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 교회 천사에게 이 글을 써서 보내어라. 오른 손에 일곱 별을 쥐시고 일곱 황금등경 사이를 거니시는 분이 말씀하신다. "나는 네가 한 일과 네 수고와 인내를 잘 알고 있다.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할 수 없었으며 사도가 아니면서 사도를 사칭하는 자들을 시험하여 그들의 허위를 가려낸 일도 잘 알고 있다. 너는 잘 참고 내 이름을 위해서 견디어냈으며 낙심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네가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빗나갔는지를 생각하여 뉘우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만일 그렇지 않고 뉘우치지 않으면 내가 가서 너의 등경을 그 자리에서 치워버리겠다."   -요한묵시록 2:1-5

  에페소 교회는 칭찬받을 만한 일을 많이 했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느라고, 처음 시작할 때의 순수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렸다면 천하를 얻고 자신을 잃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서둘러 처음에 품었던 순수한 마음, 사랑에서 우러난 그 마음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동안 이루어놓은 모든 업적이 순식간에 무덤으로 바뀔 것이다.

  영화(榮華)를 알면서 욕(辱)됨을 지키면 세상의 골짜기가 되어 한결같은 덕(德)이 넉넉하다고 했다(老子, 28장). 사업이 번창하는 가운데 있으면서 처음 시작할 때의 가난한 마음을 지키면 그에게서 한결같은 덕[常德]이 떠나지를 않는다.

  그러나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을 하면서, 짬짬이 눈을 돌려, 일을 하고 있는 자기를 성찰하지 않으면, 아차 하는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처음 마음이다.

  그러기에, 마침을 처음처럼 신중하게 하면 일을 망치지 않는다[愼終如始則無敗事]고 했다(老子, 64장)

     .................

  기도 : 주님, 제가 숨지는 순간까지, 저를 처음 만나주셨던 자리, 그 가난하고 비참했던 자리를 잊지 말게 하시고, 거기서 드렸던 저의 소박한 약속을 기억하면서 살게 해주십시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저로 하여금 방심하지 말고, 처음 당신이 제 이름 불러주셨을 때 제가 지녔던 그 무능(無能)과 무력(無力)을 유지하도록, 저를 축복하여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