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만 해도 여럿 두고 있는 중견 목회자인 춘천동원교회 정상문 목사가  찻집을 냈다. 이미 교계에서도 차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그는 일반사회에서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진짜(?) 목사다.

	▲ 소양대교 건너편 강가에 자리잡은 '차사랑', 원래 한의원이던 것을 집주인이 무료로 내주었단다.

	▲ 정상문목사 가족들과 자칭 '차사랑교' 1호 교인이라는 박사장, 야생화 전문 '백두농원'을 운영한단다.

De Colores !  춘천남지방 허태수 감리사가 전한 '차나라' 여는 예배에서 전한  설교문 전문         ▲ '차사랑' 열림 예배에서 설교한 허태수 목사     오후의 바람은 뜰을 사정없이 휩쓸고 지나갔다. 바람이 멈추자 곧 가을비가 내렸다. 고들빼기를 모두 캤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뒀더라면 겨우내 후회할 뻔 했다. 서고를 드나들다가 구조주의 인류학자인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빼들었다. 몇 장을 읽지 못하고 자끄데리다(Jacqe Derrida) 평전을 펼쳤다. 한 동안 내가 미치게 파고들었던 책이다. 요즘 감리교 일영 연수원에서 하는 <엠마오 가는 길>이란 영성 훈련에 갈 때 마다 나는 항상 그를 떠올리곤 한다. 아마, 데리다가 어떤 상징이나 기호를 사용했다면 그것은 <엠마오 가는 길>의 상징 언어인 <De Colores. 다양한 색깔. 무지개. 다양성 의 조화>를 썼으리란 연상 때문이다. 데리다에 의해 주도된 ‘해체주의 이론’의 핵심이 다양화를 담보한 <De Colores. 데 꼴로레스>와 맥락이 같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의해 굴러왔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를 문제 삼는 틀이기도 하다. 이런 틀은 제 3자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할래야 다양할 수가 없었다. 이것은 흑백 T.V의 세상을 말한다. 검은 거 아니면 흰 거니까. 그러나 지금은 컬러 에이지다. 제 3의 선택이 가능한 다양성의 시대라는 말이다. 유대율법 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법은 오로지 흑이거나 백이다. 여기서 완고한 율법주의가 태어난다. 그러나 보라! 우물가의 여인이 물 한 바가지를 인연으로 해서 예수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다양성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었던 것이다. 당시대의 여인들은 이방인에게 물을 줘서는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 이제 그 여인이 예수에게 묻는다. 여자가 남자에게, 이방인에게 뭘 묻는다는 것은 제 3자의 문턱을 넘는 것이다. 완고한 율법주의가 해체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선생님. 어디서 예배를 해야 합니까?”(요4:19-26). 이 얼마나 불순한 물음인가? 지금껏 아무도 이런 물음을 묻지 않았고, 물을 생각도 갖지 않았다. 남쪽의 예루살렘이거나 북쪽의 벧엘, 둘 중의 하나였다. 그때까지는 제3의 장소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는 흑과 백으로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이제는 더 이상 예루살렘도 아니고 벧엘도 아니다. 남쪽 어디도 아니고 북쪽 어디도 아니다. 어디나 중심이고 어디나 변두리니, 바깥과 안쪽을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말씀 하셨다.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는 뜻이 아닌가? 선과 악으로만 구분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말씀이 아니던가? 선이 아니면 악, 진실이 아니면 허위, 정의가 아니면 부정으로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세상 속에 사람이 살게 되었다는 의미 아닌가? 바깥쪽과 안쪽을 구분하기 어려운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의 병을 연상케 하는 세상이 열렸다는 의미가 아닌가? 이것은 아주 또렷하게 우물가의 여인에게 말한 것과 같다. “이제 부터는 완고한 흑백 논리의 삶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다양하게 살아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조차 다양 하라.” De Colores ! 했던 것이다. 나는 오늘 목사님의 <차사랑>방을 시작하는 예배에 이 말씀을 드린다. 이것은 제3의 선택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목사가 목회 일 말고 차를 팔고 마시게 하는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우물가의 여인에게 하셨던 그 말씀, ‘둘 중의 하나만 택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옳지 않다. 제 3의 장소가 있음도 알게 될 것이다’했던 말씀의 실천이 아닌가 싶어서다. 시편 기자는 그 다양성, 제3의 방편에 대해서 이렇게 뒷 받침하고 있다. “세계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도 다 여호와의 것이다.”(시24:1). 그 어디고 하나님 계시지 않는 곳이 없으며, 그 무엇이든지 하나님 없는 삶이 없다는 뜻이 아닌가! 이제 이곳은 완고한 두 경우만의 세계를 뚫고 아름다운 무지개를 띄우는 제3의 상징적인 장소다. 예수님도, 레비스트로스도, 자크데리다도, 우물가의 여인도 즐거워 할 그 곳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무지개를 만들므로, 예배가 되고, 삶이 되고, 생명이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제3의 선택을 실행하는 정상문 목사에게, 그리고 이곳의 모든 가족들에게 예수님이 했음직한 인사를 건넨다. De Color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