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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하고 함께 사는 그게 선교지요박충섭 목사의 오지목회 7년…"이곳 사람들은 목사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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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10월 06일 (토) 02:35:48 [조회수 : 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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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 유헌 기자의 기사입니다.

   
 
  ▲ 귤암리는 사진처럼 산 중턱에 5-6개 가구가 모여사는 경우가 많다. 좌측 아래 허름한 집이 옷바위교회다. ⓒ뉴스앤조이 유헌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귤암리. 굽이치는 동강 물줄기 수변에 옹기종기 자리한 시골마을에 가면 특이한 목사를 만날 수 있다. 두건을 쓰고 전통한복을 입은 박충섭 목사(47)는 외모도 인상적이지만 그가 교회라고 데려가는 곳이 다 허물어질듯 한 시골 가옥이다. 아직도 겨울이면 장작을 때고 살아야 하는 오래된 집이지만 '옷바위교회'라는 정감 넘치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는 7년째 이곳에서 사역했지만 아직까지 '예수천국 불신지옥'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살뿐이다. 일손이 바쁜 곳에 찾아가 같이 일해주고, 밥 얻어먹으며 사는 것이 사역이다. 대화가 필요한 산촌 노인들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고, 마을 행사가 있을 때는 동네 목사로 앞장선다.

오랫동안 주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본 이장이 빈집을 내어주며 살라고 했고, 그곳은 교회가 되었다. 진정한 동네사람으로 그를 인정해준 셈이다. 지금은 60여 가구 정도 되는 마을에서 2~3 가정이 예배를 한다. 자연스레 마음을 여는 가정들이 생겼다. 예배는 각 가정에서 드린다. 박 목사는 주일이 되면 이집 저집 예배하고 심방하러 가느라 바쁘다. 이제야 전통적인 목사의 모습이 엿보인다. 

'예수 믿으세요'보다 예수를 느끼게 해야

"신학교에 갔는데 오지선교를 모집하는 벽보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방학만 되면 교회가 없는 섬 지역을 찾곤 했네요. 그런데 사역이 잘 되지 않더라고요. 섬만 다니다가 2000년이 되면서 정선(내륙)으로 들어왔어요. 시간이 지나다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사역의 그림이 그려지네요. 예수 믿고 안 믿고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 같아요"

   
 
  ▲ 박충섭 목사. 그는 마을 사람과 함께 일하고, 먹고, 자는 주민이 되기 위해 애썼다. ⓒ뉴스앤조이 유헌  
 
동강 댐 주변의 마을들은 나름의 상처가 있다. 2000년 동강 댐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입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몰지역으로 정해진 뒤 떠날 준비를 해왔지만 그러지 못했다. 댐 계획이 취소된 다음에는 생태계보존구역으로 지정되어 마음대로 사업도 벌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댐 반대운동을 했던 환경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외지인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곳 사람들은 고추농사를 주로 짓고, 옥수수도 기릅니다. 하지만 생활하기가 쉽지는 않죠. 농가부채가 가구당 수천만 원이고, 가지고 있는 땅도 쓸모없는 경우가 많아요. 또 마을 청년들은 서로 연대보증을 한 상태라 마을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고요. 댐 건설 때 혜택을 받으려고 무리를 해서 투자한 사람들이 많거든요. 과수를 심거나 건물을 짓곤 했는데 다 쓸모가 없어졌죠"

박 목사는 이들에 대한 걱정이 많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청년들은 모이기만 하면 술을 마시는데 그것이 그렇게 안타깝다. 특히 귤암리는 관광지역으로 개발도 되지 못해 상심이 크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 들어올 수 있었고, 지금도 하루에 버스가 네 번 들어오는 시골이다 보니(어떤 집은 버스정류장에서도 30분 이상 산길을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사람들이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들의 마음은 더 완고해졌다.

선교할 때 자세를 조심하자

   
 
  ▲ 노부부를 심방하고 있는 모습.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이 정겹다.ⓒ뉴스앤조이 유헌  
 
박 목사가 자연스런 접근을 고민한 이유도 이런 연유가 깊다. 그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방법의 선교를 택했다. 그는 종교·정치 등의 입장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 신앙적 입장을 관철시키는 게 선교가 아니고,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선교라는 것이다.

"그들을 우리 기독교 문화에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선교와 목회라는 거룩한 타이틀을 달고 그 안에서 무수히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도 있습니다. 교회가 야망을 채우는 수단에 불과하게 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거죠."

"제 생각입니다만 동양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까놓고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소유를 이용해 설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요. 인격적인 신뢰감을 쌓는 게 우선이고, 그렇게 해야 사람 마음이 열린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스스로 동네에 와서 크게 한일이 없다고 한다. 단지 목사라는 사실을 밝히고 함께 어우러지고 있을 따름이다. 박 목사에 의하면 마을 사람들은 목사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라는 사람이 신뢰감을 주고, 섬기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하다 보니 사람들이 적대감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다.

교회건물 짓는 게 선교의 전부는 아닙니다

   
 
  ▲ 어느 교회 청년이 만들어줬다는 티셔츠. 티셔츠에는 동강을 따라 자리잡은 귤암리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뉴스앤조이 유헌  
 
그가 하는 사역은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 추수감사절 때 떡을 해서 돌리고, 부활절에는 삶은 계란을 나눠주는 것 등. 그러나 이곳에서는 생소한 문화다. 농촌봉사활동 팀을 연계해주는 것도 중요한 사업이다. 일반 대학생들도 이 마을을 찾지만 정작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저녁 늦게까지 동네청년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가지니 낮에 일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교회에서 온 청년들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다. 일은 서투르더라도 깔끔하게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고맙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른들이 오면 문제가 생긴다.

"무조건 교회건물부터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봉사하러 온신 어떤 장로님이 이곳에 오셔서 '교회를 지어야 겠다', '예배당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나름의 열심을 보여주셔서 혼이 났어요. 조용하던 마을 사람들이 '이왕이면 내가 가진 못 쓰는 땅 교회에게 팔아야 겠다'는 욕심을 품게 만들었죠. 그 장로님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도움은 되지 않았어요."

박 목사는 오히려 가정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자연스럽게 더 만날 수 있고, 교제를 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나중에 교인들이 자연스럽게 예배당을 마련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직접 만들면 주민들만의 교회가 될 수 있는데 외지에서 돈 받아 지으면 부자연스러울 것이라는 게 그의 걱정이다. 

"교회가 마을주민들의 관심과 애정이 서린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 멀끔하게 건물만 지어놓으면 아마 낯선 거리감 같은 게 느껴질 거 같아요. 하긴 요새 동네 청년들이 교회 안 짓냐고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새롭고 생태적인 목회 꿈꾸다

   
 
  ▲ 한창 고추를 따고 있는 농민들에게 안부 인사하는 박충섭 목사. ⓒ뉴스앤조이 유헌  
 
그는 자신의 사역이 통일 이후의 목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교회가 분명히 북에 들어가야 하는데, 대형교회들은 사람들이 많은 도시지역에 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형특성상 귤암리와 같은 산골 마을이 많고 그런 곳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할 수많은 선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까페에 들어가 보면 '통일조국 땅 끝 가득히'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통일을 향한 박 목사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에도 외면당하고 소외되는 지역이 분명 생길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곳도 복음이 필요한 곳입니다. 지금 오지에서 하는 사역에는 의료지원·영화상영·교육지원 등 지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면도 있습니다. 교회가 자연스럽게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우리가 구원을 많이 얘기합니다만 어떻게 육체는 두고, 영혼만 쏙 빼서 구원할 수 있겠습니까. 몸도 마음도 함께 돌보고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 하죠. 사실 저도 임종을 앞둔 어르신들이나 위급한 상황에서는 '예수 믿고 천국 가셔야죠'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그분들이 눈을 껌뻑거리시면서 대답을 하시곤 합니다. 그렇지만 복지적인 서비스 등 몸도 함께 구원해야 합니다."

   
 
  ▲ 가정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 ⓒ뉴스앤조이 유헌  
 
박 목사는 생태환경을 살리는 일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낡은 가옥에서 살고 있다. 낡았지만 오히려 습기가 잘 안차는 친 환경적인 집이라고 자랑한다. 마을주민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박 목사의 몫이다. 동강댐 건설 때의 기억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환경·생태'의 감각을 심어주는 것은 쉽지는 않아보인다.

"최근 정부에서 겨우 지원을 받아 집들을 지었지만 생태환경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사는 집이 낫다고 봅니다. 교회건물도 조립식건물로 짓지 않을 계획입니다. 주변환경에 조화를 이뤄야지요. 마을사람들은 농사에 쓰이는 비닐 등을 싹 태워버립니다.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고요. 환경에 대해서 빨리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선 산골짜기 꼬부랑길 심방기
 

"예수 얘기는 안 해도 할 얘기 들어줄 얘기는 많죠"

주일아침 박 목사는 가방을 챙겨들고 집을 나선다. 오늘은 오지 선교를 체험하러 온 청년 5명과 함께다. 14살 먹은 갤로퍼에 몸을 싣고 포장도 덜 된 산길을 달린다. 여름이면 비가 와 다리가 끊기고, 여전히 겨울이면 허벅지까지 눈이 쌓이는 곳이라 사륜구동 자동차는 박 목사의 필수사역도구다. 차에는 이혈요법도구·침통·성경책·호미 등이 실려 있다.

처음 방문한 집은 서울서 살다 온 사진작가의 집. 경치 좋은 언덕에 자리한 집 앞 평상에서 환담을 나눈다. 가방에서 사진을 꺼내 주민에게 건넨다. 여름에 왔던 청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산촌에 사는 자신을 기억해주는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다음 집으로 이동한다.

이번에는 진짜 심방이다. 마당의 강아지부터 반갑게 맞이하는 이 집은 박 목사와 예배를 하는 가정이다. 외지에서 살다가 자식들을 다 길러내고 시골로 돌아온 노부부의 집에는 마침 손녀가 놀러와 있다. 마태복음을 함께 읽으며 사과와 포도를 먹으며 예배를 한다.

"같이 데려 온 청년들 일도 시키고 그래야지요. 시골이라 목사님이 집에 안 데려다주면 집에 못가잖아요. 집에 보내지 말고 교회일 좀 도우라고 해요" 할머니가 농담을 던지자 웃음꽃이 퍼진다.

집들이 띄엄띄엄 있다. 강을 따라 고부라진 길을 20여 분 이동하자 새로운 심방처가 나온다. 이 집 부부는 불교신자다. 하지만 박 목사를 반갑게 맞는다. 서울에서 큰 사업을 하다가 망하고, 건강이 악화되어 시골로 들어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이말 저말 늘어놓는다. 그걸 들어주는 것도 박 목사의 일이다.

"박 목사 옻닭 먹다가 탈났다며? 여기서는 만날 얻어먹으면서 맛있는 거 있으면 같이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사실 인연을 끊으려고 시골에 들어왔는데, 목사님을 만나고 목사님이 자꾸 사람을 데려오고 만나면서 인연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어요. 지금 건강이 많이 안 좋은데 찾아오는 학생들과 연락하는 낙으로 살지요. 사람들이 왔다가면 집에 새로운 기운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부부는 여기 왔던 교회 청년들의 편지를 내보인다. 미소 짓는다.

잔소리도 잊지 않는다. "저처럼 외부소식 궁금한 사람들 찾아오고, 젓가락을 대신 들어주는 일이 머리 숙이고 10시간씩 기도하는 것만큼이나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엔 읍내의 노부부를 찾았다. 귤암리에 살다가 이사 온 가정이다. 교회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해 예배도 빠지지 않고 간다고 한다. 집에 들어서며 "식사하셨어요?"라고 박 목사가 묻지만 노부부는 대답 대신 음식을 자꾸 내놓으려고 한다.

"밥 먹고 왔어요", "커피도 마셨어요", "과일도 먹었어요", 계속 대답하지만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계속 묻는다. 결국 사과 몇 개를 쥐어주고서야 박 목사 일행을 보냈다. 이분들에게는 이렇게 음식을 나누는 것이 예배인 듯하다

박 목사는 주일에 교회청년들이 오면 이런 식으로 각 집에 보내기도 한다.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밥 얻어먹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산골짜기 집집마다 다 사연이 있다. 각 집으로 흩어졌던 이들이 나중에 모여서 주기도문을 외우면 주일 예배를 마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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