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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회 맡은 재벌(?) 목사 이야기<작은교회가 아름답다 12> 강진 남녘 교회 안상순 목사와 교우들의 행복스토리
송상호  |  shmh061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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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2월 01일 (토) 16:59:42 [조회수 : 6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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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에 실린 것으로 송상호 목사 shmh0619@empal.com 가 이메일로 보내준 것입니다.

새벽 종 치는 九旬의 할머니 권사님
강진 남녘 교회 안상순 목사와 교우들의 행복스토리

전남 하고도 강진, 그러니까 땅 끝 도시인 해남과도 얼마 멀지 않은 시골에 가면 3년 지기인 안상순 목사가 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거기 있는 한 시골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 교회 이름도 정겹다. ‘남녘교회’다.

남녘교회는 전형적인 시골교회다. 교인들이라고 해봐야 모두들 열 댓 명이고 그나마 모두 어르신들이다. 대개가 육순에서 칠순이다.

   
 
  ▲ 올 여름 우리 가족이 남녘교회에서 하룻 밤 신세를 졌다. 사진은 남녘교회당 앞에서 안상순 목사(모자 착용)와 나의 아이들과 함께 찍은 것이다. ⓒ송상호  
 

사실 이런 시골교회에서 섬기고 있는 안상순 목사는 전남 광주에도 자신이 섬기는 교회가 있다. 그러니까 교회가 둘인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안 목사가 뭔 재벌 목사인가 하겠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광주에 있는 교회도 자그마한 교회이지만, ‘남녘교회’를 섬기는 사연이 아름답다.

남녘교회는 소위 무임 목회지인 것이다. 안 목사의 전임 목사가 사정 상 교회를 떠나게 되니 목회자가 비게 된 것을 염려한 안 목사의 자원인 셈이다. 그러니까 사례비(목사들의 보수를 개신교에선 이렇게 부르곤 한다.)하나 받지 않고 일요일이면 오전에는 남녘교회에서, 오후에는 광주의 원래 담임하던 교회에서 예배를 인도한다.

봐서 알겠지만, 자신이 원래 섬기던 교회인 광주의 교회가 일요일 오후에 예배를 드린다. 시골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남녘교회에선 오전에 예배를 하고 오후엔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게 몸에 배인 것이다. 일요일 오후와 오전 중 어느 교회가 언제 예배하느냐를 결정할 때도 광주에 있는 교회의 교인들이 어르신 예우(?) 차원에서라도 원래 자신들이 오전에 하던 예배를 오후로 시간을 옮기며 기꺼이 양보한 것이다. 참 그 목사에 그 교인 아니랄 까봐.

사실 안 목사는 남녘교회에서 서예도 하고 사진도 찍고 농사일도 하고 교회의 넓은 정원도 혼자 가꾸는 등 거의 도 닦는 수준으로 즐겁게 섬기고 있는 것을 내가 확인하고 온 적도 있다.

   
 
  ▲ 구순 할머니 권사님은 요즘도 교회 새벽종을 울리신다. ⓒ송상호  
 

이런 사연의 남녘교회에서 몇 주 전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까 한다.

올해 95세 권사께서 교회 계단을 오른다. 겨우 오르고 있는 그 권사를 안타까워 도와주는 이가 있었으니 이 교회의 막내 벌 되는 집사 할머니다. 그래 봐도 육순 할머니다. 아니 아줌마라 해야 되나. 겨우 부추겨서 예배당에 오르니 그제야 구순 권사가 한숨을 내쉰다.

하여튼 그렇게 어렵사리 계단을 올라 예배당에 들어서니 다른 교우 한 분이 마을 광고를 한다.

“아, 다 다음 주 토요일 날 이집사의 칠순 잔치 한다 하요. 조기 영암께 있는 휴게실에서라”

귀가 한참 어두운 구순 권사가 그 말을 듣고는

“와따메 쬐깐한 것들이 커가 꼬는 그새 칠순이라고야!”

이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거기 모였던 열 댓 명의 교인들이 배꼽을 잡고 한참을 웃었단다.

그랬다. 95세의 할머니의 눈에는 팔순도 칠순도 육순도 다들 ‘쬐깐한 것들’이었던 게다.

사실 그 할머니가 바로 옛날 시골에서 정겹게 울려 퍼지던 새벽교회 종소리를 새벽마다 잊지 않고 지금도 치시는 분이다. 조금 더 젊은 사람들에게 그 일을 양보할 법도 하지만, 나이 들어서 그거라도 해야 삶의 보람을 찾고 자신의 자리도 찾는 다는 것을 잘 아는 그 할머니가 양보하지 않는 게다.

   
 
  ▲ 구순 할머니 권사님은 교회 계단도 겨우 올라가실 만큼 숨이 차다. 그래서 교회 막내 벌 되는 집사님이 도와주고 있다. ⓒ송상호  
 

이런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주던 안 목사는 그 할머니 권사를 위해 “부디 건강하소서. 그래서 십순 잔치에도 웃는 얼굴로 뵐 수 있기를” 이라며 조그마한 소원을 덧붙인다.

“그런데. 칠순 할머니가 쬐깐한 것들이면 나와 당신은 뭐다요. 쬐깐한 것들 축에도 못 끼구마이.”

“그러부러네요잉. 허허허허허허”

안 목사와 내가 또 한바탕 웃었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지난 11월 10일 주말에 ‘쬐깐한 것(?)’의 칠순 잔치가 있었단다. 물론 95세 할머니도 참석하셔서 ‘쬐깐한 것’의 자녀가 효자라며 축하메시지도 전달했다고.

덧붙이는 글 | 남녘교회는 전남 강진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 교회이며 홈페이지는 http://namnyeok.or.kr/ 이다.

* 송상호 목사는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을 통해 세상을 향한 작은 몸짓을 하는 목사입니다. 더아모의집은 안성시 금광면 장죽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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