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부분의 한국교회 성도들은 목사를 구약시대의 제사장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목사 스스로 하나님과 동일시하는 신적권위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로마가톨릭 신부 역시 그런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매개체 역할을 흉내 내어서 구약시대에 죄를 범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제사장에게 죄를 고백한 것처럼 고해성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회도 모습은 달리 하지만 중보기도·내적치유·상담이란 명목으로 역시 목사가 중보자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교묘하게 하나님과 중개하여 성도를 착취하는 목사와 소속된 교회는 개혁 교회의 개혁 전통을 이어받은 교회가 아닙니다.

그리고 성도들은 성도들대로 목사를 하나님처럼 여기고 목사의 기도와 상담·중보를 받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한 분이시오, 또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보도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 예수뿐이신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협력하고 섬기고 돌보는 자세에서 서로의 사정을 염려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하나님 사이에서 부동산 중개사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받고 상담하고 신앙매물을 내놓는 것처럼 수동적이고 노예적인 신앙생활은 온당하지 못합니다.

수요공급의 시장경제처럼 왜곡된 신앙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교회 형편에서는 목사는 전교인의 모든 영역을 영치(靈治), 상담하려 하고 무당처럼 행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인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처지와 장래에 대해 하나님의 뜻을 목사의 의견을 통하여 알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상담과 올바른 관계에서 신앙적 컨설팅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익한 상담의 결과도 있습니다.

대부분 상담의 동기가 목사를 무당으로 착각하여 점 보듯이 상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당을 찾는 것처럼 병을 고쳐달라고, 복을 빌어달라고, 장래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즉 점을 쳐달라는 것입니다. 목사에 따라 그런 잘못된 신앙생활을 올바른 상담과 잘못된 시각을 교정해주기도 하지만 일부의 목사들은 복채(촌지)를 받고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형통하게 될 것이다 하는 식의 무당 점 같은 해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 한국민족이 오랜 역사동안 한국민족 심성 유전자에 각인된 허약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개혁 교회를 낳게 한 종교 개혁자들은 오직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특별한 계급의 제사장이나 사제 같은 성직자 제도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개인적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제사장의 신분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다는 만인 제사장설이 종교개혁의 본질입니다. 그런 개혁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한국교회의 모든 구성체는 동일하게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목사와 성도 간 수직적, 계급적 신분의 차이를 두기보다는 그 나라의 백성이 되기 위한 은사의 차이임을 알고 섬김의 자세와 개혁의 자세로 교회 살림살이를 하여 교회를 작은 천국으로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지가 않으니 한국교회의 잡음이 끊이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교회를 유치원화하고, 노는 골목, 무대로 삼아 소꿉놀이를 하면서 서로가 골목대장이 되겠다고 목사와 장로 간 헤게모니를 잡겠다고, 아옹다옹하고 그 소리가 교회담 너머로 퍼져가니 교회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지요.

동일한 하나님의 택하신 족속이고 왕이고 제사장으로서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유기적인 공동체를 이루는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라는 공동체는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과 제도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런 조직과 제도의 작동원리가 문제가 되는데 그런 원리를 자본주의 제도나 죄성이 가득 찬 인간의 경영학적, 행정학적, 마케팅의 원리로 작동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성경과 자연의 생태계의 원리와 우리 몸의 유기적인 작동메커니즘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상적인 신앙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결국 성경을 믿지도 않고 자연의 계시와 우리 몸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카리스마적이고 나를 따르라는 소대장형의 목사를 통하여 교인들이 늘어나고 조직화, 체계화되고 외형상 기독교의 부흥과 발전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 반면에 잘못된 해석과 리더로 성도를 인도하다면 자신도 성도들도 몰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둘 다 멸망의 구렁텅이로 빠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조용하게 복음적이고 희생적인 목사들이 있었음도 사실입니다. 이름 없이 십자가를 지며 아골 골짜기에서 교회와 성도를 섬기며 목사의 소임을 다 하신 분들의 거름이 지금의 한국교회가 존재하게 하였습니다.

브랜드 목사 추앙은 이제 그만

문제는 전자의 목사를 브랜드 목사로 추앙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후자의 목사들은 춥고 배고파도 전자의 목사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목회현장의 깊은 양극화 골을 메워나가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데 있어 누구는 인삼 뿌리 먹고 누구는 무 뿌리를 먹어서는 안 됩니다. 각 교단의 총회와 노회는 평균하게 하는 원리를 시범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숙제를 잘 풀어야 할 것입니다.

어릴 때는 자신의 엄마와 아버지는 이 세상 살아가는데 아주 든든한 배경(빽)이었습니다. 누가 오더라도 겁이 나지 않습니다. 자기의 부모는 항상 내편이니까요. 마찬가지로 목사들도 이런 착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자신만의 배경(빽)으로 착각하여 언제나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착각을 하는 정도가 심합니다. 하나님께 성도들의 말 빨보다 자신의 말 빨이 더 먹혀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의 프로그램을 아는 방법에는 성경(특별계시)과 자연의 피조물(일반계시)이 있습니다. 물론 성경은 목사들과 신학자들이 더 도통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인간의 사변적이고 현학적인 말장난으로 하나님을 잘못 인식하고 묘사하고 있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있어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거나 잔반박하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간의 신학 역시 죄성에 기초한 시대적 학문의 축적이니까요. 하지만 불변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일반계시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자연의 모습 말입니다. 누구에게라도 공개된 자연의 계시는 아무도 조작하지 못하고 누구라도 콩 심은 데서 콩이 나고 팥 심은 데서 팥이 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해가 뜨지 못하도록, 일찍 뜨지 못하도록 통제하거나 간섭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물인 태양의 햇빛과 달의 달빛은 부자에게도, 가난하자에게도, 높은 산에도, 낮은 산에도, 이 세상 어디에도 골고루 비춰줍니다. 높은 산이라고 해서 독점하지 않습니다. 공기도 그렇습니다. 누구나 골고루 받고 숨을 쉬도록 하여 프로그램하여 놓으셨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도 그렇습니다.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에서는 하늘과 더 가까이 있으면서도 더 따뜻하지 않고 만년설이 있고 기후가 더 춥습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세상에서도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진 계층들이 밑바닥에 있는 계층들보다 더 삭막하고 인간의 훈훈한 정이 없고 만년설 같은 허위의식이 얼어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저는 피조물이 존재하게 되는 원리를 발견하고 깨닫게 됩니다. 목사가 높은 산의 만년설처럼 혼자 고고하게 우뚝 서서 거룩한 척, 성결한 척, 허위의식으로 무장하는 것보다 동역하는 모든 농어촌 목사와 개척 교회 목사와 함께 밑바닥에서 성도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공유하면서 함께 하나님나라를 확장시켜나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