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열심히 바위를 닦아내고 있는 양재성목사 ⓒ 기환련 김용웅장로

서해안이 한국교회에게 주는 메시지
한국교회여, 생태적 회심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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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7일 오전 7시 홍콩선적 허베이 스피리스호 유조선과 삼성 중공업 크레인 바지선과의 충돌로 원유 1만 5백 톤이 유출되어 태안국립공원 150km가 기름으로 오염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사고발생 21일째인 오늘 한국교회는 이 서해안으로부터 들려오는 메시지를 듣고 있는가?

이미 12년 전 여수 소리도 씨프린스호 사고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어이없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기업의 이기주의가 극에 달해 사회적 병폐가 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지금 서해안엔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의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원봉사단의 발걸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연인원 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97년 일본 기름유출사고를 감동적으로 방제한 30만 명의 인원을 훨씬 넘은 것으로 향후 100만 명을 훌쩍 뛰어 넘을 듯하다.

한국교회는 그 역사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잃어버린 명예를 서해안에서 되찾고 안티 기독교인들의 메시지를 경청하고 새롭게 일어서자는 마음이 작용했다.

기독교는 사고 직후 만리포를 중심으로 구세군 밥차가 운영되었고 천리포에 기아대책 예수사랑선교회에서 구름포에서는 군포제일교회와 희망연대에서 의항에는 외노밥차가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교회별로 여러 지역에서 밥차와 스넼차가 운영되고 있어 2/3가 한국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감리교회는 학암포와 구름포, 파도리를 중심으로 방제하고 있으며 태안제일교회에 상황실을 차려 코디하고 있다. 장로교 통합측은 만리포와 천리포를 중심으로 방제하고 있으며 만리포교회에 상황실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합동측은 파도리교회에 상황실을 차렸고 기독교 환경운동연대는 한국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와 연대하여 만리포 교회안에 상황실을 차려 오염방제를 돕고 있다. 매일 기독교 방제인력을 파악하여 정리하고 있다.

실제 방제인력의 50%가 기독교 신도들이다. 주차장을 가득 매운 교회버스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몸을 씻듯 바위를 닦아내고 있다.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면서 “모두가 우리들의 죄 때문이죠? 이 생태계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다 인간의 탐욕 때문이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목회자와 기독교인들을 보면서 다시 희망을 본다.

	▲ ⓒ 안인철

서해안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성탄절을 보내면서 내 마음을 온 통 사로잡는 것은 이 한 마디다.
“한국교회여, 생태적 회심을 하라.”
하나님의 메시지다. 이 시대를 향한 한국교회를 향한 강렬한 메시지다.

그간 한국교회는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 창조신앙이 있음을 잊고 살았다. 성장주의에 매몰되어 그 본질을 잃어버리고 산 지 30여년 만에 한국교회는 본질을 새롭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피조세계는 하나님의 은총으로 가득한 하나님의 작품이며 몸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사랑으로 피조세계를 돌보신다. 그리고 당신의 형상을 가진 인간에게 피조세계를 돌 볼 책임을 주셨다. 이것이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최초의 사명이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피조세계를 잘 돌보는 일이 신앙이며 최초의 사명이라면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피조세계를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간 우리는 피조세계를 정복의 대상으로 알았고 개발의 대상으로 알았다. 개발을 부추이고 자연을 자원으로 여겨 피조세계에 위협을 가했고 무참히 짓밟았다. 하나님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자연세계를 파괴하는 행위는 하나님께 대항하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새롭게 그 정체성을 생각할 때이다. 그 한가운데 환경선교가 있다. 서해안은 생태적 회심에 대해 말한다. 한국교회가 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생태계는 생명의 터전이다. 생태계가 부서지면 생명은 죽는다.

지금,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가는 것도 환경문제이며 환경문제를 발생시킨 주체가 인간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변화 없이 지구생태계엔 희망이 없다.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는 서해안에서 희망을 만들고 있다. 어렵고 힘든 이웃과 피조세계의 이웃이 되어 주는 일이야 말로 기독교인의 본질이다. 이제 섬기러 오신 주님처럼 피조세계를 섬김으로 한국교회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한 만리포 주민의 소리를 듣는다.
‘ 바다가 거기 있어 늘 먹을거리를 주었어요. 그런데 그 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고 나니 막막했어요. 이제 죽는구나 생각하고 그 쇼크에 며칠간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다행이 희망의 발길들이 이어져 시름에 빠진 주민들은 기운을 차리고 있어요. 이렇게 고마울 때가 없습니다. 어디에 피해가 나면 이제 우리도 달려갈 겁니다. ’

이제 서해안은 말한다. 저 거센 파도가 기름투성이인 바위를 때리며 흰 거품을 물고 말한다.
‘생명은 하나다. 생태계도 생명이다. 생태계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이다.’
이 또렷한 소리를 듣고 한국교회는 생태적 회심을 통해 정체성을 찾고 지구 생태계를 돌 볼 사명자로 나서야 한다.

2007년 12월 27일
서해안 만리포 상황실에서
기독교 환경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
 현지 상황 정보 제공및 네트워크  기독교환경연대 태안 현장 상황실 041-672-9929, 010-4348-9004

	▲ 서해안 기름유출 오염현장에 처음 도착하여 망연자실해 하는 양재성목사 ⓒ 당당뉴스 이필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