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가 아닌 포크레인으로도 이젠 막지못하게 된 모양이다.

지난 5월30일의 오전, 감리교본부 13층 서울남연회본부가 있는 복도는 어느 교회의 분쟁문제로 항의방문을 한 성도들의 무리로 가득찼다. 들어보면 사정이 복잡했다.

최근 심각한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들의 원인은 다들 간단하지 않다. 초기에는 간단했으나 처리를 미적거리다가 화를 키우고들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 원인은 우선은 목회자들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다. 목회자가 바로 교회의 영적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평신도들의 어느때보다도 거세진 입김이, 문제의 원인 일 수도 있겠다.

좀 더 멀리에서 원인을 찾아본다면  우선은 목회자 수가 급증한 것이다.

목회자가 많은 것이 뭐가 문제냐고 들이대면 할 말은 많지만 다음 기회로 넘기고 또 하나의 문제는 뭐니뭐니해도 법질서의 실종이다. 거기에다가 양심과 상식의 부재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감리교회에는 엄연히 훌륭한 교리와 장정이 있다.

거기에는 헌법도 있고 제반 교회 운영에 관한 규정들과 재판법도 있다. 올해 열릴 입법총회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아마도 대폭적으로 교리와 장정이 정비될 모양이다. 오랜만에  4년 전임 감독제 하에서니까  기대와 희망도 크다.

그러나 아무리 법을 바꾸고 정비한들 무엇 할까?  지켜지지 않는 법이라면 도대체 법대로 행하려고 하는 의지나 그럴 힘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최근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 교회분쟁의 이면에는 법대로 되지 아니하는, 아니 최소한의 상식마저도 무시되는 "법질서의 실종"이 있다고 본다.

적어도 문제의 초기에 바로잡아야할 것들을 바로 잡지 못하고 적당히, 또는 우물쩍 넘어가려는 처사들이 오늘의 연이은 분쟁사태를 불러고 있다. 무엇보다도 감리교 행정단위의 기본인 각 지방과 감리사들의 행정에서부터 바르게 하고 엄격히 해야할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감리교 법질서 실종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그동안의 감리교본부와 각 연회본부들의 감독회장과 감독들, 그리고 각 해석위원,  심사위원, 재판위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큰 교회라고 대형목회자라고 너무나 당연한 상식적인 치리마저도, 최소한의 법질서의 적용마저도 슬그머니 피하려고만 했으니 누군들 감리교의 법을 지키려할까?   

연이은 분쟁사태는 앞으로 감당할 수 없는 대형 도미노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 늦기전에 하나하나씩 감리교회의 법질서를 잡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