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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6] 추억의 원주 청년관
이승칠  |  gooneye7805 @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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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년 09월 11일 (화) 17:54:08 [조회수 : 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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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새벽에 외삼촌이 어머니와 슬픈 이별을 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4~5학년인 나로선 삼팔선까지 손잡고 넘어온 어머니가 남동생과 헤어져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아직 잠이 덜 깨어 이른 새벽부터 어디론가 떠난다는 두려움에 빠진 4명의 어린 외사촌들의 모습만 느낄 뿐이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이별의 부산정거장의 재연은 돈 때문이었다. 삶의 기반을 잡지 못하고 14시간 넘게 걸리는 중앙선을 타고 다시 북쪽으로 떠난 외삼촌의 가슴은 찢어졌으리라 본다.

나는 외삼촌을 많이 닮았다. 외삼촌은 어릴 때 안약을 잘못 넣어 외눈이 되었고, 공부 잘하고 눈치 빠른 남동생에 비해 매형이 일본서부터 밀수해온 물건을 언제나 들키는 분이었고, 약간 무능하기에 마누라를 고생시키는 인생여정, 정이 많아 항상 머뭇거리는 성격….

고등학교 때 원주를 한번 방문했는데 깡패들이 득실거리는 살벌한 도시였다. 서울 대학시절은 원주가 가까워 중앙선을 타는 재미로 종종 드나들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고를 치고 집안에서 귀양살이를 보낸 곳은 외삼촌과 작은 엄마(삼촌의 처)가 자리를 잡은 강원도 원주였다.

조용하게 근신하며 지내야 할 귀양살이에서 원주 최초로 <방랑자>라는 DJ를 둔 생맥주 집을 차렸다. 집안에선 반대를 하였지만 군인이 득실거리고 젊은이가 갈 곳이 없다는 궁색한 핑계를 내 세웠다. 그래도 외삼촌이 누나를 설득함으로 뜻이 이루어진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충청도 고향인 아내를 만났고 아들을 낳았는데 귀양지가 보금자리가 되는 듯 싶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그 당시 원주는 A.B.C 3개의 큰 도로로 형성이 되어 있었는데 A도로에서 기독병원과 청년관 축의 농협건물이 중심거리로 형성되어 있었다. 작은 도시답지 않게 기독병원의 규모는 놀라왔고 야구장 시설을 갖춘 청년회관은 더 놀라웠다.

단층짜리 아담한 건물은 도서관으로 이용되었고 주일에는 예배를 본다는 조카들의 말에 청년회관의 정체가 궁금하였으나, 열심히 노력을 하여 야구공이 청년관 울타리를 넘어가는 장타력을 구사하는데 더 열중이었다.

그 당시 청년회관의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시민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어 젊은이들이 마음대로 운동을 하고 새댁들이 아기를 업고 꿈을 키우고 설움을 달래던 곳이었다. 깡패 많은 도시였지만 개방된 운동장에 불량배들은 얼씬도 하지 않은 것은 개방성 때문인 것 같았다.

감리교 선교사들이 원주에 기독병원이나 청년회관을 세운 정신은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정신이었다고 본다. 이는 칼뱅의 예정론을 반대하고 자유의지를 강조한 아르미안 정신이 깃들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원주는 강원도의 얼굴이요, 원주의 얼굴은 청년회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새 당당뉴스에서 원주 청년관의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찹찹하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다 변하지만 속까지 변화지는 않는다. 원주 청년회관이 속세에 빠지면 강원도의 감리정신은 없는 것이 된다.

미국에 이민 간 누나의 권유로 추석에 25년 만의 원주 방문을 하기로 했다. 번성해진 친인척들을 만나고 돌아가신 외삼촌과 작은 어머니, 친형의 산소를 방문할 것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나의 가슴에 “청년”이란 꿈을 준 원주 청년관의 변한 모습이 제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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