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와 관련한 종교환경회의의 성명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사건은 두 주를 넘기고 있습니다. 피랍된 23명 중 2명은 이미 살해되었고 나머지 21명도 살해 위협을 박고 있으며 또한 건강이 악화되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그 누구도 보장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와중에 고통당하는 것은 피랍자들과 그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입니다. 식음을 전폐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등 가족들의 상황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랍을 한 탈레반과 피랍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 그리고 한국정부는 피랍자들의 목숨을 어떻게든 살려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에 우리 종교환경회의는 아래와 같이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탈레반은 소중한 생명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흥정하는 것을 멈추고 피랍자를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종교의 가장 핵심적인 자리는 생명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반종교적인 것으로 탈레반이 무고한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흥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합니다. 선교적 목적보다는 가장 위약한 의료봉사활동을 그것도 자비량으로 간 피납자들을 귀한 손님으로 대하진 못해도 자신들의 목적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간에 탈레반이 어떤 정당성을 갖고 일해왔던지간에 이 일로 그 정당성은 무너질 것입니다. 이에 탈레반은 아무 조건 없이 피랍자들을 즉각 석방해야 합니다.

미국은 이유를 불문하고 피랍자 석방을 위해 즉각 나서야 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미국은 사건해결에 키를 쥐고 있지만 그 키를 사용하여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이에 우리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미국의 행동들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제는 미국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위해 나서기를 강력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미국을 더 이상 믿을 수 없으며 반미운동에 나설 수도 있음을 천명합니다. 또한 이번 사태의 추이에 따라 미국의 윤리성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미국은 생명을 우선시하고 자국의 이익을 떠나 하루 속히 피랍자 석방을 위해 나서야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동조하기를 그치고 파병되어있는 한국군을 즉각 철군시켜야 합니다.

한국인이 아프간에서 피랍된 이유는 한국이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함으로 탈레반의 적성국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피랍사건이 터지고 탈레반 측이 한국에 제시한 첫 번째 요구 조건이 한국군의 즉각적인 철군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동의한다고 말했지만 여러 이유를 들어 계획대로 12월 철군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일관되게 아프간에 대한 한국군의 파병이 정의롭지 못하고,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으므로 파병에 반대해왔었습니다. 한국군이 아프간에 주둔하는 한 제2, 제3의 인질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처음부터 자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미국의 세계전략에 동조하는 파병을 중지하고, 즉각 한국군을 철군시킬 것을 촉구합니다.

저희 종교환경회의는 위와 같이 요구가 관철되어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피랍자들에게 또한 그의 가족들에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2007년 8월 3일

종교환경회의

불교(불교환경연대ㆍ에코붓다ㆍ인드라망생명공동체)ㆍ원불교(천지보은회)ㆍ기독교(기독교환경운동연대ㆍ생명평화기독연대)천주교(우리농촌살리기운동서울본부ㆍ환경사목위원회ㆍ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사회사목부ㆍ남자수도회장상연합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ㆍ창조보전전국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