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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서 칼럼 2편] 기독교와 정치권, 정부에 바란다!“종교패거리 문화 벗어나 사랑 받는 종교로 거듭나길” “종교인 과세ㆍ종교인권 보장ㆍ정교 분리 등 헌법 준수 의지 요구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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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2월 18일 (화) 12:05:21 [조회수 : 26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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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이며, 참여불교 재가연대 공동대표인 박광서교수가 이메일로 보내온 칼럼 2편이다. 불교인의 눈으로 본 여러종교들의 종교자유 등에 대해서 '현대불교'에 종교자유칼럼으로 기고하고 있는 글들이다. 당당뉴스는 박광서 칼럼 중 일부를 계속 연재한다.
기독교에 바란다
“종교패거리 문화 벗어나 사랑 받는 종교로 거듭나길”
- 현대불교 / ‘종교자유 칼럼’ / (2007.12.12/제657호) / 박광서 -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간의 이해와 관용은 사회 통합과 평화를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기독교의 배타성과 독선에 강하게 반발하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지난달 23일 ‘한국언론교회’와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가 공개토론을 벌였을 때, 기독교의 폐해에 대한 반기련측의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는 기독경 구절을 점잖게 상기시키면서 “종교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타종교를 마귀니 사탄이니 공격”하는 몰상식을 따지기도 했다. “세금 한 푼 안 내며,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 뒤로는 물질에 혈안이 되고, 천당에 대한 환상과 지옥에 대한 공포심을 번갈아 자극하여 복을 파는 종교업자들의 거대한 착취의 구조망”이라고까지 몰아세우고, “공개적인 장소에 모인 수만의 군중이 사찰이 무너지라고 통성기도를 하는 기독교에는 희망이 없다”고 선언했다.
반지성적이고 공격적인 기독교에 대한 분노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올 여름 샘물교회 아프간 선교단의 피랍사태로 갑자기 국민의 감정이 증폭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동안 외형적으로 유지되어 왔던 종교평화는, 불교라는 관용의 종교가 큰 세력으로 한 축을 이루고 있고, 다른 한편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민주화ㆍ투명성 등 사회개혁에 집중되어 왔던 덕분에 종교문제를 따질 겨를이 없어 수면 밑에서 잠겨 있었을 뿐, 이미 수십 년 동안 피로가 누적되어 온 결과라는 말이다. 지난 10년 간 개신교인 수 감소의 의미와 함께 기독교 지도자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기독교는 독특한 정치사회적 배경 속에 지구상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했다. 세계 50대 대형 교회 중 24개가 있고 미국과 캐나다에만 4천5백 개의 한인교회가 있는 나라, 미국 다음으로 해외파견 선교사 수가 많은 대한민국. 자랑스럽게 생각함직도 하다. 그러나 양적 팽창은 그 덩치를 감당할 만한 질적 성숙이 동반되지 못했을 때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계에 간곡히 바란다. 첫째, 불교를 폄하하지 말라. 불교는 그런 저급한 종교가 결코 아니다. “20세기 가장 큰 사건은 동양의 불교가 서양으로 건너온 일”이라던 아놀드 토인비, “세계적인 종교 중 종교를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종교는 불교뿐”이라고 갈파했던 철학자 야스퍼스, “현대과학에 부응하는 종교는 불교라고 말하고 싶다”던 아인슈타인 등 20세기 최고의 석학들이 불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세계적인 종교이자 자신의 뿌리이기도 한 불교에 대해 무지한 것은 오히려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종교사회 지도자들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둘째, 노골적인 종교차별을 중단하라. 수년 전 한 일간지의 인터넷 토론마당에 “한국이 세계 최고로 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장사하고 출세하려면 ‘믿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해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김영삼 정권 이후 최근 10여 년간 더 심해졌다고들 한다. 여기서 ‘믿는 사람’이란 개신교인을 지칭하는데, 그들의 ‘종교차별’에 질렸다는 얘기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감ㆍ불쾌감을 느끼게 하거나 심지어는 불이익까지 당하게 하는 ‘종교패거리문화’는 건강한 사회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셋째, 학교나 공공장소 등 공공영역을 종교로 오염시키지 말라. 공교육체계를 종교 강요로 일그러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공식회의, 공공행사, 방송출연 등 공개된 자리에서 기도행위나 종교언급을 삼가하라.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오만과 독선이 묻어 있다. 그가 공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사회통합을 이끌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사회갈등을 조장한다는 것은 공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넷째, 정치나 권력을 이용하여 사회를 지배하려 들지 마라. 민주화된 사회란 권력이 분산되어 균형과 견제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말한다. 정치권력과 종교권위가 적절한 긴장상태를 이루는 것이 가장 안정한 사회일 것이다. 기득권마저 내려놓아야 할 기독교계가 권력과 밀착할 뿐 아니라 스스로 권력 자체가 되기를 시도하는 듯해 우려된다. “망치를 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고, 총을 가진 포수에게는 모든 문제가 사냥감으로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종교의 권력화는 달콤한 유혹일 수 있겠지만, 과도한 힘은 타자에게 상처와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독이 되어 부패하고 몰락하는 지름길이다.
시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타종교인들을 의식하지 않는 기독교의 독선적인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상대의 고통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사랑을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미국인 선교사들이 이식해 놓은 근본주의의 탈을 벗고 전통종교와 공존할 줄 아는 유연한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랑과 신뢰를 받는 종교로 거듭나기 위한 기독교의 대변신을 기대한다.
정치권, 정부에 바란다
“종교인 과세ㆍ종교인권 보장ㆍ정교 분리 등 헌법 준수 의지 요구돼”
- 현대불교 / ‘종교자유 칼럼’ / (2007.12.19/제658호) / 박광서 -
최근 한 대학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교수들은 ‘차기 대통령이 깨야 할 금기’ 중 첫 번째로 ‘종교계 비판’을 꼽았다고 한다. 부패하고 세력화된 종교계의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어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짐이 되고 있다는 상황인식이 그 배경일 것이다.
그동안 종교로 인한 사회갈등을 애써 외면해온 정치사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오히려 자신들의 세속적 이해관계 때문에 종교가 권력화 하는 것을 부채질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거꾸로 정치권이 공룡처럼 커져버린 종교계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한심한 꼴이 되고 말았다.
2007년 대선 후보들의 종교문제에 대한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종교인 과세’나 ‘교육법ㆍ공무원법에 종교중립 조항 추가’ 등의 질의에 대해 권영길, 문국현 후보는 적극적이고 명확한 입장으로 성실히 답변한 데 반해, 정동영 후보는 긍정적인 듯하면서도 애매한 태도를 보여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것으로 비쳐졌다. 이회창 후보는 무응답 내지 소극적이었고, 이명박 후보는 아예 공식답변을 거부했다. 특히 이명박 후보의 경우 “강력한 지지세력인 기독교계에 점수 깎일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헌법을 준수해달라는 국민의 뜻보다 장로대통령이 되어달라는 개신교계의 뜻이 더 소중함을 확인시켜 주고 있어 종교계에 뒷덜미를 잡힌 우리나라 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고 우려스럽다.
헌법 상 당연한 문제제기를 두고 대통령 후보들 간의 인식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증거다. 그나마 종교시민단체와 정치권 일부(아직은 민노당 정도지만)에서 그동안 ‘금기’로 여겼던 종교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사회통합을 이끌 지도자로서 치명적 결격사유이기 때문이다. 전 국민의 80% 가량이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에서는 모든 공직자들이 공식적인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종교계와 정치권의 불필요한 접촉을 억제하는 법을 만들거나 시민운동을 벌여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고 건강한 견제세력으로 살아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문제화 될 조짐이 보이는 종교인 과세 문제도 조세형평과 국민감정을 고려해 바로잡아야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피할 수 없는 (가장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우리나라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연봉 10억이 넘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종교서비스업’이란 특수업종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사회적 특수계급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지만, 관행이란 이름으로 세금을 안 내는 ‘특수계급’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꼬박 꼬박 세금을 내는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크며 사회정의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2006년 2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여론조사에 8만 명이 참가해 86.3%라는 압도적인 찬성을 보여줌으로써 이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국민의 종교인권 보장과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중립도 시급한 문제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된 헌법 제20조도 선언적 의미 이상의 현실감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에 비해 일본 헌법 제20조는 1. “신앙의 자유는, 누구나 이것을 보장한다. 어떠한 종교단체도, 국가로부터 특권을 받거나, 정치상의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2. “누구도, 종교상의 행위, 축전, 의식 또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강제 받지 않는다”, 3. “국가 및 어떤 국가기관도, 종교교육 기타 어떠한 종교적 활동도 할 수 없다”로 되어 있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명확한가. 헌법을 손대기 어렵다면 하위법에서라도 실질적인 힘이 실리도록 개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종교사학에서 학생들이 특정종교를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 수십 년 동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강의석씨 사건에서도 개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한 대광고의 강제예배 건은 승소했지만, 이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교육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법원이 오히려 “학교를 강제할 법규”가 없다는 핑계로 직무유기를 해온 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부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 헌법에 보장된 ‘종교자유’까지 국민 개개인이 힘겹게 싸워서 지켜내야 한다면, 세금을 내는 이유가 무엇이며 기본권 보호는 어디에 하소연할 수 있단 말인가. 처벌조항이 없다면 법을 보완해서라도 철저히 감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연장(법)’ 타령만 하고 ‘일(감독)’을 하지 않는 종(정부)에게 주인(국민)이 그 책임조차 물을 수 없는 현실에 국민은 피곤하고 허탈하다.
전 프랑스 대통령 조르주 퐁피두는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정치인을 말하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정치인을 말한다”고 명쾌하게 구분하였다. 얄팍한 계산에 매달려 헌법을 충실히 지키는 것조차 외면하는 사람은 정치꾼일 뿐 진정한 정치가일 수 없다. 종교 관련한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책임있는 자세로 구체적인 법제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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