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열사 순국 100주년 기념교회 봉헌식 설교(2007.7.14)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
시 126:1-3

	▲ 기감 신경하감독회장

이준, 그는 누구인가?

최문자 교수(협성대학교 총장, 상동교회 장로)

	▲ 협성대 최문자총장

  이준(1859. 1. 21 -1907. 7. 14) 열사는 1859년 1월 21일 함북 북청군 속후면 용전리 발열동에서 이병관과 청주 이씨 사이에서 장남으로 출생하였다. 18대 조부인 완풍대군은 이성계의 형이였으며, 환조대왕의 맏아들로 왜군과 홍건적을 쳐부시고 영상의 벼슬까지 오른 공신이였다. 이준은 왕손의 피가 흐르고 있었음인지 그 기개가 어릴적부터 범상치 않아보였다. 이준 열사의 본명은 순칠, 초명은 성재, 호는 일성이었다.

  이름과 호의 의미를 살펴보면 성재(性在)의 의미 (조부와 부친이 지어준 어릴적 이름)는 성(性)은 하늘의 뜻에 따른다는 뜻이고, 재(在)란 인간이란 그 하늘의 뜻을 따름에 있다는 뜻이다. 그는 젊은 시절 이름을 다시 준(儁)이라 고치고 호를 일성(一醒)이라 하였는데, 준(儁)의 의미는 세상에 널리 빛난다는 뜻이며, 일성(一醒)의 의미는 세상을 한번 깨우친다는 뜻이다.

  이준은 세 살때 부모를 잃고 조부 이명섭과 작은 아버지 이병하 밑에서 성장하며 한학을 배우고 익혔다. 어릴적부터 영특하여 12세에 사서삼경을 완독할 정도였다. 이준은 17세에 큰 뜻을 품고 상경하여 형조판서 김병시,  대원군과 교제하다가, 다시 북청으로 귀향하였다. 29세(1887년) 함경도 고시인 국가시험에서 장원한 후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당시 함께 함경도 감사로 있던 조병식과 협의하여 2천평 토지에 경학원 설립, 인재 양성에 주력하였다.

2. 결혼

  1889년 다시 상경한 이준은 김병시의 중매로 1893년, 당시 이화학당에 다니던 이일정과 결혼 하여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준이 본격적으로 십자가의 보혈에서 구원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전덕기 목사님과 만난 이후 상동교회에서 청년 회장직을 맡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청년회장직을 맡은 이준은 속장직도 함께 맡으면서 서재필, 윤지호 등과 같이 청년 운동을 통해 구국운동과 연결시켰다.

  35세(1893년)때 당시 17세였던 이일정과 결혼한 이준은 나이차이가 심했지만 두사람 모두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애국심에 불타있었으므로 남편이나 부인이라기보다, 뜨거운 애국심을 가진 동지적 결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결혼후 생활이 곤란할 때 부인 이일정은 잡화상을 차려 생계를 꾸렸고 탈환회를 조직 (당시 부인들의 반지를 빼서 독립운동에 바쳤던 모임) 하였고, 이어서 감선회 (찬거리 값을 절약해 자금을 내는 모임) 도 조직하는 등 독립운동자금을 대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때로는 가두시위대에 뛰어들어 명렬히 구국을 외치기도 했다.

3. 전덕기 목사와 만남

  1984년 청일전쟁이 발발하자 함흥에 있는 순릉 참봉의 벼슬을 맡아 하양했다가 일본의 승리로 끝나자 그는 박영호, 서광범 등 개화당 인사의 권유로 이듬해 1895년, 법관 양성소를 졸업하고 한성 재판소 검사보에 임명되었다(1896년). 그러나 그는 고관 비행을 탄핵한 죄로 1개월만에 면관되었다.

  이후 이준은 1896년 독립협회에 가담하여 평의장으로 활약하다 을미사변 이후 조직된 김홍집 등 친일내각 각료들과 교제가 있다는 사실로 신변에 위험을 느끼고 일본으로 망명. 1897년 와세다대학 법과에 들어가 이듬해 졸업하는 과정에서 일제의 체포령은 해제되었다.

  귀국한 그는 상동교회 전덕기, 남궁억, 이상재와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열심히 활약. 중국사신을 맞아들이는 영은문을 헐고 독립문을 세웠다. 그러나 독립협회 해산 시간부 17명과 함께 체포되어 수개월 후 석방되었다.

한편, 전덕기 목사는 아홉 살 때 부모님을 모두 잃고 고아가 된 다음 숯 장사를 하던 작은 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17세때 1892년 제 발로 미국 감리교 선교사 스크랜톤를 찾아가 수년간 고용인으로 일하다 후에 그의 권고로 신자가 되었다. 1898년 세례를 받고 1901년 권사가 되었으며, 1902년 미감리교회 선교회에서 정식 직첩을 받고 상동교회 담임목사가 되었다. 전덕기 목사는 이때 이준과 같은 유능한 일꾼을 교회로 인도한 후 손을 잡고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구국운동을 벌인 동지가 되었다.

4. 청년운동 구국 운동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상동교회에서는 전국감리교회 엡윗 청년회 연합회가 소집되어 ‘을사보호조약’ 무효상소운동을 결의하였는데, 이때 상동교회 엡윗회 대표로 참석한 그도 대한문에 나가 상소를 올렸으나 일본경찰에 의해 무참히 해산되고 말았다. 1907년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자 국채보상연합회의소를 설립하여 소장이 되었으며, 그해 조직된 항일 결사 신민회에도 참여하였다. 상동교회는 친일파와 일진회에 대항하기 위해서 탐관오리 규탄 및 구국운동 을 벌였으며, 쫓기는 생활에서도 전덕기 목사와 이준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구국운동가들은 성경을 깊이 연구하고, 기도하면서 독립운동을 진행하였다. 지하실은 전덕기, 이준 등 독립운동 독립 투사들의 구국운동 요람지였다.

  1905년 유배에서 풀려난 후 이준은 보광학교, 오성학교 설립 법안연구회, 헌정연구회 조직. 회장이 됨.

	▲ 1907년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종 황제의 특사로 파견됐던 이준, 이상설, 이종위. (왼쪽부터)

  당시 (1905년 을시보호 조약)는 우리나라 주권이 일본의 수중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이 깊이 들어간 성도들을 중심으로한 금식기도회와 구국철야기도회가 상동교회에서 매일 밤 열렸다. 전덕기 목사는 전국 감리교회 엡윗청년회 연합회를 소집하여 5명씩 한 반으로 나누어 상동교회에서 기도를 드린 후 대한문으로 가서 을사보호주약은 무효이며 일본의 강압으로 빼앗긴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상소를 고종 황제께 올렸다. 이때, 진남포 김구 회장, 이동녕, 조성환도 같이 활동하였다.

  전덕기 목사는 그 당시 양기탁으로부터 이희영을 통해 들은 소식이 있었는데, 이는 1907년 6월~7월 사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 2회 만국평화회의가 열린다는 정보였다. 이정보를 입수하고, 양기탁은 당시 상동교회 공옥학교 교감으로 있던 이희영에게 이희영은 전덕기목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전덕기목사는 이들과 함께 만국 평화회의에 참여하여 세계에 이 강제 조약을 규탄하는 것이 나라를 구하는 길이라고 결단하였다. 한일 보호조약은 일본의 강압으로 되었고 황제와 백성이 원하는 바가 아님을 전 세계에 알려야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이 일을 진행하였다.

  당시 고종은 덕수궁에 갇혀 있었고, 일본의 출입 통제가 심했다. 구국의 밀서 친임장은 고종의 신임을 받던 감리교 선교사 헐버트가 가지고 나왔다는 설과 전덕기 목사의 친척인 박상궁과 내시 강석호의 도움으로 황제도 만나고 밀서도 가지고 나왔다는 설이 있다. 밀서의 내용은 을사조약 무효와 한국독립에 관한 열국 지원 요청을 만방에 알리는 것이였다.

  1907년 4월 20일 전덕기 목사는 고종황제의 특명을 받고 신임장을 받았다. 그는 상동교회 지하실에서 모여 철야기도한 후 이준을 이상설․이위종 등과 함께 해아밀사로 파견하기로 결정하였고 이준에게 고종의 신임장을 전하였다.

6.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활약

  이준은 광무황제의 해아밀사 친임장을 포함하여 미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화란의 원수들에게 보내는 친서 4통과 만국평화회의 의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구국운동에 우호적이던 미국인 Herbert와 영국인 Bethell에게도 밀사파견의 지원을 호소하고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은 장도에 오르기 전 그동안 구국운동에 동참하였던 안창호․이갑․이종호 등의 동지들이 베풀어 준 전별연에 참석하여 마음의 준비를 더욱 다졌는데, 그때 동지들이 필적을 남겨 달라는 요청으로 우국충정의 시를 몇 수 지어 주었다.

  그 중 이종호에게 건네 준 시에는 “사회가 평안할 날이 없으니 한 집안을 어찌 근심하리, 평생 우리들의 일은 독립과 자유를 구할 뿐”이라고 읊었다.

  이준보다 먼저 출발한 이상설은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여 이위종을 만났다.

  이상설이 사전에 러시아에 간 것은 이위종이가 어학에 능통하다는 것을 알고 그를 특사의 일원으로 포함시켜 회의참석에 따른 준비를 하기위한 것이었다.

  이준은 출발하기에 앞서 4월 20일 자강회의 주최로 종로 중앙기독교청년회관 에서 “생존경쟁”이라는 제하의 연설을 하여 최후의 사자후로 청중을 감동시켰으며 또한 당시 주구배들에게 경중을 울렸다.

  1907년 4월 22일 이준은 가족들과의 고별의 아픔을 간직한채 서울역을 떠나, 부산항을 거쳐 블라디보스톡으로가 그곳에서 이상설과 합류하였으며 5월 21일 시베리아 철도편으로 블라디보스톡을 출발하여 6월 4일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여, 이준과 이상설은 이범진, 이위종을 만나 그간의 경과에 대하여 토론하며 「장서」공고사를 불어로 번역한 후 6월 19일 그곳을 출발하여 독일 베를린에 들려 「장서」를 인쇄하고 동월 25일에 만국평화회의 개최지인 헤이그에 도착하여 웨곤가 124번지의 드융호텔에 숙소를 정하였다.

  6월 28일 「장서」와 그 부속문서인 「이인불법행위」 책자를 40여 참가국 위원들에게 보냈으며, 그 다음날 러시아 대표이며 평화회의 의장인 넬리도브 백작을 방문하였으나 네덜란드 정부의 소개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하여 만나지 못하였다. 이어 30일에는 부회장인 네덜란드 전 외무대신 뽀포로를 방문하였으나 역시 거절당하였다. 이어 네덜란드 외무대신에게도 서한을 급송하여 면회를 요청하였으나 평화회의에서의 발언은 어렵다는 통지를 받아 거절당하고 말았다.

  역사적 만국평화회의는 1907년 6월 15일부터 1개월간 개최되었다. 당시 참가국은 46개국이고 대표는 약 247명이었다. 이상설을 비롯한 3명의 특사는 만국평화회의 의장에게 광무황제의 친서와 신임장인 공고사를 제출하고 한국의 대표로서 공식적인 활동을 전개하려 하였으나 일본과 영국대표의 노골적인 방해로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세 특사들은 일제의 한국침략을 폭로, 규탄하고 을사조약이 무효임을 선언하는 공고사를 각국대표와 언론에 공개하자 각국 언론들은 동정적이었으나 열강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일제는 이준 열사의 이러한 열정적이 노력에 위기감을 갖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특사들의 활동을 저지하려고 하였다. 세 특사는 일제의 방해에 굴하지 않고 한국의 입장과 일본의 부당성을 웅변으로 호소하였다.

  이에 각국 신문기자들이 모여들자 그들의 응대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영국인 William. T. Stead가 회장인 국제협회의 후원을 얻고 있는 회보인 《Courrier de la Conference》(평회회의보)에 「장서」의 전문을 게재 하였으며, 7월 9일에는 협회의 회합에 귀빈으로 초대되어 연설 할 기회를 얻어 이위종으로 하여금 불어로 연설하도록 하였다.

  이위종의 열성적인 호소는 참석한 각국의 이름난 언론인은 물론 평화회의의 각국대표 및 그들의 수행원들까지도 감명을 주어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이위종은 일본의 개화된 면만 보지말고 야만적이고 배신적인 면도 보아야 하며 또한 일본이 한국정부에 대해 조약을 강요하였으며 많은 국민들은 예속보다는 죽음을 택하려 한다고 말하고, 나라를 살리려고 각자가 가진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와같은 이위종의 감격적인 웅변내용은 헤이그에서 발행되던 평화회의보《Haagsche Courant》지에 보도되었다. 1907. 7. 10일자 이위종의 국제협회에서의 연설 이후 각국 신문이 매일같이 한국사정을 논의하여 억일부한의 여론이 일어 남에도 불구하고 각국 대표들은 공례를 빙자하여 한국의 청원을 공감하지 않자 열사는 분격을 금하지 못하고 연일 애통하다가 1907년 음력 7월 14일 한을 남긴채 순국하였다.

7. 이준의 죽음에 대하여 (할복자결인가? 병사인가?)

  이준은 할복했다? 아니다?

  사실 할복이든, 병사이든 중요한 것은 열사의 뜻이었다는 점이다. 다만, 열사의 뜻을 밝히고 후세에 알리는데 거짓은 없어야함을 말하고저 선정적인 부제가 덧붙은 것 같다.

  7월 14일 이준은 순국하고 말았다.

회의 도중에 이준이 사망하자 국내에서는 일제의 방해공작으로 평화회의의 참석이 봉쇄된 열사가 비분강개하여 할복자결한 것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초로 이 소식을 전한 매체는 <<대한 매일신보>>- 1907년 7월 18일자의    “의사가 자결”이란 제목의 호외였다.

“전 평리원검사 이준 씨가 이번 만국평화회의에 한국 파견원으로 갔던 일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거니와 어제 보내 온 동경전보에 의하면 該氏(이준)가 충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여 이에 자결하여 만국 사신 앞에 피를 뿌려서 만국을 경동케 하였다.”

다음 날에도 이런 내용의 호외를 전했다. 당시 신문들뿐만 아니라, 황현의 매천야록, 김윤식의 속음청사 정교의 대한계년사 등이 이를 전하는 대표적인 책들이다. 그런데 이 책들에 나오는 이준 자결설과 관련된 내용의 근거는 대부분 신문기사나 풍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일제의 침략에 분개하는 민심과 함께 진실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현재까지도 이준과 관련된 대부분 책들은 자결설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한 책인 일성 이준열사 기념사업회가 펴낸<<이준과 만국평화회의>>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각국 위원들은 이준 선생을 비롯한 세 특사에게 많은 동정을 보내면서도 형식상의 구비여건이 불충하다는 이유를 들어 퇴장을 명하였다. 바로 이 때 이준 특사는 의분을 참지 못하여 결연히 일어나 약소민족의 간계(奸計)와 방해공작을 폭로하고 야만적인 침략을 규탄하고 약소민족의 희생을 묵과하는 강국의 처사를 논박하였다.

일성(一醒: 이준의 호)은 최후의 비장한 말을 마치자 미리 준비하였던 보검을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각국 대표들은 희생이란 말에 다소 의심을 하였지만 설마하고 있었는데 특사 이준이 별안간 칼을 빼어들므로 너무도 의외의 일이요, 갑작스러운 일이라 각국 대표들은 놀라 어리둥절했다.

  회의장 내 경호원의 손이 미처 가기 전에 일성은 연설대 위에 선 채로 ‘대한독립만세! 세계 약소국가 만세!’를 크게 외친 후 단숨에 쥐었던 칼로 배를 갈랐다. 솟구치는 신성한 선혈을 만국 사신 앞에 뿌리고는 쓰러졌다. 이상설과 이위종은 좌석에서 일어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이준을 붙들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두 특사는 이준을 붙잡고 대성통곡을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각국 사신, 보도기관, 방청하던 인사들은 조용히 이준 특사의 명복을 빌고 있었다.”

  이와 달리 <<대한매일신보>>의 이준 자결설이 하루 지난 다음 날, 19일자 <<황성신문>>은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씨 자결설’이란 제목의 호외다.

“금번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이상설, 이준, 이위종 제씨 들이 참여하고자 하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은 본보에서 보도하였다. 전문한 즉 세 사람 중 이준씨가 격분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의 복부를 빼어 자결하였다는 전보가 동우회 중에 도착하였다는 설이 있더라.”

<<대한매일신보>>가 “자결하여 만국 사신 앞에 피를 뿌려서”라고 보다한 반면, <<황성신문>>은 “설이 있더라”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 당시 현지 네덜란드 헤이그 신문들은 어떻게 보도하고 있었을까? 당시 네덜란드의 유력지인 <<헤트.화데란트>>1907년 7월 15일자를 보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잔인한 탄압에 항거하고자 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한국대표 이상설, 이위종 두 사람과 함께 온 차석대포 이준씨가 어제 저녁 서거하였다. 그는 이미 수일동안 병환 중에 있다가 바겐 슈트라트가 있는 모호텔에서 사망한것이다.”

  현지 신문의 보도는 할복자결이 아닌 병사였던 것이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날을 목놓아 통곡한다”는 뜻의 “시일야방성대곡”이란 글을 <황성신문>에 실었던 위암 장지연은 <이준전>이란 글에서 이준의 사인을 병사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대략 이런 내용이다.

- 남미의 약소국들도 회의에 참석하는데 유독 한국만, 발언권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하였다. 이준은 계획이 뜻대로 되지않자 울분으로 인해 병을 얻었다. 마침내 병으로 여러 날 일체 식사조차 못하게 되어 죽음을 맞이했는데, 그날이 바로 7월 14일이다.

  그는 임종할 때도 눈물을 철철 흘리며 비장한 얼굴로 분개하는 말을 그치지 아니하여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하였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 현지 신문의 보도와 장지연의 <이준전>등은 이준 열사의 죽음을 할복자결이 아닌 병사로 기록하고 있다. 만약 이준이 할복자결한 것이라면 네덜란드의 신문들이 병사로 보도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자결이든, 병사였든 열사로서 의로운 죽음을 맞았던것은 분명하다. 회의 참석이 저지되자 울분을 못 이겨 병석에 누운 것이다. 이른바 ‘화병’이다. 그가 병사했다고 해서 지금껏 알려진 자결보다 나라에 대한 애정이나 공헌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관에서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이준은 갑자기 벌덕 일어나, “이 나라를 구해 주소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탈하려 합니다”라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울부짖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일제 통감부는 그의 만국평화회의의 활동에 분개해 궐석재판에서 그에게 종신형을 선고하였다. 조국이 광복된 후 정부는 1962년에 그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하였고, 1963년에는 헤이그에 묻힌 유해를 옮겨와 국민장으로 서울 수유리에 안장했다. 그리고 1964년에는 장충단 공원에 그의 동상이 건립되어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 있는 것이다.

  열사의 유해는 순국 3일 후 헤이그 공동묘지에 임시 안장하였으며, 이상설과 이위종을 윤병구 목사와 이 운(열사의 동생)이 헤이그에 도착한 뒤인 동년 9월 5일 이상설의 이름으로 102달러 75센트를 지불하고 Nieuw Eiken Duinen 묘지를 영구 사용의 계약을 하고 다음 날인 9월 6일 장례식을 치루었다.

  열사의 장례에 대하여 당시 《Haggsche courant》(학세 쿠란트)지의 기사에 의해 그 대강을 파악할수 있다. “그의 유해는 에이켄무이넬에 완전히 매장되었다. 장례식에는 한국 대표 단 두 사람과 YMCA의 회장 매케이 남작이 참례했다. 이상설은 이 무덤 앞에 조화를 바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하다가 가셨다’고 슬픈조상을 했다.”「학세 쿠란트(7522호)」

  이 얼마나 눈물겨운 장면이냐, 조국을 구해 보려고 만리타국으로 가서 밤낮으로 활동하다가 뜻을 이지 못하고 순국하신 열사의 이름은 우리 역사에 영원히 불멸하리라.

  동년 8월 9일 일제통감부에서는 궐석재판을 하여 이상설은 처교, 이위종과 열사는 종범으로 종신징역을 선고하였다. 열사의 유해는 순국후 55년만인 1963년 9월 30일에 「Nieuw Eiken Duinen」묘지에서 천묘하여 동년 10월 4일 조국의 품안으로 모셔와 온 국민의 애도속에 국민장을 치룬 후 서울 수유리 선열묘역에 안장하였다.

  1964년에는 서울 장충단 공원에 열사의 동상을 건립하였으며 1972년에는 헤이그 묘소에 열사의 흉상과 기념비가 건립되었다.

8. 이준의 생가 - 이준기념관

  출생지에 있는 이준의 생가는 원래 초가집이었으나 6․25때 파괴돼 기와집으로 개축했다는 북한의 생가에는 고인의 증손자가 살고 있었다. 마당에 우물이 있고, 고인이 거처 했다는 방에는 상당한 유품이 있다. ‘외교려권’이라 쓰인 여권도 보였고, 헤이그에 있는 고인의 묘비사진도 있다. 묘비에는 고인이 함경도 북청에서 태어났다고 영문으로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은 이 동네 토박이 아가씨가 나와 앳된 목소리로 안내를 했다. 안내원은 “중요한 유품은 평양의 만수대에 있는 조선혁명 박물관으로 가져 갔다”고 말했다. 용전리에는 맛 좋기로 소문난 북청사과를 생산하는 과수원이 곳곳에 있었다. 570세대에 2,050명이 살고 있고, 시범마을로 지정된 동네는 생각보다 깔끔하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시로 이곳에 들러 현지지도 했음을 알리는 표지석이 곳곳에 서있다.

  이준기념관

  지난 3월 말 열린 뒤셀도르프 유럽한상대회장에 이기항 헤이그 이준열사기념관장이 참가했다. 이관장은 유럽에서 한인관련 주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참여한다. 서울대 경제과를 졸업하고 72년 상공부 산하 고려무역의 상사원으로 헤이그에 첫발을 디딘 이관장은 91년 회사를 그만 두고 이준열사 기념사업회를 설립하고 추모사업에 매달렸다.

95년에는 이준열사가 순국하기 직전 묵었던 ‘드용 호텔’을 자비 20만달러를 털어 구입하고 이준열사 기념관으로 개조해 오늘까지 운영하고 있다. 기념관 이름을 이준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평화 박물관(Peace Museum)'으로 내걸었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3년뒤 이준열사 순국 100주기를 맞는 시점에서 이준열사 평화상을 제정하겠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한국과 유럽의 100년을 묶을 수 있는 것이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이 상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벨평화상과 경쟁하는 상으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현재 헤이그 평화학회와 헤이그시청등과 접촉중이며 국내의 관련단체들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구약에는 평화가 없으며 예수 이후 평화라는 개념이 등장했다며 기독교 평화론을 펼치기도 했다.

9. 의사와 열사의 차이

  열사란 ‘직접 행동은 하지 않았으나 죽음으로 자신의 지조를 나타내 정신적인 저항의 위대성을 보인 분’을 듯한다. 유관순 열사, 이준 열사와 같은 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에 의사란 ‘무력이나 행동으로 항거하여 큰 공적을 셍고 의롭게 돌아가신 분’을 의미한다.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시 말해, 열사와 의사의 차이는 맨 몸 저항이냐, 무력 항거냐에 따라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인 다면 의사는 ‘뜻을 이루고 돌아가신 분’을 말하며, 열사는 ‘숭고한 행동이 있었음에도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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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1992.

타. 내용출처

  ① http: www.koreandb.net

  ② http://kcm.co.kr

  ③ www.mugunghwa.or.kr

  ④ http://jgnews.co.kr

  ⑤ http://biog.naver.com

  ⑥ jwjeon@kukminilbo.co.kr