 것이 몹시도 힘들고 마음 아프지만 용서만이 나를 비롯하여 모든 이들이 사는 길이기에 딸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이 길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하셨다. 참석자들 모두가 고정원 선생님이 당한 사건들에 대해 아픔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그리고 큰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함께 박수를 치면서도 '내가 저 분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자문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객관적인 입장에서야 용서만이 나도 남도 평화로워지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처참하게 저렇게 잃게 되면 내 안에서 평화라는 말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물론 사형제도의 존폐문제를 이렇듯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으로 끌고 내려와서 이야기 할 일은 아니겠지만, 어떻든 고정원 선생님의 말씀은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나의 견해와 나의 삶이 얼마나 일치되고 충실할 수 있을까를 곰곰히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더불어 고정원 선생님은 개인적인 경험세계를 넘어서서 세상의 분노를 종교적 사랑으로 승화시킨 숭고한 체험과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한 보다 나은 길에 대해 증거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노래하다  

제2부 순서는 다음선생의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매화꽃을 배경으로 펼쳐가는 느린 동작 하나하나는 '가장 아름다운 용서의 세상'으로 우리 모두를 인도하는 것 같았다. 한 잎 한 잎 날리던 매화꽃들은 살인피해자들과 사형수들의 영혼을 위로하고자 함이었던가. 

전주에서 오신 다음 선생의 <매화 그림자 놀이> <사진 : 최종수>

 출연진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사이 사이 성직자들의 평화메시지가 이어지며, 사형제 폐지에 대한 마음들이 전달되었다.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인 박경조 주교님은 "사형제 폐지에 힘을 싣고 싶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하셨다. 도법 스님은 "우리가 사람의 가치를 천대한 결과가 흉악범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제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날마다 함부로 마음의 총구를 겨누며
하루에도 몇 번씩 방아쇠를 당기던 날들을 돌이켜봅니다
아주 가까이 생명평화를 논하면서도
문득 문득 마음의 칼날 번득이는 살기의 순간들을 되새겨봅니다.

지리산에서 온 이원규 시인은 <마산교도소에서 온 편지>를 낭송했다. '초식동물처럼' 유난히 겁이 많던 친구 석이를 통해 살인이 반드시 특별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일이 아님을, 내 마음에도 언제나 '칼날 번뜩이는 살기의 순간들이 있'음을 돌아보게 했다.

이지상 님의 노래 '12월이야기'와 '내게로 와요'는 삶의 고단함과 외로움 속에서도 함께 길을 가는 따뜻한 사람들로 인해 희망이 존재함을 말하고 있었다. 문득 그 사형수들에게 '따뜻한 기억'이 있었더라면 그런 길로 가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로 와요'라고 말해주는 이 없는 세상, 기댈 어깨 하나 없는 사람들의 처절한 외로움이 가슴에 아려왔다. 살인을 행한 사람도 살인행위 이전이나 이후에나 그렇겠지만, 살인피해자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죽음과 같은 외로움이겠는가. 

원불교 서울교구장인 이선종 교무님은 "내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하듯이 모든 목숨을 소중하가 생각하자"며 "생명의 본질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자"고 말씀하셨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이신 권오성 목사님도 대독된 메시지를 통해 "사형제가 있어도 흉악범이 줄어 들지는 않는다"면서 "사형폐지는 이 세상이 사형을 받을 만큼 큰 죄인에게 행하는 가장 아름다운 용서이고, 생명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헌사"라며 이날 행사가 사형제 폐지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하셨다.

 이어진 순서는 포크트리오 '소풍가는 날'의 무대. 오늘은 두 사람이 나와서 '고문'과 '이런 생각'을 불렀다. 

'소풍가는날'이 부르는 '고문'과 '이런 생각'

     그들이 그대의 어머니를 고문할 때

    그들이 그대의 아버지를 고문할 때

    그대의 형제를 그대의 아리따운 누이를 고문할 때

    그들이 그대의 지도자를 죽인다면

    그대의 눈물 같은 연인을 죽인다면

    그대를 고문하여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몰려오면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심으세요.

    나무를 고문하여

    그대의 푸른 숲마저 사라지면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또 다른 숲을 시작하세요.

    - 소풍가는 날의 '고문' 가사 전문 

'고문'을 들으면서 '아름다운 용서로 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넓고 물살 험한 강을 건너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용서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 없이 훈련해야 하는 수행의 길일 것 같다.

  이어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통해 사형제에 대한 문제를 우리 사회에 대중적으로 제기했던 공지영 님이 나와 사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70대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살인범 김대두가 교도소로 들어온 성경책을 똥닦는 휴지로 쓰곤하다가 나중에는 회개하고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사형수들의 참회를 위선으로 몰아부치는 일반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까지... 사형수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료를 수집하면서 느낀 바들을 솔직하게 주섬주섬 풀어놓았다.

공지영님이 했던 이야기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간혹 사형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교도소 내에서 열받은 일 있었는데 수녀님과 자매님들 때문에 참았다고 해요. 그런데 수녀님과 자매님들이 최고수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그 내용은 그냥 일상적인 생활이야기일 뿐이거든요.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고,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당하고 등등... 그런 이야기들이요. 그런데 그런 자매님들 때문에 열받는 일을 당했는데 참는다고 말하는 것이 최고수들의 모습이거든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특히 어떤 결핍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런 것 같다. 따뜻한 관심과 손길의 테두리에서 벗어날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겉다.
공지영씨가 마지막으로 되뇌이듯 했던 이야기들이 아직도 마음에서 울린다.
"사형수 64명을 위해 4천만 국민이 방향을 잡아주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부끄러운 나라입니다."

 청주에서 행사를 끝내고 바쁘게 달려온 도종환 시인은 <어느 사형수> 이야기를 통해 '여기까지 와 버린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의 젊은이들을 생각하게 했다. 그 또한 한 어미의 사랑하는 자식이었을 청년.

그 젊은이들을 통해 시인은 "인간의 목숨은 누구에게나 / 모든 인간의 목숨을 합친 것만큼 무겁고 소중하다"고 일깨우고 "사랑할 수 없는 것까지 사랑하는 이를 / 하느님은 오른편에 앉게 하시지 않는가"하고 용서를 호소하고 있었다.


정태춘 님은 <리철진 동무에게>와 <떠나가는 배>를 통해 여전히 현실을 노래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우리가 누리는 안락함 속에서 외면하고 있는 현실, 투쟁과 눈물, 그리고 '그 너머'의 아스라한 꿈과 희망을,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노래하고 있었다.


화계사 주지 수경스님은 "원한을 원한으로 갚아서는 원한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원한을 신앙으로 극복하셔서 사랑을 실천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 순서는 삶에 대한 성찰, 인간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전경옥 님의 노래가 함께 했다. <그렇지요>와 <힘 내라 맑은 물>은 사형제도 폐지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격려로 바치는 노래같았다.
 

올 때 쯤이면 오겠지요 그렇지요 생사람으로 아니온다면 죽은 사람으로 오겠지요 그렇지요

1) 이 땅에 남는 길은 삶과 죽음 삶과 죽음 한꺼번에 있으니 / 살아있으면 보겠지요 그렇지요
2) 죽어도 이 땅에만 묻힌다면 무덤으로 이 산 저 산 바라보며 / 서로 만나 보겠지요 그렇지요
3) 더구나 살아 가고 있다면야 이 사연 저 사연 가슴으로 나눌 날이 오겠지요 그렇지요
                      
- 전경옥의 <그렇지요> 가사 전문 

그렇지요... 깊고 깊은 상처 속에서도 징하게 살아남는 이 희망의 근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손이 시리면 따스히 만져주마
    추운 날이면 두 볼을 감싸주마
    너무 힘들거든 내게 기대오렴
    눈물 나거든 내 품에 안기렴
    냇물아 흘러 흘러 강으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강으로 가거라
    힘을 내거라 강으로 가야지
    힘을 내거라 바다로 가야지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뒤엉켜 가거라
    강물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거라
    맑은 물살 뒤척이며 바다로 가거라

    - 전경옥의 <힘내라 맑은 물> 

전경옥이 부르는 노래처럼 '세상에 필요한 것은 딱 저만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만큼의 따스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격려...

 사형제 폐지는 세상을 향해 모두 함께 외치고 호소해야 하는 말이다. 특히 국회에 계류중인 사형제 폐지 특별법 때문에도 그렇다. 그리고 또한 사형제 폐지를 원하는 사람이든 사형제 존속을 원하는 사람이든 그것은 모두 우리들 자신과 우리 사회의 평화를 위해서임을 인정하는 선에서 서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벌하고 누가 누구를 용서하겠는가.
돌아보면 내 안에 번득이는 살기는 얼마나 많았던가.
'그들을 사형을 처하라'고 외치는 마음자리의 살기들과 다를 바는 또 무엇이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로 가는 길은 내가 나를 돌아보는 길, 내가 먼저 평화가 되는 길-

우리 스스로 평화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슴으로 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상대방을 향한 게 아니라 아직도 어둡고 어두운 내 밑바닥을 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봄으로서 나 스스로 조금이라도 맑은 물 될 수 있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에 함께 하며 거듭 알아채는 것은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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