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4일), 최근 논란이 되었던 '차별금지법안'이 결국 '성적지향' 등 7개 항목이 빠진채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정부안으로 확정되었다.

 이에따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기연), 기독여민회, 교회인권센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12개 단체는 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7개 항목이 삭제된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공동성명서를 밝혔다.

	▲ 왼쪽부터 조이여울 여성주의 '일다' 편집장, 최영실 성공회대학교 교수, 사회를 맡은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 당당뉴스 송양현

이날 첫 발제를 맡은 조이여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편집장은 "우리 사회에서 '인권'이 화두가 된 것은 불과 십년 전의 일이다. 한국 사회는 급변하는 현대사 속에서 민주화 열기가 뜨거웠지만, 정작 개인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자리잡지 못했다."고 밝혔다.(1990년대 중반 이후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중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어 2001년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었다. 이렇게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10대 중점 추진고제의 하나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했다. - 발제물 中)

차별금지법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출신국가, 출신 민주고, 인종, 피부색, 언어,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범죄전력, 보호처분, 성적지향, 학력,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고, 예방하며, 불합리한 차별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고용상의 차별과, 재화 및 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상의 차별, 교육기관의 교육과 직업 훈련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하였으나 그에 따라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한 결과가 초래된 경우, 이른바 ‘간접차별’도 역시 차별로 간주하고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법안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10월 2일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 제정안’에는 애초에 인권위가 권고한 법안 내용에서 차별금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들이 대거 제외되었고, 11월 초, 법제처로 넘어온 법안에서는 차별금지 항목 20개 중에 7개가 삭제된 13개 항목만 명시되어 있었다. 삭제된 7개 항목은 성적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 등이다.

법무부가 7개 조항을 제외하면서 ‘왜 제외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안이 ‘누더기’가 되기까지는 외압을 가해온 기독교 보수단체들에 대해 그들은 심지어 차별금지법안을 ‘동성애자차별금지법’이라고 부르며서 ‘동성애자차별금지법안저지 의회선교연합’을 발족하고, 교회조직을 중심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기 위한 기도회와 연설, 서명운동을 벌이며 법무부에 압력을 넣고, 대통령선고 후보자들과 만나 약속을 당부하는 등 이 법안의 훼손에 큰 몫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성서를 통해 본 '차별 금지법' / 삭제 및 변경된 조항을 중심으로

	▲ 이날 준비된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 당당뉴스 송양현

그는 또한 개신교가 성서의 내용 가운데 가장 중요시 하는 예수의 입장을 통해 차별금지법을 바라볼 때, 오히려 예수는 소수자들 편이었음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개정안’에서 삭제되고 변경된 조항들에 대해 기독교보수단체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굴지의 대기업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기독교인이 ‘그리스도’로 믿고 있는 예수, 그 자신이야말로 사실은 예루살렘의 율법주의자들에 의해 차별당하고 ‘죄인’으로 정죄를 당했던 자였다"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보수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을 자꾸 동성애금지법이라고 칭하는데 정작 예수의 선포에서 오늘날 보수주의자들이 비난하는 동성애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예수 시대에 그 문제는 아무런 거리낌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인가? 혹은 예수 자신이 동성애 문제를 전혀 문제시 하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인가? 다만 백부장이 병든 종의 이야기에서 동성애적인 관계를 추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 예수가 동성애를 금하는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인식에 대해 반대했다.

이에 덧붙여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법을 어기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하는데, 정작 예수는 생육하고 번성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은 자가 복되도다가 아닌 말씀에 실천한자가 복되다고 하였음을 강조하였다. 

흔히 동성애자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바울이 이방인들의 행동을 문제 삼았던 로마서 1장 18-32절까지의 단락에 들어있는 본문 (롬 1:27)을 근거로 끌어낸다. 그 가운데 ‘남자가 남자로 더불어 부끄러운 일을 하였다’는 언급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바울이 로마서에서 동성애자를 비난하고 동성애를 금지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바울은 로마서에서 그 자신이 전체 주제로 삼은 ‘하느님의 의’의 ‘법’에 의해 관해 증언하면서, 동성애자는 물론, 그 어더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하느님의 의’의 법에 의해 ‘이미’, ‘거저’, 용납함을 받았다는 사실을 선포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였다.

결국 "성서에서 예언자들과 예수는 온 힘을 다해서 하느님의 ‘거룩한 법’이 불의한 강자들에 의해 변경되고, 이용되는 것에 항거했고, 하느님은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눈물 흘리고, 그들의 억울한 호소를 들으시는 ‘자비한 분’이심을 기억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바울은 위선적인 제사나 금식기도를 하는 바리새파의 위선과 하느님의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여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율법주의자들이야말로 하느님의 뜻을 알지 못하는 ‘눈먼 소경’이며 ‘어두움’에 머물러 있는 자들이라고 비판하였음을 볼 때, 우리는 성서와 율법이 본래 말하려고 했던 ‘하느님의 뜻’이 무엇이며, 하느님의 참된 법이 무엇인지를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동성애자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자들은 약자를 보호하고 해방시키라는 ‘안식년법과 희년법’을 어기는 불의한 자들이라고 지적하였다. 

	▲ 이날 토론회는 외국인들에게도 큰 관심이었다. ⓒ 당당뉴스 송양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