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가 너희에게 준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 땅을 차지하게 되었을 때, 내가 내린 문둥병이 너희가 차지한 어떤 집에 생기거든 그 집 임자는 사제에게 가서 '문둥병 같은 것이 집에 보입니다.'하고 알려야 한다."   -레위기 14:33-35

  그냥 문둥병이 아니다. "내가 내린 문둥병"이다.

  야훼께서는 어찌하여 이스라엘을 가나안으로 데려다 놓으시고 그들에게 문둥병을 내리시는가?

  모세와 아론은 야훼께 "왜 이들에게 문둥병을 내리십니까?" 하고 질문하도록 허락받지 않았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서둘러 집을 폐쇄한 다음, 요즘 말로 역학검사(疫學檢査)를 하여 전염병으로 판명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지시였다.

  우선 할 일은 야훼께서 내리신 병에 대처하는 것이다. 왜 이런 병을 내리시는지에 대한 의문은 사태가 진정된 다음에 다루어도 늦지 않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치는가? 내가 무엇을 어쨌기에 이런 일이 닥치는 것인가?

  이런 질문은, 지금 내게 닥친 일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그 방법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보다  시급하지 않다. 화재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화재를 진압한 다음에 할 일이다.

  화재현장에서 화재원인을 밝히느라고 불 끄는 일을 뒤로 미루거나 아예 불을 끄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런 어리석음이 없겠다.

  그런데도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나 지난 일로 인한 고통에 사로잡혀 천금같이 소중한 '오늘'을 허비하고 있으니, 일상생활을 온통 그런 어리석음으로 채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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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 : 주님, 몇년 전 일이나 몇달 전 일만 지난 일이 아닙니다. 바로 십분 전 일도 지난 일입니다. 저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를 주시어, 어미 가슴에 안긴 젖먹이처럼 이 세상을 살게 해주십시오. 하지만, 저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담아놓으신 당신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도록, 일을 수습하는 데만 매달리지 않게 저를 도와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