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대학병원에 가서 고관절수술 X-ray 설명을 듣다가

척추 휘어진 사진을 보고는 놀랐더니

늙으면 다 그리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 안심한다.

저녁에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신상옥 감독의 영화 <탈출기>를 보기 위해....

오늘은 관객이 적다.

본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대기실에서 본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어제 본 <소금>에 견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오후 8시 영화가 시작되었다.

북한 특유의 한글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서

의자에 몸을 깊이 쑤셔 넣고 감상에 열중했다.

해방군의 노래였던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할 일이 무엇이냐..."

노래가 흐르면서 친구에게 보내는 성렬이의 편지가 영화로 전개된다.

어제의 <소금>은 자막이 영어였는데, 오늘은 일본어이다.

성렬은 국민배우(?)여서인지 나이가 꽤 들었어도

연기엔 지장이 없었다. 역시 최은희는 일생 일대의

명연기를 펼쳐 흡족했다.

<탈출기>는 신상옥이 북한에서 작업한 7편 가운데

일반적으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과연 그럴 만하다.

1920년대 좌익작가 최서해의 자전적 단편을 바탕으로

일제 강점기 간도로 건너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박씨 일가의 인생역정을 그린 것이다.

친척에게 속아 아버지를 잃은 청년 박이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너지만

그들의 처지에는 변화가 없다.

주인공인 박의 회고를 따라 전개된 가족의 서사는

후일 그가 사회주의자로 변신하게 되는 동기를 설득력 있게 한다.

고향에서는 개간한 땅을 사촌형의 농간으로 빼앗기고

고향을 떠나 힘겹게 개간한 땅은 중국인의 횡포로 빼앗긴다.

하는쪽쪽 고난받는 장면은 차마 마음 놓고 볼 수가 없고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화면 처리도 좋았다.

그리도 많은 장면 처리를 성의있게 한 것이 눈에 띄었으니

의상이며 소도구 하나 소홀함이 없다.

내 생각으로는 누구라도 이 영화를 한번 보았으면 한다.

우리가 모르는 그날의 한국의 형편과

나라사랑을 한 선인의 과거를 알아야 하기에 말이다.

요즘같이 애국정신과 희생정신이 해이해진 세대에게

각성하게 하는 좋은 영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세월의 흐름을 처마끝의 제비새끼로 봄을

파랗게 나풀대는 논에서 여름을, 억수같이 오는 비를 맞으며 삯빨래하는 모습 등

실제로 몸을 부셔가며 연기하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며느리 산후조리를 위해 늙은 호박을 가지고 오는 시어머니는

일본인이 사육하는 맹견에 습격을 받아 치명상을 입는다.

돈이 없어 병원에서 거절당하고, 약국에서 거절하는 설움을 이기지 못해

도끼로 기물을 부수고 방화까지 한다.

결국은 체포되지만, 후송되는 기차칸에서

다시 민족해방운동원에 의해 구출된다.

주인공이 말하듯 자기는 주의(ism)를 내세워 산 게 아니라

살다보니 사회주의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생의 충동이 사상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나도 줏대없이 살아온 인생이지만

이제라도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