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따라 사랑하기 (2)

목회를 시작하면서 목회자가 교인들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랑일까?
항상 생각하게 한다.
물불가리지 않고 목회하던 시절이 있었다.
있는 것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주면 줄수록 기쁨이 넘쳤다.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이 있게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정과 교회가 각기 다른 관계로 내게 다가왔다.

처음 예수를 믿고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 나는 너무나 큰 실망을 했었다.
교회공동체가 혈연공동체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함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교회 안에서 나는 외톨이였다.
예배가 끝나고 교인들이 각자 갈 길로 가면서 헤어지고나면 항상 나는 혼자 남았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나는 이겨나가야 했다.
그러면서 한 질문이 교회에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었다.

우리(그리스도인들)는 너무 쉽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많은 경우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건데?
왜 교회 안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까?

나는 지금도 하루를 시작하면서 새벽기도를 한다.
그 이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목회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들을 알아가면서
나는 더 많이 기도하게 되었다.

예수따라 사랑하면서 예수님의 모습에서 발견되는 것이 기도였다.
예수님을 따라 사랑하면서 배우는 것이 기도였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나는 항상 기억한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새벽에 기도하러 가시던 예수님을 생각한다.
때로는 밤새도록 기도하셨던 주님을 생각한다.

목회하면서 교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교인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다.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새벽마다 나의 하나님께 교인들을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교인들이 그리스도인답게 살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한다.

그래도 가정과 교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가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내는 늘 나에게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바가지를 긁는다.
그 이유는 내가 가정과 교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목회를 한다는 것이 요즈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가 목사의 밥그릇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요,
밥그릇이 작다고 큰 밥그릇 찾아가는 목회자가 될까 두렵기도 하다.
혼자일 때는 목회하다가 굶어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결혼한다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었다.
굶어 죽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가정과 교회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인간은 피할 수 없이 유한한 존재이니 기도하는 일이 나에게는 전부가 되어 버렸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일이니 기도할 수밖에 더 있겠는가?
화려한 언어로 사랑을 이야기해 본들 공허하게 들릴 것이 분명하거늘
사랑하는 것은 나에게는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는 없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전부이다.
그것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만...
그러니 또 기도하는 일이 사랑하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