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공원의 억새를 보았던 것이....

그 추억으로 하여금 병이 든 나는 불현듯 단풍과 억새가 보고 싶어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하늘공원에 갈 마음을 굳히고 길을 나섰다.

먼저 내 카메라 SONY 수원 서비스센터에 가서

궁금했던 몇 가지를 설명 듣고 지하철을 탔다.

약수에서 6호선을 갈아탔는데, 땅속이 어지러워

반대쪽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뒤늦게 깨달아 뒤돌아섰지만

아침부터 병신노릇을 싫건 했다.

그래도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 없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모른다.

<서울억새축제>가 어제 끝났는데도 오늘도 시민의 발길은 그치지 않았다.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은 모두 291개

비교적 가파르지 않아 오를 만했고, 아래를 굽어보니

시내의 가을이 울긋불긋 볼 만했다.

토피어리 곁에 다가가 나도 사진을 찍고....

지난 해엔 석양에 비친 억새가 볼만 했는데

아직 만발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렇다고 내일 다시 올 수 없고.

서너 시간을 걸었더니 피로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음식을 파는 가게가 없어 참아야 했다.

하긴 그래야 하늘공원이 개끗해질 터이니까....

잠시 쉴 겸 바위에 앉아 핸드백에 든 유치환 선생의 시를 꺼냈다.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시집<생명의 서>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