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어느 목사들이 출판하는 '대관령의 나무심는 곰목사, 박흥규목사' 칠순 기념 문집에 보낸 글이다. 

이러다가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는 것은 아닐까?
강화 난정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하고 24년 목회를 정리한 지 어느새 3년이 되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머릿속이 굳어지기 시작했나보다. 최근 들어 기억력이 급속도로 없어졌고 뭘 하려 해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이 글만 해도 써야겠다고 생각한 지 20여일 만에 겨우 붓 가는 대로 쓰기로 했다. 지난 달 전국 지방으로 다니며 작은 농촌교회들을 취재하러 돌아다닌 것이 무리였는지 아니면 4년여 당뇨로 고생하면서도 혈당조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결과인 모양이다. 요즘 계속해서 머리가 몹시 무겁다. 피가 잘 돌지 않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오랜만에 찾은 의사는 이런 식이라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한다고 경고했다. 하여튼 운동을 해야 한다. 며칠 한 두 시간씩, 집 앞 안산을 오르내렸더니 좀 나아지는 듯하다가 추워져 미루고 집안에서 빈둥댔더니 여전히 머리가 무겁다. 내일부터 탁구장에 등록하여 매일 한두 시간씩 탁구를 치기로 했다. 아무래도 레슨까지 함께 받으려니 월 12만원의 회비 걱정이 앞선다. 내 목숨 다하는 것이야 윗분이 하시는 일이겠지만 당뇨 후유증으로 대책 없이 쓰러져 가족에게 짐이 될 수야 없지 않은가?

강화 난정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하면서 24년 목회를 정리한 지 만 3년이 되었다. 몇몇은 격려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늘 말없는 조롱을 받았다. 대놓고 무어라한 것은 아니지만 내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목회를 그만 둔 후 아무런 대책은 없었지만 그저 객기를 부린 것만은 아니었다. K교회 K목사를 비판하고 D교회 S목사를 몰아대다가 명예훼손 소송에 걸려 벌금을 받게 된 것만이 목회를 그만 둔 이유는 아니었다.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대법원에 가서 명예훼손은 무죄가 되었음에도 모욕죄 꼬투리로 결국 100만원 벌금을 내었지만 100만원 벌금형 받은 것에 대해서 무엇을 꼭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목회를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해 왔었고 적어도 황해도 피난민으로 평생 가난과 신앙만으로 살아오셨던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동안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였기에 목회를 그만둘 생각을 실행하지 못하다가 아버님 돌아가신 후 적절히 때를 기다려 목회를 그만 두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장 목사님에게 끌려가며 신학교 입학할 때부터 내게 목회의 소명이라는 것은 대부분 허상이었고 그저 그만둘 기회만을 노려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목회하면서 목사로서의 소임을 감당하는 일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새벽기도회도 거르지 않으려고 애썼고 심방도 열심히 했으며 설교 준비도 했다. 더구나 애초부터 농촌목회자로서 정주를 결심했던 나로서는 20여년 전라도 곳곳에서 농촌목회를 하거나(잠깐은 도시목회도 했지만) 강화 교동에서 난정교회에서 목회할 때에도 나름대로 지역을 섬기면서 열과 성을 다하려 애썼다.

그런데 원래의 성질 탓일까, 아니면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집안내력 탓일까 늘 입바른 말이 문제가 되곤 했다. 하느님의 정의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라고 특정할 것까지는 없지만 늘 판단과 생각이 평범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전라도 지역에서의 삼남연회에서는 물론, 지방모임이나 어디서든지 뭔가 잘못 돌아간다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서 교회건 목사건 지방이건 연회 건 총회 건, 어디서건 내 나름대로 분명히 불의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에 대해 소리를 질러댔고 그래서 늘 아픈 건 내 입이었고 무리에서 돌림 당하기 일쑤였다. 물론 내가 잘한다고 격려하는 주변의 동료들도 몇몇 있었지만 늘 그 반대편이 훨씬 더 차고 넘쳤던 것 같다. 삼남연회 여수지방에선 감리사를 하다가도 2년 임기 중 1년을 못 채우고 그만 두고 말았다.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들은 감리사를 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많은 데 난 감리사라는 옷을 입고 지내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이다. 나는 여러 면에서 아웃사이더였다. 개중엔 나를 향해 학연주의자라고 몰아대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내가 뭐라고 입바른 소리를 할 때마다 뭐라도 조금 걸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00학연주의자라고 몰아대기를 즐겨들 했다. 내가 평생에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그 소리였다. 왜냐하면 그제나 지금이나 학연에 매여 무슨 판단을 한 적이 없음에도 신통하게도 그렇게 걸기만 하면 그럴듯한 얘기가 되긴 되었나보다. 그것은 당당뉴스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의 출신이 00학교이고 나의 가까운 주변이 00출신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다른 학교출신들과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음에도 늘 그런 비평이 족쇄가 될 때가 많았다.

암튼 아무런 대책 없이 목회를 그만 두긴 했는데 큰일은 큰일이었다. 당장 자고 먹을 곳이 없으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마침 귀농하여 양계를 하고 있는 동생 집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그런데 양계란 것이 장난이 아니었다. 생명을 다루면서 24시간 대기하며 기르는 일인 양계는 도저히 내 몸이나 내 형편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명예훼손 재판이 무죄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검사의 항고로, 대법원에서 명예훼손은 무죄로 확정이 되면서도 일부 모욕죄로 파기되어 다시 재판을 받게 되었으니 핑계 김에 무조건 서울로 올라왔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고 가족들이 살고 수많은 우인들이 살고 있는 서울이었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안사람은 그 지경에도 부스러기 선교회를 통해 어린이 돌보는 일을 하면서 생활을 이끌어 나갔고 비록 하꼬방이긴 하지만 방 한 칸도 마련하여 비록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라 불편하긴 했지만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동안에 되어진 얘기를 시시콜콜 다 얘기할 순 없다. 암튼 안사람은 여전히 지난 1년 반동안 아현교회 밑의 농도생협 판매원으로 묵묵히 생활을 꾸려왔고 목요기도회 원로인 강영애 목사님의 소개와 처제의 응급 지원으로 지금은 홍제3동의 여전히 재개발지역이긴 하지만 그럴듯한 아파트로 이사 와서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나도 무언가 하긴 해야 했다. 새삼스럽게 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 십여 년 전 벌교에서의 목회시절 당시 하이텔의 두리하나라는 장애인 모임에서 척추장애자들을 위한 온라인 주일예배를 드려온 일로 알려져 당시 KT로부터 전국에서 인터넷을 가장 잘 이용한 사람으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때 함께 상 받은 사람이 V3로 그 유명한 안철수 씨였는 데 그 이는 우수상이었다. 그리고 역시 벌교에서 지역 주간 신문을 발행하여 1년 반 동안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늘 보수 개혁진영의 뉴스앤조이가 몹시 부러웠었다. 인터넷 대안 언론 ‘당당뉴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 푼이 없었으니 사무실 얻고 이것저것 준비하는 일은 역시 처제가 적극적으로 지원, 1천오백만원 종자돈을 빌려 줌으로 가능했다. 애초에 뜻을 같이하여 시작한 팀은 띄우기도 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오기로 버티면서 그래도 1인 신문으로 여기까지 왔다.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뉴스’ ‘교회와 세상의 다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그야말로 종내 24시간 근무였다. 자나 깨나 당당뉴스 사이트 운영하는 일에 온 힘과 정성을 쏟았다. 그동안 이래저래 함께 일한사람들도 여럿이지만 최근엔 송양현 전도사가 근 일년 째 함께 발을 맞추고 있다. 하루 순방문자 수도 1,000명이 넘고 랭키닷컴 사이트 순위도 기독교 사이트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제법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요즘은 별 변화가 없다. 여차하면 퇴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올려 주었고 자발적으로 후원을 해주었으니 당당뉴스를 만든 8할은 나도기자와 후원자들의 것이다. 나도 책임이 있지만 나 혼자 지고 갈 일은 아닌 것이다.

신학대를 졸업하기도 전에 농촌목회를 나서서 25년 만에 무작정 목회를 그만두고 서울 한복판 충정로에 사무실 얻어 혼자 버팅기기를 하면서 지독하게 외로웠다. 서울 한가운데임에도 몇 달을 찾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몇몇 선배목회자들과 동료, 그리고 후배, 지인들이 찾아주고 격려해 주곤 했지만 다 합해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당당뉴스의 운영방침은 특이하기 보다는 인터넷 대안언론으로서는 당연한 듯한 것들이었는데, 기사를 청탁하지 않고 자발적 기사에만 의지하며, 직접 취재의 경우에도 뉴스앤조이 기자들처럼 어떤 명목으로도 촌지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자존심이었고, 후원조차 오로지 자발적인 후원에 의지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자는 것이었다. 100% 다 지켜지진 못했지만 그렇게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좋은 손길을 통해 좀 더 굵직한 기부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감추지는 못하겠다. 아무리 최소의 비용이라지만 그래도 신문인데 한두 명의 기자는 더 있었으면 했고 사무 담당자도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나도 집안 살림에 생활비라도 좀 보탤 수 있게 되길 바랬다. 당당뉴스 운영을 한 지난 2년 반 동안 나는 한번도 월 생활비를 보태지 못했다. 당당뉴스 운영자 생활비 지원계좌로도 제법 후원이 있었지만 대부분 당당뉴스 운영으로 전용되어 보태졌고 운영자의 활동비만으로도 빠듯하거나 늘 모자랐다. 그런 면에서 이미 집에선 생활 무능력자로 내어 놓은 것은 당상이었다. 오히려 집사람의 벌이와 대학 다니다말고 1년 반 째 S 대안학교 교사로 일하는 큰아들이나 아예 대학갈 생각 못하고 일렉트릭 기타 치며 음향시설 업체에서 배우며 일하는 둘째 놈이 매월 얼마씩 생활비를 도왔으니 나보다 훨씬 나았던 것이다. 그 둘은 다행이도 모두 홍성 풀무고등학교를 나왔다.

	아마도 동영상 찍는 듯.. ⓒ 안인철

왜 이 따위 글을 이런 식으로 쓰는 지 나도 모르겠다. 대관령의 박흥규 목사님이 올해 칠순이다. 박흥규목사님이 주변의 글들을 모아 책 한권 내기를 원했다. 누구누구가 나선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여러 날 애써서 박 목사님의 글들과 일기를 정리해 드렸다. 그런데 글 하나를 꼭 써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샘’지에서 청탁 받은 글을 결국 못 써내고 말았었는 데 무슨 글이든지 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루고 미루다 그래서 쓰긴 쓰는 데 뭘 쓰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미 마감날짜는 여러 날 지나서 아주 늦은 것 같긴 한데도 박 목사님에 대한 미안함으로 개발 새발 쓰긴 쓴다. 주변으로부터 당당뉴스를 정식으로 감리교회에 기관신청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면을 자주 받았다. 그러니까 감리교회 목회 그만 둔지 만 3년이니 이제 내년 4년째를 그냥 지나면 자동으로 퇴회되어 목사 자격을 잃고 말터이니 고집피우지 말고 ‘당당뉴스’를 특수 선교기관으로 신청하여 인정받고, 정식으로 어느 교회에든지 소속을 하여 목사직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사실 편법으로 교회 소속을 걸고 있는 목회자들도 제법 많으나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당뇨가 자꾸만 악화되는 것을 기화로 ‘공상퇴회’를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몸이 불편해서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으니 미리 은퇴를 하자는 것이고 아마도 20년 이상 목회했으니 ‘공상은퇴’ 자격은 되고 이것이 인정되면 20여년 정회원 목사로서의 목회를 인정받아 얼마간의 은급 연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생각만 했을 뿐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이미 담임목회를 그만 둘 때 목사 자체도 그만 둔다는 생각으로 그만 둔 것이니 자꾸만 감리교 목사로 연연하지 말고 아예 목사를 자진 사퇴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고 이 문제를 가지고 기도를 오랫동안 해오고 있는 데 윗분은 아직까지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명분이 별로 없으니 결국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인 모양이다.

당당뉴스는 ‘교회와 세상을 잇는 다리’로써 ‘교회개혁을 위한 토론의 장’으로 근근이 마련되었다. 그럭저럭 창간 3년이 다 되어가니 역시 애초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유지하기가 만만찮다. 그래도 한번 만들어진 인터넷의 장이니 버릴 수는 없거니와 소중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이 인터넷신문 ‘당당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모임, 저 모임 같이 나아갈 것을 요청하면서 문을 두드려 보았으나 다들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당당뉴스를 애초부터 비영리적인 방법으로 꾸려 나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당당뉴스에는 유료 광고가 없다. 필자들에게 원고료도 주질 못하는 것은 물론, 다른 대부분 인터넷신문들도 수익성이 어려워도 그래도 미래에는 점차 나아지기를 바라지만, 당당뉴스는 앞으로도 굳이 수익 창출 방법을 만들어 낼 생각은 별로 없다. 여전히 자발적인 기사와 자발적인 후원을 바랄 뿐이다. 여기까지가 한계라면 그저 여기에 만족하겠다. 그러나 인터넷신문은 막상 인터넷에 기반한 것인지라 장차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요즘 인터넷을 가리켜 또 하나의 ‘생물’이라고 하니까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른지... 더구나 현재까지도 윗분이 이 ‘당당뉴스’를 장차 어떻게 쓰시고자 하는 뜻을 잘 알지 못하는 바에야 내가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당당뉴스’가 하루하루 조금씩 뒷걸음질치게 된다 하더라도 접속수에 아등바등 하지 않게 될 것만은 확실하고 분명하다.

조화순, 김진춘, 최완택, 이현주, 故 김동완, 박흥규 목사...이들은 다들 내가 존경하는 감리교계의 독특한 어른들이다. 다들 비슷한 시대에 살았고 닮은 점들도 적지 않으나 너무나도 개성이 뚜렷한 분들이다. 나는 최근 들어 누구보다도 곰 목사인 박흥규 목사의 김포 집과 대관령 농막을 자주 드나들었다. 만나 볼 때마다 마음이 푸근했고 아마도 한국판 대관령의 ‘나무를 심는 사람’인 박흥규 목사를 닮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박흥규 목사 칠순 기념 문집에 싣는 글이라니 쓰기 싫어도 이렇게 잡문이라도 써야만 했다.(2007.11.26)

* 생각이 복잡한 건 요즘도 여전하다. 당당뉴스는 물론 한국교회의 상황과 나라 걱정, 가족들 걱정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한걸음 한걸음 굳세게 나아가련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글 속의 사진은 갈산교회 안인철목사가 故 채희동목사 3주년 모임에서 찍은 사진들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